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대외 변수의 충격에도 오랜 시간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힘은 바로 수출입니다.
문제는 올해입니다. 대한민국의 수출이 큰 암초를 맞게 됐습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가 현실화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450원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고환율은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는 긍정적이나, 수출기업 가운데 부품 및 원자재 수입기업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환율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보편관세 리스크도 남아 있어 향후 수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수출 기업들은 올해 수출 환경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요? 수출입기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국내 수출기업 502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수출 환경에 대한 전망을 조사했습니다. 기계류(115개사), 자동차(99개사), 전기전자(87개사) 등 총 10개 업종의 50만달러 이상 수출기업(대기업 53개, 중소기업 449개)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입니다. 이번 설문은 지난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전화와 이메일 설문으로 진행됐습니다.
설문 결과, 수출 기업들 23.3%가 전년 대비 수출액 ‘증가’를 전망했습니다. 58.4%는 전년과 동일할 것으로 내다봤고 18.3%는 ‘감소’를 전망했습니다. 증가 전망이 5.0%p 우세했지만, 증가율 평균(19.1%)과 감소율 평균을(-17.9%) 고려한 전체 증감률 평균은 1.2%(대기업 0.3%, 중소기업 1.3%)에 불과해 증가 전망세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문화콘텐츠(27.8%), 자동차(25.3%), 기계류(23.5%) 등이 전체 평균(18.3%)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유로존(23.4%), 일본(21.4%), 동남아(20.2%) 등의 ‘감소’ 전망이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올해 수출을 가장 크게 끌어내릴 요인으로는 수출대상국 경기둔화(55.4%)가 꼽혔습니다. 이어 원화 환율 변동(34.8%), 가격경쟁력 하락(28.3%), 상품경쟁력 하락(16.3%)과 수출대상국 규제·관세·지원 변화(16.3%)가 뒤를 이었습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수출대상국 경기둔화 응답이 소폭 감소했고, 원화환율 변동과 가격경쟁력 하락이 증가했으며, 미국 통상정책 변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대상국 규제·관세·지원 변화 응답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자동차(39%), 전기전자(37%), 섬유류(37%), 철강(30%), 선박(28%) 등에서 미국·주요국 규제·관세·지원 변화 우려가 컸습니다. 글로벌 경기위축의 경우 섬유류(69%), 기계류(62%), 자동차(58%) 등에서, 원·달러 환율상승” 신재생에너지(40%), 문화콘텐츠(39%), 기계류(33%), 전기전자(32%) 등에서 응답이 높았습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글로벌 경기위축,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경기하방에 대한 우려가 소폭 높았습니다. 중소기업은 미국·주요국 규제·관세·지원 변화, 러-우, 중동 등 국제분쟁 및 갈등 확산 등 대외 요인 변화에 대한 우려를 더 높게 응답했습니다.
현재 예고된 미국 통상·경제 정책 가운데 수출 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으로는 모든 산업에 공통 적용되는 보편관세 부과(66.5%)가 꼽혔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유지되는 강달러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51.8%)도 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출기업들 가운데 13.3%는 현재 논의 중인 미국 통상 정책 가운데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활동에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48.2%는 약간 부정적일 것으로 응답해 총 61.6%가 부정적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이 중 대기업은 9.4%가 매우 부정적, 52.8%가 약간 부정적일 것으로 답해 총 62.3%가 부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중소기업은 13.8%가 매우 부정적, 47.7%가 약간 부정적일 것으로 답해 총 61.5%가 부정적 영향을 응답했습니다.
특히 응답 기업 가운데 주력 수출 지역이 미국인 기업은 약 30%에 불과하지만, △부품·소재 수출 등을 통한 영향 △다지역 수출기업 등으로 보편관세 부과 영향은 더 크게 파급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섬유류·철강·기계류에서, 지역별로는 미국·중동·중남미 수출기업들에서 부정적 영향 비중 높았습니다.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미국 금리인하 지연으로 인한 강달러·원화약세 지속,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의 영향이 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 폐지 등에 대한 우려가 소폭 높았으며, 중소기업은 보편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를 더 높게 응답했습니다.
환율도 올해 수출 약세 배경 중 하나 입니다. 수출기업들의 연간 업무계획에서 평균 환율은 달러당 1387원, 손익분기 환율 평균은 137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1~2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455원 수준으로 이같은 레벨이 지속될 경우 부품 및 원자재 수입을 하는 수출기업의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업무계획 환율 및 손익분기 환율에 대해 미정·무응답 기업 비중이 각각 27.1%, 41.4%로 전년 설문(각각 7.6%, 10.5%)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손익분기 환율이 평균(1370원)보다 높은 산업은 신재생에너지(1416원), 문화콘텐츠(1386원), 철강(1385원), 플랜트·해건(1379원), 전기전자(1376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산업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7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타산업 대비 이익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활동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수출기업의 2.0%는 수출 활동에 ‘매우 긍정적’, 34.3%는 ‘약간 긍정적’이라고 응답해 총 36.3%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현재 원화 약세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중도 전체 34.9%로 나타나 환율 상승이 부담인 기업 비중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41.5%가 긍정적, 32.1%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중소기업은 35.6%가 긍정적, 35.2%가 부정적이라고 답해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동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원화 약세는 산업별로는 섬유류(42.9%), 석유화학(36.3%)에서 부정적 영향이 컸고 지역별로는 동남아(41.4%), 유로존(36.4%), 중국(36.0%), 일본(35.7%) 수출기업이 높게 응답했습니다.
AI 3줄 요약
-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은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주요 원인으로는 수출 대상국 경기 둔화와 고환율이 꼽혔습니다.
-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수출기업의 60% 이상이 부정적 영향을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섬유류, 철강 업종이 우려가 큽니다.
-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부 수출기업에 긍정적이지만, 부품 및 원자재 수입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 경제 용어
- 보편 관세 : 특정 국가가 모든 수입품에 동인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