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Seokho·2021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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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 생각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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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이유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느낌, 불안정한 나의 상태를 글로 정리하며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스스로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같이의 가치'라는 문장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나에게는 조금 특별하다.

왜 같이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같이의 가치' 나의 가치관지향점이 잘녹아있는 문장이다.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천천히 자연스럽게 나만의 가치관이 정립되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해두면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가치관은 삶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또 직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등 인생 전반의 많은 고민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삶이 막막하거나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준이 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작고 소중한 나의 가치관이 없었다면 끝없는 방황으로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경험

협업

대학교 3학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창업을 하자! 라는 생각은 아니었고, 우리끼리 포트폴리오에 넣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것이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열정은 하늘을 찌르고, 눈에 뵈는게 없지 않은가! 우리의 목표는 점점 계획에 없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만들고 싶은 상품들은 대부분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었는데, 샘플을 만들려고 하니 개당 가격이 50만원이 넘었다. 용돈과 알바로 먹고 사는 대학생한테 50만원은 너무나도 큰 돈이었고, 처음 느껴보는 현실의 높은 벽이었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투자를 받아보자 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학교 행정실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청년 창업이 붐이었고, 국가 및 지역 단위의 지원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위기를 기회삼아 약 6개월동안 눈에 보이는 프로그램에 전부 지원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좌절한 나의 모습을 보고 팀원들은 우리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전까지 각자 자신이 잘하는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함께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다같이 반복되는 탈락의 원인을 분석했다.

일단 발표자료가 우리가 하고 싶은, 우리만의 이야기만 있다는 피드백 덕분에 프로그램의 성격에 녹아들 수 있는 내용으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각자의 업무를 즉각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운영 방식도 문제로 판단되어 화이트보드를 사무실에 설치하고, 자신의 스케줄과 업무를 상세하게 공유했다.
결과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이뤄냈다. 우리의 목표였던 서울디자인 페스티벌에 선정되었고, 이 외의 대부분 프로그램과 전시에 전성되어 우리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우리는 같은 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고, 협업의 장점과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주고, 잘하는 지식은 공유를 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도움

서울디자인 페스티벌은 나에게는 꿈이자 목표 그리고 기회였다.
수백명의 디자이너 중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만 선정되기 때문에, 서디페 경험이 있으면 그 당시 잘나간다는 기업에서 모셔간다는 밈이 있을정도였다.(요즘은 변질되어 돈만 주면 참가 가능하다고 한다.)

창업 1년만에 이런 기회를 잡은 나는 어깨뽕이 하늘을 찔렀고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성공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팀원들과 의기투합하여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챙기려고 노력했다. 제품 기획부터 컨셉, 생산까지 밤낮없이 직접 발품뛰며 학습했고, 전시부스의 연출까지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하지만 전시 바로 전날 큰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업체의 실수로 우리의 제품 출고가 하루 늦춰진 것이다. 심지어 미리 연락을 받지 못했고, 전날 오후에 통보를 받았다. 특히 부피가 큰 가구였기 때문에 부스의 레이아웃 및 연출 계획을 통째로 바꿔야했다. 열심히 달려온 모든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절망을 처음 느껴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의 모습을 본 양옆, 앞뒤 부스의 디자이너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는 그들을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됫건 그들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보여줘야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이런 마인드로 그들에게 유익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다. 근데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성숙한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부스도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다같이 모여 도움을 주었다. 계획에 없던 테이블과 조명 세팅, 페인트 등 자신의 것을 내주었고, 한두시간은 괜찮다며 다같이 힘을 합쳐 부스를 완성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절대 좋은 성과를 이뤄낼 수 없었다. 아니, 시도 조차 못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큰 성과를 이뤄냈다. 100%에 가까운 판매율을 달성했고, 카카오 메이커스와 같은 소셜커머스와 편집샵에 입점하는 등 처음 목표보다 훨씬 높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혼자가 아닌 함께 이뤄낸 결과였다. 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도움을 주셨던 분들과 안부인사를 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험은 나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큰 획을 긋는,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생각을 하며 살았던 나의 모습을 후회하게 되었고, 같이의 가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profile
같이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석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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