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2023년의 나는 어땠을까?

lango·2023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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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Retro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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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23년 한 해는 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말만 뱉어놓고 정작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한 것들도 많고, 섣불리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실패했던 것들도 많은 2023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해동안 어떤 일들을 했고, 어떤 결과를 이뤘는지 지나간 기억들을 되짚어보고 간단하게 회고해보려 한다.

🙏 한 해동안 시간 순으로 발생한 큼직한 이슈 및 사건들을 이야기하는데, 중간중간 집중을 흐릴 TMI가 몇 가지 있으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STEP 1. 퇴사 후

 사실 퇴사는 올 해가 아닌, 작년 2022년 7월 여름에 했기에 2023년 회고 범위에서 벗어나지만, 첫 회고 글이기도 하고 올해의 일대기와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퇴사 이후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퇴사 이후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이라는 교육과정에 합류하여 수료한 후, 새롭게 구직 준비를 하고 이직에 성공하여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퇴사를 통해 메타인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하다.

 2022년 7월에 과감하게 퇴사를 진행했던 나는 이직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퇴사 전까지 공부하는 개발자보다는 눈치로 개발하는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개발자로 비춰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서류는 기본이고 면접만 보면 떨어지기 일쑤였다. 면접 전형이 어려웠다면 모를까, 기초적인 Java나 Spring 관련 질문에도 우물쭈물 대답했고, 실무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구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게 거듭 실패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도(?) 스스로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여태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했고, 개발자라는 직무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거나, 진심으로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들을 말이다. 그래서 이직 실패라는 사건을 기점으로 꾸준히 셀프 브랜딩에 힘쓰며, 안주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춘 개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들을 했다.

 이 시기에 링크에서 말하고 있는 메타인지를 키우는 능력 7가지 중에서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라는 항목을 기준으로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힘썼다. 아는 것처럼 느끼는 지식과 정말 알고있는 지식을 구분하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추려지기 시작했다.

짧은 Coupang Welcome Night 후기

 퇴사한지 얼마 안된 7월 21일에는 쿠팡에서 진행했던 Coupang Welcome Night에 참여했다. 이 행사는 선릉역에 있는 쿠팡로켓연구소에서 진행했었는데 쿠팡의 기술 및 개발문화를 소개받은 후, 일부 팀 실무자분들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쿠팡이 어떻게 지금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는지부터, 수많은 물류 인프라와 촘촘한 배송망을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네트워킹 타임에는 일부러 사람이 없는 테이블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려 먼저 말을 건넸던 것 같다. 이 테이블에서는 제품 취소 및 환불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진행하시는 현직자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지금의 내 상황에 공감해주시고 유익한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


커리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당시 나에게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도 취업이나 이직을 위해 준비하던 것들을 잠시 미뤄두고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나는 과연 개발자라는 직무에 적합한 사람일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만 알고 대했던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니, 앞으로 살아갈 거대한 라이프 사이클 안에 개발자라는 역량을 녹여내기 위해선 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공부도 공부대로 해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함께 갖추어야 했기에 막막했고 불안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왜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부터 시작했다.

💭 내가 개발자를 시작한 이유는
 아마추어부터 주니어, 그리고 시니어 경력의 다양한 개발자분들을 보면 공통된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국내및 해외에 상관없이 많은 개발자들이 배우고 이해한 지식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술적 이야기를 막론하고 생산적인 시간들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발자 직군만의 특이점은 벽처럼 느껴졌던 개발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나에게 큰 동기를 심어주었다.

 처음부터 단순하게 생각하니 여전히 나는 개발자로 일하는 것이 나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으며, 나의 흥미와 재미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라는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는데, 본래 말이 많고 남들에게 무언가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김영한님이나 토비님처럼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고 싶다는 거창한 최종 커리어를 세울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후임양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깊이 있는 전문성을 지닌 육각형 개발자로 나아가고자하는 조금은 추상적인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고, 아직까지도 지속해서 이 목표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하고 구체화하여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서 이제 앞으로 다시는 개발자 직무 정체성으로 불안하고 흔들릴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커리어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으니, 너무나 값진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변화의 서막

 아무 생각없이 안주하며 지냈던 개발자 시절과는 다르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장의 욕심이 있는 개발자로 일상을 다시 시작하니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나의 악습관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했던 부분은 바로 학습방식이었는데, 예를 들어 무언가 배울 때면 예제 코드를 작성할 때면, 응용할 생각없이 그대로 따라하니 깜지와 다를 바가 없었고, 기록은 남기지만 문서의 휘발성은 크고 재사용되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적이나 선배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았는데 김창준님의 함께자라기 서적김영한님의 이야기를 통해 야생 학습을 기반으로 필요에 따라 학자형 방식으로 딥다이브 하자라는 학습방식을 다시 확립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이전보다 공부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고, 같은 예제 코드를 작성하더라도 혼자 생각하고 고민한 뒤 작성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또 치명적이었던 나의 단점 중 하나는 바로 부족한 기술력에 있었다. 습관은 억지로 바꾸면 바꿀 수야 있겠다만, 기술력을 채운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부하며, 응용하고, 진정 나의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에 몰입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기술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높이고 오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을 하다 독학으로 홀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며 협업 경험을 쌓고자 개발 관련 부트캠프를 열심히 탐색하였다.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들은 너무나 많았지만, 수 많은 고민 끝에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 2기 개발자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다.

 휴식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었던 것들도 다 해보려 노력했다. 항상 마음 속으로 꿈꿔왔던 한껏 기르던 머리도 묶고 다니며 장발 스타일도 도전했었다. 물론 지금은 깔끔하고 평범한 스타일로 다니고 있다.


💡 간단 3줄 요약

  • 2022년 7월에 약 2년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 이직에 실패했다.
  • 커리어 목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STEP 2.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의 여정

 돌아보면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 진행한 교육이나 팀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채워 임헀던 것 같다. 사실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 입과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카카오라는 이름의 가치 때문인 것도 있지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교육장소에서 대면으로 교육을 받고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교통비와 식비의 압박으로 통장은 괜찮지 않았다는.. 허허

 2022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동작할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프론트엔드, 백엔드 기술 모두를 아우르는 풀스택 개발 교육 과정이었는데, 커리큘럼 자체는 너무나 방대했다. 기초적인 웹 프로그래밍 기술부터 시작하여 프론트엔드 기술과 백엔드 기술로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해 각종 인프라 기술과 더불어 AWS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거쳐 쿠버네티스까지 배우고 개발할 수 있음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귀한 동료들을 만나다.

 약 30명의 동료들과 함께 교육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전공자, 비전공자 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노력했고, 개발자로서의 비전을 품고 공유했던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특히 이 중 일부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꾸준히 기술적 이야기를 나누며,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개발자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이전까지 개발자 지인들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았었는데, 여기서 함께 소통 동료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고,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성장의 열망을 가진 몇 명의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과 합정 디벙크 카페에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교육 종료 이후에도 토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명목으로, 코딩테스트 학습을 명목으로, 취업 준비 계획 공유를 명목으로 참 많이도 만났고 아직까지도 종종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자주 먹으러 다녔던 교대역 근처 삼산회관의 대표 음식 돼지김치구이이다. 사람들이 많아 가끔 웨이팅을 하거나 음식이 조금 늦게나와도 참고 기다리며 점심 1시간을 꽉 채워 먹고 부랴부랴 달려갔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동료들과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다.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적용하는 순간들 가운데 조악하지만 틈틈히 회고록을 작성했다. 25번의 글을 작성하는 동안 배운 지식들을 정리하고 흡수하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와 글을 참고하여 지속해서 메타인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 그저 공부한 것을 기록하는 것으로 끝마치거나,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비슷한 구조로 작성할 때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자주 작성하려고 노력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목적보다는 스스로가 정한 약속을 지키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함께 학습한 기술을 짧게 브리핑하는 Tech Talk를 제안했는데 감사하게도 모두 흔쾌히 승낙해주어 프로젝트 시작 5~6주 정도는 팀원들 각자가 스스로 학습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표현하고 피드백받는 귀한 시간들도 보낼 수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팀원들과 회의하고 이야기할 때, 다른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다 같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팀원들 모두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인상깊었던 추억 중 하나가 되었다.


최우수 팀 프로젝트로 선정되다.

 교육과정에서 진행할 학습과정을 모두 마친 후, 3월부터 한달동안 Developers라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수료식 당일인 5월 3일에 카카오 아지트에서 발표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말은 많지만, 말을 잘 못하는 내가 팀장으로 발탁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족한 팀장이었던 것 같다. 팀원들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거나 촉박한 개발 일정을 쥐여준 점은 아직까지도 반성하게 된다. 그래도 팀 리드의 기회를 통해 나의 숨겨진 리더의 면모를 조금 발견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발표 전날까지도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쿼리를 고치거나 UI, UX를 고치면서도, 발표 PT 준비에 굉장히 정신없게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료식 당일날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 도착해서 앞 순서에서 다른 동료들의 발표를 들으며 괜시리 심장이 쿵쾅대며 깊이 긴장했었는데, 이 때문인지 내 차례가 되어서 발표했을 때의 기억은 거의 나질 않는다. 이후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웃사이더 래퍼처럼 속사포로 발표를 순식간에 진행했다고 한다. 교육과정 내내 가르침을 주셨던 강사님들과 직접 시간을 내어 함께 멘토링을 해주셨던 카카오 개발자분들께서 심사를 하셨는데 영광스럽게도 최우수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수상을 기대한 것은 맞지만, 최우수 프로젝트라는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했고 실제로 기뻐서 팀원들과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때만큼은 정말로 뛸 듯이 기뻐했다.

 그렇게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의 6개월 여정은 막을 내렸다.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최신화하고 첨삭받으며 다시 한번 개발자 구직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간단 4줄 요약

  •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 6개월동안 교육과정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졌다.
  • 꾸준히 학습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동료들과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 여기서 만난 동료 중 일부는 깊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팀장으로 이끈 팀 프로젝트가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STEP 3. 혹한기 구직시장에서 살아남기

 코로나 시절의 호황기였던 개발자 구직시장은 점점 얼어붙으며 2023년도 역시나 찬바람이 매몰차게 불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마음을 다졌지만, 수없이 전달받는 서류 탈락 소식은 언제 보아도 지치게 만들었는데, 이는 누구라도 힘들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멘탈 관리를 했다. 수많은 서류 탈락 통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코딩테스트나 면접 준비를 병행하며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 개발했던 프로젝트의 지식들을 온전히 습득할 수 있도록 바쁘게 공부하다보니 오히려 덤덤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찾다.

 평소 집과 방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휴식하는 데 보내기에 책상에 오래 앉아 집중하기란 쉽지 않아 카페로 이동하여 공부하고는 했다. 그런데 백수는 커피 값도 아껴야 하는 금전적인 문제가 있기에 매일 카페에 출석하는 것도 가성비있는 학습은 아닌 것 같아 주변에 스터디카페나 도서관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어진지 얼마 안된 주민센터 도서관을 찾아 방문하게 되었는데 노트북을 사용하기에도 편하고, 공간도 청결하여 제 2의 집 마냥 매일 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공부하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창문 바깥을 향해 멍때리곤 했다. 4층의 뷰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잠깐의 마음의 환기를 얻기엔 충분했다.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 인프콘과 유스콘에 참여하다.

 취업 및 이직 준비를 하며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가끔씩은 정말 개발자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실패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멘탈 관리를 하는데도 힘들고 어려운 감정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올해 여름, 그것도 8월에만 개발자 컨퍼런스에 2번이나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 덕분인지 내면의 부정적인 마음들을 덜어냈을뿐 아니라,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에 대해 보다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

 인프콘의 경우 작년부터 엄청난 경쟁률에 당연하게도 추첨에 탈락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추첨에 당첨되어 인프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인프런을 통해 대부분의 개발 학습을 진행했었는데, 모니터로만 보던 강사님들을 실제로 뵐 수 있다는 생각에 당첨 메일을 받은 당일은 하루종일 콧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8월 15일 인프콘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그 때의기억을 다시 더듬해보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발자 분들의 지식 공유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프콘에서 들었던 세션들은 기대 이상으로 나의 도전 정신에 불을 지펴주었고, 그 중 김영한님과 토비님의 세션은 가히 연예인을 영접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 직장에서의 입사동기를 우연히 인프콘 현장에서 만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잊혀졌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었던 귀한 경험도 있었다.

 그렇게 인프콘에서 계획했던 모든 발표 세션을 다 듣고 난 후에는 네트워킹 세션으로 이동하여 인프콘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 중 몇 명의 개발자 분들과 스몰 토크 시간을 가졌다. 모두 인프콘에서 선한 영향력을 받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어 좋았다고도 하시고, 현직 개발자 분이시든,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개발자 분이시든, 현재 학습중이거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술이나 방법론 등에 대해서도 토론을 나눠보기도 했다. 그렇게 인프콘을 다녀온 날 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피곤했지만, 인프콘을 통해 보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짧게 인프콘 후기로 작성했었다.

 그리고 인프콘에서 만난 전직장 입사동기가 Youthcon-2023에서 발표하는 자리에 초대를 해주어 8월 26일에는 유스콘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선릉역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테크살롱에도 방문하게 되었다. 유쾌한 스프링 방으로부터 시작된 유스콘은 아는 것은 유쾌하게, 모르는 것은 진지하게 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유스콘에 참여해보니, 이 문구를 너무나도 잘 지킬뿐더러 주니어 개발자부터 시니어 개발자까지 실무와 관련된 지식부터, 자신만이 가진 개발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전달해주는 귀한 시간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유스콘을 통해서도 큰 감명을 받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네트워킹 세션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식 세션 이후에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토비님, 심근우님, 피로곰님, 박용권님, 김태일님 등 마치 연예인과 같으신 시니어 분들과의 네트워킹 시간에 함께 자리하지 못하게 되었다. 혹시나 다음 유스콘에 참여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네트워킹 세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리라 다짐했다.


이력서 공장장이 되어 이직하기까지

 실제로 본인이 지원했던 기업들의 내역 일부를 첨부했다.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고신입도 감안하고 인턴이든, 정규직이든, 경력직이든 내가 다루고자 하는 기술과 비즈니스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일단 망설임없이 지원했다. 이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에서 이력서와 함께 자소서를 요구했는데, 이력서보다 자소서 문항을 작성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일 때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정성비용을 들여 지원했음에도 어김없이 서류 탈락의 행보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꾸준히 멘탈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기업들을 찾아 지원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기업은 코딩테스트 기회도 제공해주었고, 실무 면접이나 컬처핏 인터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원 타율만 보면 연속된 불합격으로 처참했지만, 서류 전형 다음 전형까지 이어지는 단 몇 번의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한 기업에서 최종 합격까지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전 년도에 취업 및 이직 과정을 공유하시는 다른 개발자분들의 글도 많이 참고했었는데, 대부분 100개 이상의 기업에 지원하시고, 2~3개 기업에서 최종 합격하여 가장 마음이 끌리는 곳을 선택하여 입사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100개 이상의 기업에 지원하지 못했다. 이번 년도 구직시장은 경기불황때문인지 개인적으로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의 공고가 기대보다는 많이 나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눈에 불을켜고 찾아 지원했고 5월부터 10월까지 지원한 기업의 수를 세보니 대략 50개 정도의 기업에 지원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보단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통해 안내하는 JD가 나의 기준에 100% 완벽하게 부합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 들더라도 지원했던 회사들도 많다.

 특히, 지원하는 기업의 수를 일정 기준 이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기업의 수를 5곳이면 5곳, 10곳이면 10곳 정도로 기준을 잡아서 연속된 서류 불합격 통보로 인한 좌절감을 덜어내고 지속해서 이력서를 제출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생각보다 좋은 효과를 주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한 주, 한 달을 만들어주었다.


💡 간단 3줄 요약

  • 집과 내 방이 아닌 곳에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주변 동사무소 도서관을 발견했다.
  • 올해 여름, 인프콘과 유스콘이라는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큰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다.
  • 약 50개의 기업에 지원하여 결국, 이직(취업)에 성공했다.




STEP 4.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이렇게 작년에 퇴사 후,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 합류하여 수료 후 이직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나열해보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도 좋지만 이 이야기들 가운데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는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방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The Good

이직(취업) 성공

 스스로 계획했던 기간 내 이직을 할 수 있었다. 고대하던 1지망의 기업은 아니지만 실무 경험을 통해 트러블 슈팅이나 동료 성장의 경험을 쌓아가며, 또 다음 직장으로의 이직을 꾸준히 준비하기 위해서 입사를 결정했다.

개발자 동료모임 주도

 함께 모이면 개발 이야기로 시작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일상 속에서의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 모임을 주도하여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The Bad

교만적인 태도

 상대방의 수준을 나의 기준으로 멋대로 판단해버리는 좋지 못한 자세로 상대방을 대한다는 것을 종종 느꼈다. 특히 팀장으로 팀 협업을 이끌며,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수준 차이를 잘 공감해주지 못하고 역할 분담을 하는 등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나의 오만한 태도를 카카오 클라우드 스쿨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이를 인지했을 때부터 개선하리라 마음을 다짐했고, 주변 동료들과 회사의 팀원들에게 영향이 가진 안았는지 지속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피드백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항상 스스로를 의심하고 먼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한 후에 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합의하는 겸손한 협업 자세로 무장할 것이다. 다만, 지나친 겸손 또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매 순간 주의하며 살아갈 것이다.


The Ugly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 저조

 기획하여 1차 개발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이직)을 우선해야한다는 핑계로 리팩토링 일정을 명확하게 안내하지 않아 본인과 팀원들 모두 해당 프로젝트에 몰입하지 못했다.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최근 해당 프로젝트 팀원들과 만나 지난 프로젝트 활동 미흡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은 후, 추가적인 개발 일정을 확정했다.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단한 기능 개발이나 리팩토링을 하지 못하겠지만, 서비스의 점진적 개선을 목표로 꾸준히 배포를 완료할 때까지 시간을 내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테스트 코드 응용 부족

 테스트 코드에 대한 흥미가 많아 자발적으로 테스트 코드와 관련된 기술과 방법론들을 꾸준히 학습했지만, 직접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등의 실전 응용을 하지 않았다.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테스트 코드를 학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꼭 사이드 프로젝트나 실무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테스트 코드를 작성해보며 단위 테스트나 통합 테스트, 인수 테스트와 관련된 기술이나 방법론들을 추가적으로 공부하고 주변 동료들과 나누며 테스트 코드의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는 것을 집중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프로젝트 상황에 맞는 테스트 케이스를 정의하고 작성할 것이다.

개발 문서 기록 및 관리 미흡

 평소 좋아하는 재수 작가님이 공유해주신 모닝 페이지와 같이 매일 일상에서의 일정이나 계획들을 모닝 페이지로 작성하는 습관은 들였으나, 개발과 관련된 문서들을 작성하고 관리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다. 개발 문서는 주로 노션에서 작성했는데 문서가 방치되고 최신화되지 않으니 들여다보지도 않게되었다.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일상을 계획하듯이 개발 관련 문서 또한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작성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구에 구애맞지 않고 Mac 메모장이든, 노션이든, 손수 작성하든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가능하다면 팀과 동료들이 리뷰할 수 있는 형태의 짧고 간결한 형태로 하나씩 작성해보려 한다.

독서 부족

부끄럽지만 개발 서적이나 비개발 서적 모두 통틀어 3권도 채 읽지 않았다. 요즘IT에서 작성된 것과 같은 아티클들은 자주 읽고 접하지만 책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읽고 싶은 책 목록은 많이 쌓아두고 구매한 책도 있지만,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등 완독에 집중하지 못했다.

✅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기술과 관련된 서적이 부담스럽다고 생각되면, 보다 속독하기 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서적들로 독서를 시작해보자. 그렇게 먼저 독서라는 습관이 형성되면 기술적 깊이의 내용을 가진 서적들도 읽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생각으로 끝내지 않고, 어떤 책이든 붙잡고 독서를 시작해보는 것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점하고 하루에 한 챕터라도 꾸준히 읽는 버릇을 들이려 한다.




마치며

 그렇게 이직하게 되어, 감사하게도 지난 달부터 개발자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에 적응하랴, 미루고 미루었던 사람들과의 관계 회복을 하느라 나름대로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이어서 쓰고 있다. 아마도 나의 삶 속 크리스마스 이브 중에서 가장 생산적인 하루가 아니었을까?

 2023년 한 해동안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2024년은 더 큰 목표들을 설정해두고 이를 하나씩 정복해가는 주도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 이를 요즘 말로 갓생 살기 라고 부르던데, 갓생과 관련된 글을 찾아보다가 최근에 이 글을 통해 내년의 갓생 살기 프로젝트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올 해는 힘들거나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벼락치기하듯이 살아갔던 기억이 많았는데, 삶을 지배한 무기력증을 탈피하기 위해 하루하루 자발성으로 살아가는 색다른 모습으로 내년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자!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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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 먹기보단 부어 먹기를 좋아하는 개발자

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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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3일

개발자로서 멋진 성장을 하고 있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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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4일

의미 깊은 2023년을 보냈네요! 앞으로의 2024년은 더 뜻깊은 한 해가 될 거 같아 기대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동기부여가 되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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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0일

메타인지 지렸다리 응원합니다 사우님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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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정말 멋지게 살아내셨군요! 도전받고 갑니다.
즐겁고 재미나며 치열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 2024년 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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