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시점은 23년도지만 입대 시점은 2019년이라, 모집과 관련된 내용은 2019년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
현재와 다를 수 있으니 모집 관련 내용은 병무청 홈페이지 참고 바란다.
자격증
정보처리기능사, 정보처리산업기사, 정보처리기사 외 etc.
이 부분은 그냥 모집 홈페이지 참고하는 게 낫다.
자격증 가산점이 12인가 14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정도면 당락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공
정보보안 관련 학과면 2점의 가산점이 있다.
나는 여기에 해당되어 2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경력
뭐든 쓸 수 있는 것 같아서 학교 CERT에서 2개월간 일한 걸 썼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산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면접에서 이에 관해 질문받은 것도 없다.
나는 총 세 번을 지원했는데, 세 번 다 똑같은 항목을 체크했다.
3~4월 입대로 지원했을 때는 후술할 이유로 시험 및 면접에서 탈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5~6월 때는 경쟁률이 높았던 건지 서류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7~8월 입대로 붙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전부 객관식 또는 단답형이었다.
3~4월에는 시험지 뒷면을 안 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험 보고 나와서 친구가 너 이거 답 뭐 썼냐고 했고, 나는 그런 문제가 있었냐고 했다.
면접도 보긴 했지만 질문이 뭐였는지, 어떻게 대답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5~6월에는 서류 탈락.
7~8월 지원에는 질문이 3개였다(순서는 다를 수 있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 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에 "아직 모자란 점이 많기 때문에 정보보호병으로 복무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게 좋게 보인 건지, 시험에서 갈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1지망인 8월 입대로 합격해서 복무를 마쳤다.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1. 육군훈련소
2. 육군정보통신학교
3. 자대(나는 육군군수사령부였다.)
뭐 별다를 게 없다. 그냥 일반병이나, 다른 특기병이랑 똑같이 생활한다.
다만 내 경우에는 혹서기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다만 7월 끝자락 또는 8월에 입대한 경우 입대일에 따라 훈련소 기간 동안 9월이 될 수 있다.
즉 훈련소 기간 동안 혹서기가 끝날 수 있는데, 이 때 하는 훈련은 그대로 받아야 한다.
나는 8월 초 입대라 마지막 주에 하는 훈련(각개전투 등)만 받았다.
훈련소를 마치면 통신 관련 특기병끼리 모여서 정보통신학교로 이동하게 된다.
나는 좀 특이한 경우였는데, 같은 분대에 정보보호병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친구가 같은 중대의 다른 소대였다.
대학 동기도 같이 입대했는데, 얘는 바로 옆 중대였다(그래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음).
결론부터 말하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자대 생활보다 즐거웠다.
정보통신학교에는 특이하게 부대 내에 군장점이 있다.
여기서 군번줄도 새로 맞출 수 있다. 훈련소 때 받는 군번줄과 폰트가 달라서 이쁘다.
그밖에 ROKA 후리스, 육군모 등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다.
나는 정보통신 병과 배지와 군수사령부 배지를 샀던 것 같다.
사실 이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교육이 중요할 것이다.
해킹이나 보안 쪽으로 깊게 들어가진 않고,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교육을 마치면 마지막에 시험을 보는데, 여기서 1등하면 휴가 준다.
물론 난 못 받았다.
자대 얘기는 길어질 것 같아 따로 빼서 서술한다.
운이 좋아야 한다. 병사 개인의 학력이나 커리어, 정보통신학교에서의 성적같은 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운이 좋아야 한다. 나는 순수 뺑뺑이로 알고 있다.
정보보호병에 대해 좀 알아본 분들이라면 큰 부대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을 듯 하다. 좋은 부대, 소위 꿀보직에 관해서는 아래에 서술한다.
이건 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내가 정보통신학교를 마치기 전에 정보보호 조교 자리가 있어야 한다.
타이밍이 맞는다면 조교를 뽑기도 하는데, 무조건 지원할 것.
일단 큰 부대는 아마 3성급 이상을 말하는 경우가 보통일 것이다.
대충 부대 이름이 ~사령부면 일단 선방한 거라고 보면 될 듯. 물론 2성급 사령부도 꽤 있다(항공작전사령부, 미사일사령부 등).
작전사령부(여긴 4성급)와 몇 개의 2성급 사령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령부는 3성급이다.
내 주변에 사단 정보보호병으로 입대한 케이스가 두 명밖에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냥 큰 데가 낫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좋은 얘기는 못 들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케바케다.
큰 부대일수록 예하 부대가 많다. 따라서 관리할 부대가 많다. 즉 확인하고 보고 받을 사항이 많다.
실제로 입대 동기 중 한 명은 4성급 부대로 갔는데, 상당히 고달파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부대가 좋다고 얘기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환경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병사든 간부든), PX 등 인프라, 막사, 생활관 등의 환경 여건이 군 생활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큰 부대라고 괜찮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부대라고 이상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만, 확률적으로는 그렇다.
나는 육군군수사령부(3성급)였다. 앞에서 말했듯이 일단 선방했다.
사실 가장 큰 장점은 본청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 그러니까 군복을 입고 있지만 군화는 벗고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에 있었다. 군화를 신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막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소대장 등 직속상관과 마주칠 일이 매우 많다. 하지만 나는 그럴 일이 매우 적었다. 이것도 꽤 큰 장점이다. 전역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괜히 마주쳤다가 머리를 빢빢 깎이기라도 하면 분노가 차오른다.
전화 받는다. 동사무소 직원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다른 부서에서는 CERT를 '컴퓨터 좀 할 줄 아는 애들' 정도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CERT로 전화해서 "프린터 좀 잡아주세요" 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원래는 네트워크 접근 통제 체계라는 걸로 우리 부대와 예하 부대의 사용자(의 PC)들을 관리하고, 간간히 사이버 보안 관련 훈련도 하고... 이런 것들이 주 업무지만 막상 해보면 자질구레한 일들도 많이 하게 된다.
매번 "아 저는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아니고, Computer Emergency Response Team이라고, 침해사고대응팀 소속이구요, ..." 이런 해명을 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고.
그래서 전공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친구는 스크립트를 짜서 부분적인 업무 자동화를 하기도 했지만, 이건 정보보호병 업무라서 한 게 아니라 걔가 하고 싶어서 한 것.
뭐 나도 업무용
다시 말하면 활용하려고 하면 활용할 데야 있겠지만, 그냥 적당히 일하고 일과 시간 후에 공부하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경험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리 전공지식과 별 관련이 없더라도 적어도 위병소에 서있거나 운전하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는가?
근데 난 운전병이 더 재밌어 보이긴 했다. 통근버스 썰이 맛깔나는 게 좀 있었다.
불침번을 서거나 CCTV 근무를 하면(일반적으로 2시간씩 교대인 듯) 자다 깰 수 밖에 없는데, 난 자다 깨면 다시 못 자는 편이라 나에게는 이게 상당히 큰, 어쩌면 가장 큰 메리트였다.
정보보호병은(적어도 내가 아는 모든 정보보호병들은) 기본적으로 당직 근무 형태다.
부대에 따라 주야비, 주야비비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나는 그냥 매일 주간 근무를 하고, 야간 근무를 서는 날에는 야간 근무까지 서고 다음 날에는 근무자 취침(근취라고 함)을 하는 방식이었다.
주야비는 각각 주간, 야간, 비번을 말한다. 즉 주야비는 오늘은 낮에 일하고, 내일은 밤에 일하고, 그 다음날은 쉰다는 얘기.
근데 야간 근무도 적응되면 할 만 하다. 밤샘에 익숙해진 게 이 때부터였나...
자다 깨는 것 말고 다른 당직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근무자 취침이다. 어제 밤 샜으니까 오늘은 쉬라는 건데, 근무 교대하고 아침밥 야무지게 때리고 근무자 취침실에 누우면 조삼모사인 걸 알면서도 참 행복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만큼 푹 잔 적이 없다.
이건 운이 좀 따라줘야 한다.
정보보호병이 일하는 CERT는 기본적으로 상주 인원이 있어야 한다.
즉 내가 상주 인원이 되면 훈련을 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운이 바로 이것.
다른 부대들은 CERT에 정보보호병이 3~4명은 되던데, 우리 부대는 이상하게도 정보보호병이 2명 뿐이었다. 그래서 병사 중 한 명은 사무실에 있어야 했고, 그건 나였다.
부조리가 아니라 당시 후임이 자대 배치 받고 온 직후라 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이다.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다만 이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소대장 등 간부가 근무표를 편성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 부대의 경우 병사들이 유연하게 편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어쩌면 당시 소대장님이 이상한 분이었다면 '유연하게'라는 핑계로 귀찮은 일을 넘겼다고 생각했겠지만, ROTC셔서 그런지 병사들에게 잘해주셨다. 사실 애초에 병사가 편성하는 게 더 합리적이긴 하다(부조리의 위험이 있긴 하지만).
앞서 말했지만 정보보호병 업무와 관련 전공 지식이 관련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정보보호병으로 입대했다면, 정보보호 관련 부서에서 관련 업무를 한다.
이 말은 나와 비슷한 필드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거나,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들과 같은 부서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분과 친해져서 그분이 전역하면서 Eclipse를 주고 가셨고, 덕분에 아까 언급했듯이 업무용 툴도 만들었다.
국방망에서 이클립스로 개발을 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천운이었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모든 컴퓨터에 JRE가 깔려 있으니 메모장으로도 할 수야 있었겠지만 난 그럴 자신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와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될 수 있다.
이건 같은 병사 뿐 아니라 간부(군무원이든 현역이든)에게도 해당된다.
다만 본인의 사회성과 업무 처리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군대는 일 잘하면 장땡이고 일 못하면 대접받기 힘들다.
나는 빠릿빠릿하게 일을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어쩌다보니 지금도 당시 같이 일한 분들과 간간히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그래도 사회성은 나쁘지 않았나보다...
공군 정보보호병 친구도 한 명 있고, 해군 정보보호병 친구도 한 명 있다.
일단 해군 친구는 배를 타본 적이 없고, 공군 친구는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공군은 잘 모르겠지만 해군의 경우 정보보호병은 무조건 해군 사이버작전센터(대전에 있음)로 가는 듯 하다.
그만큼 편제도 적어서 경쟁률도 높긴 하지만.
공군 친구는 복무 기간이 가장 긴 대신 매 달 휴가가 주어졌다. 그 친구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게 모든 공군에 해당되는 얘기인지, 그 부대만의 방침인지는 모르겠다.
해군은 휴가가 특별히 많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괜히 복무 기간만 길고, 원래 해군 밥이 맛있는데 밥도 육군 밥 먹는다고 한다.
공군도 괜찮아 보이지만 공군 정보보호병을 한 동아리 선배는 "공군 시험 잘 봐도 원하는 곳에 자리가 안 나면 그냥 이상한 부대 가서 2년 동안 전화 받다가 나오니까 그냥 육군 가서 군생활 짧게 끝내셈. 그냥 X발 육군 가!!!!!!!!!!!!!!" 라고 했다.
그냥 육군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