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7(화) ~ 2023.06.29(목)
나는 2021년 2월에 전역해서 2022년부터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올해가 2년차고, 작년에는 학생 예비군을 했어서 동원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냥 예비군 훈련 하는 부대 가서 2박 3일 동안 거기서 먹고 자고 훈련받는 것이다.
잠은 생활관에서 잔다. 그냥 군 생활 복습하는 개념이다. 근데이제 선임이 없고 간부들도 존대말 하는..
기본적으로 관물대가 세팅되어 있다. 방탄모, 탄띠 등 기본 장구류와 두루마리 휴지, 마스크, 기타 서류와 펜이 있다.
작년에는 학생 예비군이었고, 게다가 과학화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은 탓에 솔직히 뭘 한 건지도 모르겠다.
동원 훈련은 나도 처음인데, 훈련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부대 특성과 관련있지 않나 싶다.
나는 집 근처의 모 공병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다.
나는 후방의 비전투 부대에서 정보보호병으로 복무한 탓에 텐트를 쳐본 적이 없다. 근데 거기서 한 번 시범을 보여준다(물론 현역병들이). 보면 대충 알게 되니까 그냥 따라하면 된다.
안보교육은 다들 알고 있을 그 내용이다. 뒷자리에서 휴대폰 하는 사람도 꽤 있었는데, 난 괜히 책잡히기 싫어서 그냥 교육을 들었다.
졸지 말라고 그런 건지 달달한 것도 줬다.
이 때가 가장 빡세다. 야간 훈련까지 있다.
사격장은 다른 부대에 있었다. 같은 단 소속의 다른 대대였는데, 거리가 꽤 돼서 버스로 이동했다.
영점 사격 없이 대충 PRI랑 총기 분해 및 조립 한 번 해보고 바로 쐈다.
못 쏴도 불이익은 없다(애초에 영점도 안 맞으니까).
모두가 아는 그것이다.
철항이니 항타기니 하는 것들을 나는 처음 봤다. 공병부대라서 이런 훈련을 한 것 같다.
사진 상에서 땅에 박고 있는 철기둥이 철항, 그걸 박기 위해 내려찍는 (양쪽에서 잡고 있는) 도구가 항타기다.
사진과 같이 3인 1조로 한 명이 철항이 비뚤어지지 않게 잡고 두 명이 항타기로 내려찍는 역할을 했다.
철항을 다 박은 후에는 거기에다가 철조망을 건다. 이건 다른 조가 했다.
이 때는 철조망을 걸 때는 당연히 보호 장갑을 주고, 완전 말려있는 걸 풀어내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걸 하다보니 밤이 되었다(여름이라 해가 짧다).
분대용 텐트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엄청 크다.
A팀과 B팀을 나누고, A팀이 먼저 텐트를 쳤다. 나는 B팀이었다.
A팀이 치는 동안 B팀은 그냥 보고 있었는데, 대대장님이 와서 훈련 어떻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했더니 돌아가셨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 훈련이 중단되었다. 대대장님이 훈련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어 훈련을 중단한다고 하셨다고 들었다.
감사합니다.....
이 때가 22:30 쯤이었고, 원래 일정 계획보다 90분 정도 일찍 끝났다.
기상 시간은 07:30이었다.
사실 훈련을 늦게까지 하는 건 크게 상관 없었는데, 습도가 80~90%정도였다.
말도 안되게 습했다는 얘기다. 훈련은 할 만 했는데 날씨 때문에 힘들었다.
낮에는 기온도 너무 높아서 실내에서 했지만 화생방 보호의 입고 벗고 한 번에 온몸이 끈적해졌다.
별 거 없고 들것에 사람 얹어서 이동하는 방법이랑 심폐소생술 배웠다.
부대 내에 다른 건물로 이동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구급법 훈련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생활관에서 자다가 총기를 받아 손질했다.
사실 사격은 훈련 시에 지급받은 총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손질법을 훈련하는 게 목적인 듯 했다.
근데 딱히 통제도 없고 해서 강중유, 윤활유 없이 청소포로만 닦았다. 아니 애초에 쓰질 않았는데 굳이 강중유까지 쓸 필요가..?
도구도 따로 주기 때문에 최대한 빡빡 닦았다.
정말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볼드체로, 권장사항은 이탤릭체로 표시하겠다.
그 외의 것들은 그냥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
딱히 금지 물품은 없으니 이외에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챙기시길.
PX에서 어지간한 건 다 살 수 있다.
하지만 PX가 공사 중이라면? PX가 닫혀 있다면?
그냥 챙겨가는 게 좋다.
가방에 자리가 많다면 그래도 되지만... 가방 무겁게 그럴 필요 없다.
다이소 화장품 코너에 가면 공병 판다. 거기에 담아서 가는 걸 추천한다. 두 통에 1000원밖에 안 한다.
이거 중요하다.
내가 있던 생활관은 서로 말도 안 하고 완전 개인 플레이라 서로 뭘 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경우는 드라이기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른 생활관은 벌써 말을 놓기도 하고, 상당히 친근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난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
내 생활관은 서로 정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군복만 입으면 이상하게 피곤해져서 차라리 이게 나았다.
그래도 적당한 스몰톡은 괜찮지 않나 싶다.
현역병한테 몇 만 원씩 쥐어주고 이런 건 못 하게 하고, 그냥 PX에서 아이스크림 사주는 정도는 괜찮다고 안내를 받는다.
꼭 그런 거 아니어도 뭐 고맙다, 수고했다 정도의 말은 해주자.
그들의 고충은 우리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그래도 입을 수 있는 정도였는데, 살이 많이 찌거나(매우 많다) 벌크업을 많이 한 경우(거의 없다) 현역 때 입던 군복을 못 입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거기서 대여해주는 것 같았다. 아니면 현역 간부 중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간부피복쇼핑몰에서 하나 사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규정에 어긋나는 건지는 모르겠다.
입소는 모르겠는데 퇴소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태워다주는 버스였는데, 나는 가족이 데리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타지 않았다.
퇴소 날에 어디까지 가는 버스라고 알려주니 필요하면 타시길.
고무링 없으면 PX에서 사라고 하거나, 심하면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길래 일단 챙겨 갔는데... 고무링은 커녕 그냥 풀어헤치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소한 가방에는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일단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고무링과 마찬가지로 심하면 퇴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특별히 지적하진 않았고, 없는 사람들 체크해서 빌려주는 것 같았다(자세히는 안 봐서 모르겠다).
그냥 안 쓰는 걸 추천한다. 학생 예비군 때는 휘황찬란한 전역모들이 간간히 보였는데 동원에서는 한두 명밖에 못 본 것 같다.
나중에 딴소리 할까봐 일단 받아왔다.
제출할 데가 없더라도 일단 받아두는 게 안전빵이지 싶다.
예전에는 걷는다고 들었는데, 걷으려는 기색조차 안 보였다.
휴대폰 사용에 관해서는 거의 터치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냥 교육이나 훈련 도중에 쓰지 말아달라는 정도.
그나마도 중간에 휴식 시간을 많이 주고, 휴식 시간에는 휴대폰을 쓰게끔 한다.
당연히 썩 가고 싶지 않았다.
사실 너무너무너무 가기 싫었는데, 별 수 있나.. 오라면 가야지...
하지만 막상 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오랜만에 머리를 비울 수 있었다.
그냥 하라는 거 하고, 밥 먹으랄 때 자고, 자라고 할 때 자고 일어나라고 할 때 일어나면 그만이다.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오히려 리프레쉬가 됐다. 물론 내년에 하면 또 다른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너무 거부감 가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나 역시도 현역 복무 당시 이런저런 부조리를 겪은 사람이고, 그 탓에 군대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고, 그래서 더 훈련 받기가 싫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필요한 물건을 안 챙기면 좀 귀찮아질 수 있으니 준비물을 잘 체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비역, 현역 모두 빠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