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0원 이상 구매 시 배송비는 무료가 된다고 해봅시다. 일반적인 경우 배송비는 5,000원, 이런 조건이 있을 때, 누가 3,000원 짜리 1개, 28,000원 짜리 1개를 사서 배송비 무료 기준을 넘겼어요. 그러면 배송비는 무료니깐 31,000원만 결제하면 되겠죠. 근데 부분적으로 구매 취소가 된다고 하면 3,000원 짜리 하나만 구매 취소를 요구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면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3,000원 짜리를 환불하는 순간 유저의 결제 금액은 28,000원이 되니깐 배송비 무료 정책 기준보다 낮아져요. 그러면 이전에 내지 않은 배송비를 내는 게 맞으니까 배송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는 게 맞겠죠? 근데 돌려 받을 돈은 3,000원인데 배송비가 5,000원이니깐, 구매자가 돌려받을 금액은 마이너스 2,000원인 거에요."
"와, 환불을 했는데 돈을 더 내라고 하네요?"
나는 실제로 커머스에서 개발을 하면서 이런 골 때리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것인데, 환불을 했으니 돈을 더 내라는 말은 고객에게 납득될 리가 없다. 아무리 자기가 정책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한들, 환불이 결제로 이어지면 바로 항의를 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저런 경우를 봐주게 된다면, 저걸 악용해서 배송비를 안 내는 얌체족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저런 경우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서, 문제가 불거질 요소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가령 부분 환불을 막아버리거나, 저런 특정한 경우에는 환불을 못하게 제한을 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런 상황을 대표에게 공유해서, 정책 단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굳이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것 없이, 배송비보다 저렴한 물건을 올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만 관리해준다면 애초에 발생할 일 없는 문제니깐. -물론, 직원이 늘고 줄어드는 과정에서 이걸 잊어버리거나, 사람의 실수가 발생할 수는 있겠다-
"아니,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밍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뭐 하는 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반대로, 비즈니스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편견일 수 있지만, 개발자는 너무 기술 욕심이 커도 위험하다. 위험하다는 건 그 사람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그 사람이 속한 조직에게도 위험하다는 뜻이다. 프로그래밍적인 해결 방법이 우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는 개발자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직군도 저마다의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을 텐데, 프로그래밍만을 고집하는 건 오만할 수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참신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회사에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건 무리한 말임을 알지만, 적어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만약 개발자가 아니라 대표였다면,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가 몇 시간 씩 알고리즘을 고민하는 걸 좋게 바라볼까?
사실 그렇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근데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