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서의 3개월

ivor·2023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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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기 한번 써놔야겠다'라는 다짐이 참 늦게 행동으로 옮겨졌다.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역시 천성은 바꿀 수가 없나 보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블로그 작성을 시작했던 것은 순전히 취업을 위해 개인 블로그를 꼼꼼히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에 대해 회의감이 차오르고 있었다. 알맹이 없이 껍질만 남은 듯한 글을 쓰는 것에 지쳐있었다.
거기에 다른 할 일들도 많았다. 후술하겠지만 아카데미에서 꽤나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때문에 뒤늦은 합격기 작성하게 되었다. 아니, 합격기라기보단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의 임시 후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 합격하다

이 메일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최종 면접을 본 지 약 1~2주 정도 지났을 시점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내가 합격하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않았다. K-겸손이나 기만 혹은 상투적 표현이 아니다. 나는 최종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함께 면접을 본 사람들의 경험이 정말 다채롭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전공자도 있었고 비전공자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일하다 온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당시의 나는 이해하지 못하던 iOS 관련 주제로 면접관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면접 시간동안 적극적으로 나를 어필하고자 노력하긴 했지만 제대로 어필이 됐을지 의문이었다. 결정적으로 개인 질문을 단 하나도 받지 못하고 면접을 마치게 되었고,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노트북을 닫았을 땐 꽤 씁쓸한 심정이었다. 불합격을 생각하며 '이제는 또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에 지원해야 하지'하는 막막한 심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최종 발표까지 1~2주는 우울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합격할 수 있었다. 면접은 알 수가 없다. 면접장에서 발견하는 여러 징조들로는 그 결과를 파악하기가 참 어렵다. 어찌됐건 저 메일을 받은 후 극도의 흥분 상태로 며칠을 보냈고, 부랴부랴 포항 생활을 준비하며 아카데미 시작일을 기다렸다.


아카데미에 적응하기

아카데미는 확실히 남다르긴 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단어로 표현해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혼자보단 여럿이고, 앉아있기보단 움직이고, 배운다기보단 일한다에 가까운 것 같다.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더 높은 집중도를 요했다. 아카데미가 시작하고 초반 몇주간은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세션시간동안 굉장히 몰입했다.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포항에 내려오면서 스스로 딱 한가지만 다짐했다. '이전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자'. 변하기 위해 내려온 만큼 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손을 들어 발표하고, 모르는 걸 창피해하지 않기로 했다. 간간히 기록하던 습관이 없어진 건 문제지만

이제 적응은 마친 것 같다. 그동안 두번의 MC(Mini Challenge, 일종의 팀 프로젝트)를 거쳤고 이제 다가오는 주부터는 NC(Nano Challenge, 개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포항에 내려올 때의 다짐을 다시 되새기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겠다.


두번의 MC, 그리고 고민

아카데미에 지원할 때부터 나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었다. 세부 분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쨋든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두번의 MC를 거치며 고민이 많아졌다.

개발에 관심을 가진 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아서'였다. 프로그래밍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현 시대에 프로그래밍만큼 강력한 툴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자유자재로 구현해내기 위해선 개발을 알아야할 것 같았다.

MC1, MC2를 거치면서 정말 낮은 단계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경험을 했다. 대주제 하나만 던져지고 팀원들과 바닥부터 결과물을 만들어갔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취합하고, 다듬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재밌었다. 개발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묘한 설렘 같은 게 느껴졌다.
이거 꽤 재밌는데..?

그러다보니 기획자에도 관심이 생겼다. 여전히 개발도 재밌다. 프로그래밍이 아이디어 구현의 가장 강력한 툴 중 하나라는 생각도 여전하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그 자체', '팀원들을 포함한 가용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일'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

각 MC가 끝나고 팀원분들께 받은 피드백도 이러한 생각에 한몫 했다. 정말 고맙게도 '리더, PM으로써의 역할을 잘 해줬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흥미도 가는데 적성에도 꽤 잘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각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더 경험해봐야겠다. 아카데미는 이러한 탐색에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개발자일 수도, 기획자일 수도 있고, 디자이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사실 디자이너는 좀 힘들 것 같다. 흥미는 있는데 아직 실력이...) 나중에 포항을 떠날 때엔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아는 상태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기록을 틈틈히 할 생각이다. 포트폴리오이자, 일기장이고 학습 노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내 모습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아카데미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접한 유용한 지식들을 잘 정리해놓으면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뒤늦은 후기를 작성하다보니 처음에 느꼈던 기대감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다. 다음 3개월, 그리고 그 다음 3개월도 새로운 마음으로 잘 준비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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