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de] 부트캠프 10일차의 같잖은 회고

OROSY·2021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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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캠프에 대한 생각

벌써 위코드의 2주차 목요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눈을 뜨자마자 위워크에 와서 맥북과 씨름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약 10일밖에 안된 햇병아리가 감히 위코드에 대해 짧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개발자 시장이 매우 뜨거운 것처럼 부트캠프에 대한 의견도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제가 경험하고 있는 위코드는 3개월 안에 절대 개발자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해당 위코드 홈페이지에서도 광고하는 것은 바로 이 문구입니다.

단 3개월- 바로,
위코드에서 개발자가
되는데 필요한 시간

위코드는 본인들이 개발자로 만들어준다고 광고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보면 더욱 이해가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Only 3 months, the time you need to be a developer at Wecode.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함축된 의미를 풀어보자면, 결국 우리 위코드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면 누구나 개발자가 되기 위한 충분한 장소, 강의 자료와 같은 리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위코드의 리소스 중의 하나인 멘토나 코치들은 우리들은 최대한 서포트하고 끌어주려 노력할 것이지만, 결국 결과는 너의 몫이다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개발자로서의 취업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비전공자인 저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33살의 영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영어영문학과의 졸업생인 저조차도 현재까지의 취업 상황들은 저의 노력을 감히 어느 누구도 폄하할 수 없을만큼 모두 녹록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은 좌파 혐오, 우파 혐오, 남성 혐오, 여성 혐오, 노인 혐오, 젊은이 혐오 등 모든 상황에서 혐오라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슈카월드의 유튜브에서 말한 것처럼 혐오는 2021년의 키워드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공자들의 입장에서 단순히 3개월 만의 시간으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 저같은 사람들을 제대로 된 개발자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끔 보면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부트캠프 시장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부트캠프나 이 곳의 졸업생들을 혐오하는 글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혐오라는 단어로 무엇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저로서는 썩 달갑지가 않습니다. 저는 생각이 사람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익명의 글로써 혐오를 나타내는 것 자체에 대해 그 사람이 실제 생활에서도 그럴 것이다라고 미리 판단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방도 저를 그렇게 대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노력은 단순히 부트캠프, 비전공자, 지름길이라는 단어로 미리 규정하고 판단하여 저를 바라보게 된다면, 이러한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저의 몫이 될 것인데 왜 저와 같은 분들이 그렇게까지 노력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어리고 어린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 컴퓨터 공학과라는 전공을 어렸을 적부터 비전이 있다라고 분석해서 입학하여 현재 멋진 개발자로 성공하신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분들이 한국에 대체 몇 분이나 계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서 기억나는 꼭지 중의 하나는 본인이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단순히 좋아해서 선택한 전공 등 어떠한 선택의 이유든 그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좋아했고, 문학을 읽으며 책이라는 창구로 여러 인물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IT와 관련된 전공들을 선택하고 전공하신 분들 중의 정말 극소수는 본인들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하실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미 미래를 보고 판단했어. 그렇지 않고 단순히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한 너희들이 이제서야 부트캠프라는 지름길로 우리랑 동일선 상에서 경쟁을 하고 싶다고? 진짜 아주 극혐이구나.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본인의 생각이 이미 맞고, 너희들은 틀렸다라는 가정 하에 대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저의 시간만 아까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시간이 소중하듯 저의 시간도 소중하니까요.

다만, 현재 위코드에서 새로운 길에 저마다의 스토리와 용기를 갖고 함께 매일매일 약 12시간의 코딩을 통해 주니어 개발자라는 같은 목표로 걸어나가고 있는 24기 동기분들을 옆에서 바라보자면, 가끔 모두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뿌리 깊게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미 친해지신 몇몇 동기분들과 주말에도 게더 타운이라는 메타버스에서 만나서 모각코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어떠한 이들에겐 폄하받을 일이겠지만, 적어도 옆에서 바라보는 저의 입장에서는 감히 어느 누구의 노력도 높고 낮음을 계량할 수 없습니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남'에 대해서 쉽게 재단하며 혐오를 부끄럼 없이 표출하는 모든 이들에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보내며 그들의 인생에서도 누군가에게 함부로 평가 받는 것이 썩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면, 그 혐오의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경쟁이라는 틀 안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겨우 열흘 간의 부트캠프를 경험한 같잖은 위코더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남겨보았습니다. 저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반대하시거나는 사실 저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현재의 저를 기억하고 싶기에 남기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이 적어도 원하고 바라는 일들이 쉽게 얻어지기보다 어려워서 실패를 하고 넘어져도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자바스크립트가 빡치게 해서 하소연을 했고 순대국밥을 먹으며 신나게 떠들고 나니, 다시 새롭게 해보자는 용기가 생기게 해준 위코드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들에게 저의 글이 잠시나마 위로와 위안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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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a matter of a direction not a speed.

2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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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2일

같은 입장에서 좋은 위안의 말이에요. 분명 안좋게 보는 시선이 있고, 무책임한 특정 광고가 어그로를 많이 끄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와 별개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을 그저 자격 없이 그들이 이룬 금자탑에 편승하거나 도망쳐온 난민처럼 표현해서는 안되지요. 싸잡아서 욕하는건 참 간편해요. 독창적인 인사이트는 자주 이질적인 분야와의 컨버전스에서 탄생했는데 말이죠. 결국 인적 자원의 가치는 시장이 판단하고 산출물이 말해줄 것입니다. 함께 힘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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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3일

잘 읽고 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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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3일

태수님 보면서 항상 더 열심히 하게됩니다✨
24기 동기로 만나서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선 제 자리에서 제 걸음속도로 차분히 계속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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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3일

개발자 문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연결되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프로그래머들이 꼭 모두 전공자 출신이거나, 학사졸이 아니듯이요.
기존 형식에 의문을 가지고 틀을 깨는 것이 개발자문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추세와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배척은 개발자 커뮤니티가 젊고 건강하게 유지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회가 팍팍하기에, 피로감으로 인한 성급한 일반화가 빈번한 최근이지만, 태수님 글 덕분에 오늘도 용기내어 새로운 도전을 꿋꿋이 이어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모든 분들께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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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3일

좋은 마인드 셋 가지고 계시네요~😁
위코드 과정속에서 꾸준히 지긋하게 할수 있는 근력을 키우세요.
현업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제가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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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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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4일

멋진 글이네요! 컴퓨터만큼 차별없는 필드는 적다고 생각해요.
컴퓨터가 프로그래머를 차별해서 전공자가 짠 코드만 빠르게 실행시키지는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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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5일

현재 같은 위코드에 다니고 있고 같은 커뮤니티를 공유하는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고 걱정하고 생각했던 문제였다보니 상당히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길을 선택했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미 갖춰져있는 시장에서는 아무리 자유로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이 들면 굉장히 보수적이고 배척하게 될 수 밖에 없게 되니까요.

그런 편견들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엔 우리가 잘 해야 하고
우리의 행동과 실력으로 그들에게 다른 생각을 심어줘야 하기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 만큼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고,
속으로만 생각했던 부분들을 이렇게 시원한 글로 볼 수 있어서
이번 주 주말은 잘 마무리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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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5일

전주에서 임베디드 시스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22살 문연수입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전술하신 고등학생 개발자 예시가 저를 말씀 하시는 것 같아 살짝 움찔 했습니다 ㅎㅎ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주변 개발자들 중 그 누구도 부트캠프라는 이유로 혐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 역시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가 서울대 졸업생인지 지잡대인지, 부트캠프 출신인지 아닌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전혀 관심없습니다. 애초애 저도 고졸(대학 자퇴, 최종학력 고졸)이구요.

제가 관심있게 보는 것은 오직 코드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러할 겁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출신만 보고 혐오하시는 분들도 (정말 드물었지만) 있습니다만 저 역시 그게 옳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그러나 제 주변 개발자들이 혐오하는건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반대로 문제만 일으키는 얼빠진 개발자들을 혐오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부트캠프 혐오는 절대로 단기간에 배웠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생각치 않습니다.

부트캠프 출신? 그 누구도 그런거 관심 안 가집니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생각합니다. 코드로, 그리고 능력으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 부트캠프라는 훤소는 바람처럼 사라질겁니다. 고졸에 취직한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Talk is cheap, show me the code.
- Linus Benedict Torvalds

아마 힘들기도 하고,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프로그래밍은 노력한만큼 결과로 나옵니다. 재능도 별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신다면 오로시님이 원하는 목표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문연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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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6일

26기 입소(?) 대기 중인 개발자 지망생입니다.
벨로그에 요즘 핫한 글들 보고 저도 반감이 참 많이 들더라구요.
생각이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지만
비판이 아닌 비난의 성향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에 부트캠프와 위코드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 더더욱 그랬는지도요.

늦은 나이에 심사숙고해 내린 나의 결정과 판단을
그들이 부정하는 거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대, 허위 광고를 하는 부트캠프에 대한 비판,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용의 면면을 보니 해당 학원 혹은 부트캠프 출신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듯한 표현들이 더러 보이더라구요.

꼴랑 몇 명이 프론트/백엔드 나눠서 진행한 것도 프로젝트라 한다는 둥,
뭘 물어보면 들어는 봤다며 아는 척한다는 둥.

우월감에 젖은 시선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불쾌한 마음이 들었네요, 저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가르쳐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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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6일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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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7일

잘읽고 갑니다 😄😄.

개인적으로
나는 고등학교 때 이미 미래를 보고 판단했어. 그렇지 않고 단순히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한 너희들이 이제서야 부트캠프라는 지름길로 우리랑 동일선 상에서 경쟁을 하고 싶다고? 진짜 아주 극혐이구나.
라고 생각하시는 개발자분들중에서 주변인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개발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열린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야하는 직군인 만큼 이렇게 타인에 대해 닫힌 생각과 태도를 지니다보면 개발자로서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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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7일

주니어 개발자로의 목표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