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Ubuntu
를 설치하려던 이유는 다짜고짜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다. 한창 이론에 치중하다 보니 실습 및 실험에 소홀했다 반성하던 시기였기에, 준비 없이 우선 뛰어들어보는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이렇게 마음을 굳혀서일까? 다른 이유도 속속 생각났다. 우선 구입할 노트북을 OS free로 구매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CLI
에 익숙해지고, apt
를 사용해 여러 개발 도구를 손쉽게 설치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게임이 안 깔리니까! wine? 그게 뭔데요? 지지
22년 12월, 전역 기념으로 Samsung Galaxy Book2 pro를 구매했고, Ubuntu 22.04 LTS
를 설치했다. 그리고 그렇게, Ubuntu
와 함께한지 만 1년이 지났다.
Ubuntu
를 설치하고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단 사실을 깨달았다. 해결하기 위해 pulseaudio
도 설정해 보고 alsamixer
도 건드려 봤지만 어림도 없었고, 그나마 유효해 보이는 방법으로 적당한 realtek driver
를 설치해 보는건 시도하기 어려워 보여서 포기했다. 어차피 이어폰을 쓸 일이 더 많을테니까...
snap
을 통해 설치한 vs-code에서 한글 입력이 안 됐다. 찾아보니 Ubuntu
에서 채택한 i-bus
라는 keyboard 입력 프로그램과 snap
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deb
를 통해 수동 설치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설치 과정에서 자동으로 apt repository
를 등록하는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자동 update가 안 되어서 수동으로 최신 버전의 .deb
를 받은 다음 삭제 후 재설치해야했다. 게다가 snap sotre
를 통해 버전을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권한 부족이나 update 할 프로그램이 실행 중이라는 이유로 download가 실패하는 일이 너무 빈번했다.
노션과 같은 프로그램 또한 Native(Official) App이 없어 User Community Version에 의존해야 했다. snap store
의 카테고리 로드 속도는 너무 느렸고, apt
에 repo를 등록하는 과정도 지난했다. 특히 Official Doc에 안내된 repo야 등록하면 그만인데, blog 등을 통해 "대충 ~~하면 해결되더라!"인 repo를 등록하려니 신뢰할 수 없어서 망설이곤 했다.
그래도 그만하면 쓸 만했다. 특히 c/cpp
컴파일러 g++
를 무료로 사용하면서, wsl
설정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됨에 편안함을 느끼면서, 이 시점까지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ssh client
와 같은 기본 도구가 미리 설치되어 있고, mysql-server
와 같은 프로그램은 windows
보다 설치가 간편했다.
대학 생활을 보내며 하나둘 사소하지만 불편한 일이 쌓였다. 우선 kakao talk
을 설치하지 않아서 학생들과 교류에 어려움이 있었다. 팀플 과정에서 zoom
링크나 보고서를 kakao talk
에서 discord
로 옮기고 다시 열어보는 귀찮은 과정을 감수했다.
어쩌다 프로그램을 하나둘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한글 타이핑이 되지 않아 재설치해야 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ML
강의 과제를 위해 AI-hub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installer 지원 문제로 20.04 LTS
로 다운그레이드해야 하기도 했다.
사실 Mac과 Windows에 더해서, Ubuntu 20.04를 지원한게 더 신기한 일일지도?
예상외로 정부 사이트는 생각보다 사용할 만 했는데(물론 사용한 일이 거의 없었지만) 의외로 학교 사이트가 상당히 귀찮았다. 필수 이수 강의를 시청하려 해도 "Mobile 환경에서는 열람이 불가능합니다"와 같은 알림을 보여줄 뿐이다.
난 분명 laptop으로 접속했는데 말이지...
이 무렵 Ubuntu
를 사용하는 데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Ubuntu
를 사용하며 익숙해지고자 했던 여러 가지를 경험할 일이 생각보다 없더라. 나 홀로 사용하는 laptop이다보니 여러 user
를 추가 및 관리할 일도 없고, 권한 관리 측면에서도 어지간하면 sudo
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처음 sudoers
파일을 설정하거나 user group
을 생성하는 등 잠깐의 경험(?)은 있었지만, 어차피 EC2
를 사용하며 겪게 될 일이었다. 그렇다. 사실 대부분의 경험은 EC2
에서 충족된다. 특히 iptables
을 활용한 port-forwarding
과 같은 무언가 커맨드를 통한 설정은 laptop에서 불필요하다.
야심 차게 새 블루투스 이어폰(Shure AONIC TW2)을 구매했다. 직접 샵에 가서 청음도 했겠다,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즐겁게 노래를 들으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laptop에 연결하려니 블루투스 인식이 되지 않더라. 그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바로 Ubuntu
를 밀어버리고 Windows
를 설치할 뻔 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20.04
로의 다운그레이드 후 기숙사 wifi에 연결이 잘되지 않아 인터넷 사용을 위해 핫스팟을 사용해야 했고, 배터리 소모량이 커(정확히 운영체제의 문제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안전 충전 모드와 같은 편의 기능은 확실히 제공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던 중이었다.
어쨌거나 큰맘 먹고 산 고가의 이어폰을 연결하기 위해 기본 사운드 프로그램과 블루투스 매니저를 대체하는 등 여러 삽질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Of course it fails, it's Ubuntu."와 같은 댓글을 확인했다.
사실, 이때부터 이미 마음은 떠났지만 오기 하나로 계속 사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종강하고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자,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단 생각이 든다. 기대했던 점을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데, 굳이 계속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부디 wsl
이 충분히 잘 작동하길 기대할 뿐이다. 그래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주변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긴 했지만...
그 또한 즐거움의 일환이었을지도?
Ubuntu
를 쓰는 김에 firefox
를 썼는데, 중간에 비밀번호를 잊어 재발급하려다가 개인 정보에 민감한 브라우져란 무엇인가 깨닫게 되었다. 세상에 비밀번호로 암호화해서 재발급하면 정보가 싹 날라가는 프로그램이라니... 이전에 기업, DB 관리자가 정보를 조회할 수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유저가 secret key
를 관리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하지만 일반사용자에게 secret key
관리를 요구하는건 넌센스라 생각해 포기했는데, 생각해보니 비밀번호로 관리하면 충분할듯 하다. 역시 좋은 개발자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정진해야지.
과거 Elm을 공부할 때, wsl
의 network 속도와 filesystem mount 관련해서 문제를 겪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과연 wsl
이 잘 동작할지 걱정이 컸는데, 역시 gitkraken
설치 과정에 작은 문제가 있었다.
우선, gitkraken
이 wsl
내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wsl
내부에 별도 설치하고 WSLg
로 접속해야 했는데, 이러다보니 귀여운 문어가 공포영화에 출연하는것마냥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나오거나,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deb
버전의 문제인가 싶어서 .tar.gz
로 다시 설치했었는데, 문득 이전에 snap
에서 설치한 후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WSLg
의 한글 입력 문제라고 생각했고, fcitx
설치로 해결할 수 있었다.
부디 앞으로 큰 문제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