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OSTEP 정리 후기

Park Yeongseo·2024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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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OSTEP을 다 읽게 됐다. 매일 매일 한 챕터씩 읽고 정리하는 게 목표였지만, 생각보다 한 챕터의 분량이 많아, 읽고 정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이제 정리가 끝났으니, 당분간은 OSTEP 뒤쪽에 있는 실습들을 따라가 볼 것 같다.

작년 여름, 스터디에서도 『 면접을 위한 CS 전공 지식 노트』와 반효경 교수님의 이화여대 KOCW 공개 강의를 보면서 운영 체제에 대한 내용을 공부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OS 지식들도 쌓을 수 있었다.

다만 모든 장들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아쉬움은, 어느 순간부터 책을 "번역"하는 데에 좀 더 집중하게 됐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내용을 소화하고, 머릿속으로 한 번 정리된 내용을 기록했어야했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은 덜 소화된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고 포스팅하는 데에 신경을 쓰게 됐던 것 같다. 또 글을 쓰고 한 번 쭉 읽어 보고 자세히 검토해봤어야 했는데, 마찬가지로 포스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검토를 대충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글이 매끄럽지 않거나 기본적인 주술 호응조차 맞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OS와 관련한 지식들 외에, 이 책을 통해 얻은 또 한 가지 더욱 중요한 교훈이 있다. 이전에는 모든 경우에 최적인 정답이 있고, OS 발전사에서 나타난 것들은 모두 그런 최적해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들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모든 것은 케바케"라는 것이다.

이제껏 다뤄온 다양한 도구, 개념, 그리고 그 구현들은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 중 어느 것을 쓰느냐는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나은가?"에 대한 답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어느 것을 쓰는 게 더 나은가?"에 대한 답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상황에 문제시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불할 비용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이 균형점 또한 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상황 및 그에 대한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44. Distributed System Security에서 웹 쿠키를 썼던 것을 생각해보자. 이는 보안이라는 목적에서는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이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사용자의 편의성은 그런 보안상 단점을 (어느 정도는)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모든 것에 대한 답은 (보통은) 없다. 상황과 선택만 있을 뿐이다.

조금은 갑작스럽고, 또 비약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삶의 목적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 주 전 스터디원들과 오랜만에 식사를 하면서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긴 얘기를 했는데, 주된 결론은 '삶에는 목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쉽다. 살 목적을 떠올릴 수 없는 삶은 너무 슬프다. 우리는 살기 위해, '마치 그것이 객관적인 목적이라 생각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 그게 뭘까? 이것도 상황과 선택에 달려있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요령 있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미 '삶'이라는 문제 상황에 처해있으니, 여기서 어떻게 할지는 우리 선택의 몫이라는 말에 가깝다.

던져진 문제를 피하는 것은 어렵고,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들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것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와 같은, 말하자면 시스템으로서의 삶의 정책들에 기반하고, 또 그것들을 특정한다.

물론 이 정책들을 어떤 항목들로 채울 수 있을지는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고, 객관적인 정답이 있는 것은 역시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내린 나름의 답이 곧바로 정답이라 생각해도 좋다. 물론 버그나 결함이 있다면 고쳐나가야 하겠지만, 그 차이는 말하자면, 각 제품들이 갖는 특성적 차이와 같다. 이제 "삶의 목적은 뭘까?"가 아니라 "내 삶은 어떻게 꾸려야 할까?"라고 물어보자. 정답은? 역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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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 영서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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