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을 처음 접한 건 22년도였을 것이다. 그때 막 개발자로 취준을 준비하던 시기였고, 전공 외에 다른 영역으로 취업을 준비한다는 불안감에 매일매일 성취감을 운동에서 얻었던 시기였다. 6개월간 아침 수업을 빠지지 않고 들었고, 점점 안되던 동작들이 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본가에 돌아오게 되면서 (본가는 영종도이며, 2023년까지만 해도 크로스핏 체육관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 이번 년도 2월부터 (드디어!) 영종도에서 크로스핏 체육관이 오픈했기 때문에 올해 내내 꾸준히 한 운동 중 하나가 되었다. 약속이 있거나 아프지 않는 한 체육관에 매일 간 것은 잘한 것 같다. (올해도 꾸준히 유지해야지.)
또한, 무리해서 무거운 무게를 들거나 격하게 운동하다 보면 부상을 입기 쉬운데, 1년 동안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동했기 때문인지 부상 없이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올해에도 방심하지 않고, 부상 없는 운동 라이프를 즐겼으면 좋겠다.
아쉬웠던 점은 1년 동안 꾸준히 나가고 집중한 운동이었지만, 아직도 성장이 더디다는 점이다. (안 되는 동작들이 좀 있다.) 조금 더 한 동작, 한 동작을 집중해서 훈련해야겠다. 헬스로 보조운동도 열심히 해서 근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등과 코어가 상대적으로 너무 부족하다.)
또, 한 운동을 한 곳에서 꾸준히 하다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게 된다. (문제는 내가 슈퍼 I라서 눈인사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로 이사 오게 되면서 체육관을 옮겨야 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얼굴과 이름이 익숙해지고 스몰토크를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는데, 다음 달부터 안 나온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맨 처음 다닌 체육관 관장님이 하신 말씀이 종종 떠오른다. "꼭 그게 크로스핏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인생에 자신의 운동이라고 할 만한 운동 한 가지는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꾸준히 몸을 단련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줄 창구가 되어줄 거예요." 그때부터 내 인생 운동은 크로스핏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해 초부터 친구에게 추천받은 요가원에 한 달에 한 번씩 다니는 경험을 했다. 지금도 꾸준하진 않지만 생각날 때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몸을 풀어주러 요가원에 출석하곤 한다. 처음에 나에게 요가는 '경험'의 영역이었다면, 올 한 해가 지나가면서 경험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까워진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지는 동작들이 있고, 그런 동작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때 혹은 다가오지 않아도 다가가는 과정이 너무나 좋다. 크로스핏과는 조금 다른 성취감이다. 요가원의 무드가 있어서 그런지, 요가가 끝나고 사바사나(손바닥을 천장으로 펼치고 누워서 명상을 하는 동작)를 할 때면 내 안의 우주가 그려지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서 별이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크로스핏과 같이 더 잘하고 싶어지는 운동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 같다. 올해는 요가원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수련을 일상화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나는 올해 마라톤을 4번 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첫 마라톤은 JTBC 고양 하프마라톤이었다. 신청 당시에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신청했고, 야속하게도 대회 날짜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내가 시작을 하프부터 했다고 하면 요즘 철저하게 구축된 운동인 이미지 때문에 (사실 나는 운동인이 아니다) "야, 너는 원래 운동 꾸준히 했잖아."라고 말해버린다. 그렇지만 신청할 당시(2월)만 해도 나는 3km를 한 번에 뛰지 못하는 몸이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내가 21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꾸준히 3km, 4km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를 늘려가면서 10km까지 뛰고 나서야 조금씩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사라졌던 것 같다. 하프마라톤이 다가오는 주에는 내 모든 신경이 마라톤 완주에 가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연습도 많이 했고, 아직 21km는 뛰어본 적 없지만 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라톤 당일에 날씨는 너무 좋았고, (기온, 습도, 햇살, 풍량 모두...) 나의 달리기 BPM을 맞춰줄 '페기구' 노래 매들리를 들으며 2시간 9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하게 된다.
작년 마라톤에 고마운 점도 있다. 내가 러닝에 재미를 붙여서 마라톤을 여러 번 나가니 부모님도 같이 나가고 싶어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마라톤인 국민마라톤에서 부모님 두 분과 같이 마라톤에 참여하게 되는 좋은 경험을 했다. 참여하는 것도 참여하는 것이지만, 두 분이 러닝이라는 일 외에 자신의 몸을 가꾸고 더 건강해지는 운동에 재미를 붙이시고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 서로 독립할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정말로 큰 짐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즐기셨으면 좋겠다.
나는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것은 꾸준히 할 것 같지는 않다. 돈도 많이 들고 오래 뛰는 행동이 몸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풀마라톤을 뛰기라는 아주 낭만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하프나 풀에 대한 도전은 종종 계속될 것 같다.
작년의 나는 온전히 한 회사에서 1년을 다녔고, 회사에서 주어진 일 외에 내가 기여할 게 무엇이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 같다. 결과물이 나온 것도 있지만, 나오지 않은 것들도 많아서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작년의 나와 확실히 다른 점은 뭔가를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생각이 들었다면 빠르게 공유하고, 구현하고, 실제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론적으로 개선이 될 수도,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지만, 빠르게 실행하면 다양한 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다양한 문제를 접했던 한 해라는 것이다. 회사의 규모가 작다 보니 모든 프로젝트에 DRI가 있었고, 프로젝트는 Next.js Page Router부터 App Router까지 다양했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배포 파이프라인이나 Docker 스크립트도 개선해볼 수 있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트러블슈팅과 성능 개선을 고민하다 보니 생각보다 경험이 다양하게 쌓인 한 해였던 것 같다.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한몫했다.)
아쉬운 건 자세하게 기록해 놓지 않았던 점인데 (밀려있는 글감이 몇 가지 있어서...) 이것 역시 글또라는 글쓰기 동아리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디프만 14기의 마무리를 2월에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디프만에서 팀이었던 친구들은 지금도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커리어를 공유하며 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정말 소중한 것 같다.
이때 진행했던 '10분만'이라는 프로젝트는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유저들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팀원들의 사정으로 더 이상 추가 기능의 기획이나 개발을 하지 않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다.
앞으로 이 친구들과 꼭 10분만이 아니라도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고,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 :)
작년 연초에 디프만이라는 동아리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달린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보다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 속에서 내 안의 발전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전 기수부터 눈독 들여 왔던 "SIFE"라는 동아리에 지원하여 4개월간 활동하게 되었고, 활동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궁금하면 SIFE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좋다.) 좋았던 점은 나의 세계가 확장되었다는 점이었고, 좀 더 긍정적이고 다양한 생각들을 교류할 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에서 내가 어떤 것을 얻고 싶은지 집중하지 못해서 몰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고, 좋은 내용 공부해서 좋고…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 보니 동아리가 끝나고 "내가 뭘 했지?" 싶은 것들이 있었다. 물론 동아리를 끝내고 회고를 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부분은 작년의 전반적인 문제인 듯하니 마지막에 짚어 가도록 하자.
글을 억지로라도 쓰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항상 마감에 쫓겨서 처음 생각했던 다짐과는 다르게 패스는 다 써버렸지만… 그래도 지금 회고를 쓰고 있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도 오늘이 글또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귀찮아한다. 글로써 나를 잘 표현하고 싶어 하긴 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을까 봐 두려운 것 같다. 글또에서 이런 내 모습을 마주하고 점점 부딪혀 보고 있다. 아직 활동 기간이 반이나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활동도 더 열심히 참여해서 큐레이션에도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아, 글또 사람들이랑 교류하는 것 또한 너무 좋았는데 커피챗을 많이 하지 못해서 그것 또한 아쉽다. 남은 기간 동안 더 적극적으로 커피챗을 요청하고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은 정말 잘 논 것 같다. 3번의 락 페스티벌 외에도 콘서트도 2번 가고… 노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락페는 어려서부터 내 로망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락을 좋아했어서 지금은 없어진 지산 락페스티벌이나 유명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소식을 들으면 "내가 내 돈을 벌면 꼭 가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펜타가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러한 로망의 실현은 나에게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페스티벌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는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다른 목적 없이 오롯이 노래를 즐기기 위한 순수한 장소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모두가 같이 한마음으로 노래를 떼창하거나 춤을 출 때면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장면들을 잊지 못하고 혹은 이런 장면들을 동력 삼아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10월 말 쯤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재택이 폐지되고, 왕복 4시간 출퇴근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자취방을 알아보게 되었다. 원래 계획상으로는 올해 초 정도에 자취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나오게 되어 조금 당황스러웠고 "그래도 어쩌겠어 해내야지" 라는 마인드로 살아야되는 후보군을 구하고 집을 보러 발품을 팔았다.
내가 집을 알아볼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동네 분위기 > 컨디션 = 가격 > 역과의 거리 (접근성) 정도였다. 동네의 분위기를 가장 높게 본 이유는 너무 삭막하거나 너무 시끄러운 동네면 정이 안가는 느낌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집을 아늑하게 꾸몄어도 될 것같기도하다.
2주간 많은... 일이 있었고, (10곳 정도는 알아봤던 것 같다.) 나는 송파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이전에 잠깐 집밖에 나와서 생활했었지만 (단기 월세나 기숙사에서 생활) 이번에 자취는 옵션이 없어서 그런지, 경제적으로도 완전히 독립해서 그런지 마음이 무거웠다. 이사하는 것 자체도 돈이고, 청소며 계약금이며 가구며 신경안 쓰이는게 없었다. 어느 순간 친구들 만나서 나는 돈걱정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진상이였을듯..) 지금은 집도 마음도 좀 정리가 되서 조금 나아졌지만, 지금과 같은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지출들을 조금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함을 느꼈다.
독립은 어렵다.
이 부분은 1월 ~ 12월을 각각 키워드 뽑아놓은 부분을 GPT에 입력해서 2024년 한 해를 정리해본 부분이다.
올 한 해는 도전적인 활동과 신체적 성과가 두드러진 해였습니다.
직업적 성취와 새로운 도전도 돋보이는 해였습니다.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과 특별한 경험들이 한 해를 채웠습니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으로 풍요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삶의 변화와 새로운 시작이 눈에 띕니다.
회고를 하면서, 올해는 꼭 이루어야 하는 키워드를 발견해 낸 것 같다. 어떤 섹션이든 내가 아쉬워하는 부분이 "몰입"이라는 부분이다. 작년에 나는 (아니, 어쩌면 평소의 나는) 몰입을 잘 못했다. 회고나 긴 글을 많이 못 썼던 이유도 몰입하기에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나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나는 언제 몰입하는가? 몰입의 최대/최소 시간? 잘 몰입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몰입에 이어서 올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낭비하는 돈을 줄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 섹션들을 조금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다.
커리어 뿐만 아니라 활동,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보내신 한 해였군요!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