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지만 2~3년 당시에는 인터넷만 켜면 모든 언론에서 인공지능 및 앞으로 도래하게 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티 업계와 전혀 무관한 직종에 있었지만, 회사나 거래처, 몇 안되는 사장과의 만남에서도 관련 내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핸드폰도 겨우 쓰실 거 같은 거래처 사장님도 비트코인 이야기를 하질 않나.. 회사 안에서도 매출의 답은 온라인에 있다면서 없었던 각종 회의들이 생겨나곤 했었고.. 모두 다 전에는 없던 것들이었다. 만나는 사람은 바뀌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대화에 오르락 내리는 주제가 변해있었고, 앞으로의 세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나눴던 이야기의 깊이와는 별개로, 조금이라도 세상이 변화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의견 및 전망을 내놓았다. 그 무대가 술자리였을수도 있고, tv 토론회일 수도 있지만.. 본질은 같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다가, 업무에 필요한 마케팅 수업 및 포토샵 국비 과정(이것 저것 배우러 다닐 때..)을 거쳐 파이썬 국비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개발이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익힐 수 있었고, 비록 따라치는 수준이었지만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대외적인? 상황은 이러했고, 극히 개인적인 상황으로는 회사의 분위기가 급변하는 시기를 겪었다.
나는 당시 출판사 마케팅 부서에 속에 있었고 도서 기획부터 판매까지, 한 마디로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과정에 해야하는 부서였다. 도서가 나오게 되면 챕터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야 하는지, 필요한 스펙은 무엇인지, 학습자의 입장에서 어떤게 필요한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도서의 컨텐츠 외 수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심지어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개발팀과 대동하여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시기에 디지털 컨텐츠가 크게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CD, mp3 QR, 온라인 학습 사이트 등이 매우 중요해졌다. 도서보다 부가적인 요소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뭔가를 만드는,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생겼었다.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마케터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여 구현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간접적으로 개발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뒤 위코드, 프리온보딩에 오긴 전까지는 프로그래밍보다는 글로 쓰여진 정보들을 읽으며 관심을 키워갔던 것 같다.물론 읽기 어려웠던 책이 다반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개발에 대한 꺼지지 않는 관심을 확인하며 확신했다. 그리고 안정된 세계를 뛰쳐 나와 도전을 하게 되었다.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 자체가 주는 흥분과 동력이 되어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위코드 수료 이후 몇 번의 면접을 접한 후, 기초 지식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런 많이 받기도 했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몇 번의 면접을 통해 마음 맞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결정하고, 기초부터 공부해 나가기 시작했다. SQL, 네트워크 구조, 알고리즘 등을 공부 했었던 것 같다. 이때는 개인적인 일도 겹쳐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위코드에서 배웠던 것을 정리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계속 하다가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이제는 다시 취업 전선이 뛰어들어도 되겠다라고 판단, 이력서를 넣고 있는 와중에 프리온보딩 과정을 알게되었다. 조금 늦게 알긴 했지만 다시 한 번 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느껴졌다. 취업과는 별개로, 내가 짠 코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실 위코드 다닐 때는 수준 높은 협업을 경험하진 못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교육 기관에 등록하게 되었고, 현재 1주차 과제를 마쳤다. 너무 어려워서 미칠 것 같지만.. 이겨내려고 노력 중에 있다.
예전에 좋아했던 소설가 김영하가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며 썼던 후기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창작이 전차부대라면 번역은 지뢰제거반이다, 라는 말. 지난 7~8개월 공부를 돌이켜 개발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코드를 작성하는 건 전차부대의 임무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물론 코드를 작성하는 건 창의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창의력보다는 꼼꼼함, 내가 밟을 곳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했다.
코드가 작성이 된다고 된게 아니라 써진다고 쓴게 아니라 안다고 안게 아니고 작동이 된다고 된게 아니었다.
기능을 구현하려고 코드를 써 내려간다는 행위 중, 작성을 한다는 의미는 코드를 한 줄 한 줄 쓴다는 의미일텐데, 파이썬에 대해서 모르고 작성을 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도 갈 수 있는 개발자, 창의적인 창작도 중요하지만 지뢰를 제거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