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걷기 수업〉
도서명 저자 역자 출판사 출간일 철학자의 걷기 수업 알베르트 키츨러 유영미 푸른숲 2023.05.11.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마주친 푸른숲 부스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다. 직원들의 자필 추천사가 적힌 종이들이 책 위에 올려져 있던 것과 부스 내부에는 교정지와 같은 출판 과정의 흔적을 전시해놓은 것이 흥미로워 오래 구경했던 부스였다. 여름에 구매했을 터인데 가을이 반쯤 지나고서야 처음 펼쳐보게 되었고, 그 땐 이미 이 책 위에는 어떤 소개글이 적혀 있었는지 잊은 지 오래였다.
기본적으로 "걷기"에 대한 책이다. 많이 걸으면 건강이 어쩌고 하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걸어다니며 느낄 수 있는 어떤 내적 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걷는 걸 즐겼던 여러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도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성찰과 균형, 중용에 대해 논한다. 어딘가로 가기 위한 걸음이 아닌 걷기 위한 걸음이 바쁘지 않고 충분히 여유롭듯, 저자는 이 책을 빠른 템포로 읽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으며, 수시로 곱씹어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14가지 주제로 나누어 걷기와 도보여행,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 주제는 다음과 같다.
- 산책 길, 삶의 길, 생각의 길
- 건강한 몸과 마음을 얻는 길
- 가끔은 일상과 거리를 두는 길
- 나 자신과 마주하는 길
- 감사하는 마음을 얻는 길
- 적절한 정도를 찾는 길
- 자연을 즐기며 걷는 길
- 안온한 내면에 이르는 길
- 더 큰 기쁨에 다다르는 길
- 도보 여행이 주는 행복의 길
- 삶의 단순함을 깨닫는 길
- 침착성과 참을성을 배우는 길
- 무상을 받아들이는 길
- 다른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길
서로 다른 주제의 이야기 속에서 동일한 핵심 요소에 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어떤 부분에서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느긋하게 앉아 책을 읽다보면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또 내 삶에서 "걷기"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 걸어다니는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적 여유에 비해 심리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보다 느긋하게 편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 속에서 느낀 것들이 일상에 영향을 주고,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꼭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유의미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나의 하루하루의 기록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