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 선생이 최근 내한하여 서울대 강연을 하고 국내 전시회를 방문했었다. 그리고 나도 강연에 참석하였고, 강연이 있었던 그 주 주말에 전시 첫날이 있었던 날에 뮤지엄 산을 다녀왔다.
우선 생전에 안도 다다오를 직접 볼일이 앞으로 없을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여든의 넘은 나이이시고 역사적인 인물을 직접 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처음 서울대를 방문해보았는데 오랜만에 캠퍼스를 밞아서 기분이 괜시리 설레었다.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강연장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서둘러 걸어갔다. 그리고 이미 발디딜틈 없이 강당은 사람들로 꽉찼었다. 약 1시간이 넘는 강연이 끝나고 허기진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괜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서울대입구역까지 걸어보았다. 20분 정도 언덕을 따라 걸어보니 왜 "서울대바보"소리가 나오는지 알았다.
서울대 강연을 듣고, 이후 전시를 보고 나니 그가 강연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 작품과 오버랩이 되었다. 이 건축공간의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어떻게 그가 지금의 자리에 왔었는지 등 '청춘'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번 전시에서는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시간에 따라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안도 타다오의 개인 생에 대한 설명은 다루지 않았다. 가령, 가족이야기나 그의 청년시절 등 건축가가 아닌 인간 안도 타다오의 모습도 궁금했지만 철저히 그의 건축에만 집중을 했다. 물론 아예 없진 않았지만 매우 간단하게만 설명되었다.
설명된 그의 이야기는 요약하면 이렇다. 안도 타다오는 무척이나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한다. 자기만의 건축철학이 있고 건축현장에서 자신의 지시가 잘 지키지 않은 인부의 멱살을 잡았던 일화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단열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빛의 교회의 십자가 창문을 그렇게 없애고 싶어 한다. 십자가 공간을 유리창을 넣어 비바람을 막고 있는데, 그는 이 유리창을 진심으로 없애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한두번만 이야기 한게 아니라 그가 건축을 완료한 이래로 유리창을 없앨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람은 진심이구나(호..혼모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상과 사진으로만 보던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의 건축모형을 오디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뮤지엄산을 비롯하여 최근에 완공한 아트센터까지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되었다.
귀엽다..
내가 건축에 크게 감명을 받았던 이유는 공간이 주는 인상이 너무나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본 여행으로 "오사카 &쿄토"를 다녀오면서 우리나라와 다르게 건물들이 주는 그 느낌이 신선하고 즐거웠다(참고로 안도 타다오는 오사카 출신이며 여행에서는 그의 건축물을 보지 못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특히 노출콘크리트가 주는 인상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투박하고 차가워보였으나 살펴볼수록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 건축물. 방과 방사이를 가기 위해서는 야외를 지나치는 구조에 매료되었다.
나는 건축 자체에만 관심이 많다 보니 건축가는 유현준, 안도 타다오, 르 코르뷔제 말고는 그렇게 잘모르고 있었다. 이번이 뮤지엄산이 두번째 방문인데 안도 타다오도 뮤지엄산에 다녀오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안도 타다오 건축에 대해 훨씬 빠져들게 되었다.
모든 전시를 끝내고 나니 기념품 샵이 나왔다. 샵에는 건축과 학생들로 보여지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내가 산것에 두배 이상을 산것으로 보여진다. 머그컵, 에코백, 포스터 등등 찐 덕후의 모습이 보여졌다. 그런데 나는 건축과도 아니고 관련 공부를 한적도 없었지만 안도다다오 뽕을 한껏 맞아서 엽서6개 묶음 하나와 6만원이나 하는 사인이 담긴 건축 원서 책을 사버렸다. 며칠이 지난 지금 성급히 비싼 책을 산것에 대해 후회가 되지만 사인값과 연예인 화보집이라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금방 괜찮아졌다. 지금은 재택근무를 할때 옆에 펼쳐두면서 잠시 쉴때마다 펼쳐보고 있다. (덕후처럼 나왔네..)
그의 건축은 미관은 정말 아름다웠다. 물론, 거주자체로만 보면 그렇게 좋지 않을 수 있다. 단열도 그렇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의 건축철학과 나의 생활이 일치해야한다. 어찌 되었든 이번 강연과 전시를 다녀오면서 내가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시야와 또, 내가 살고싶고 가고싶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