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OTT업계에 종사하면서 관련 도서를 찾게되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나오면서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책이 눈에 띄였다. 제목에 해당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었다. 과거 TV앞에 앉아서 만화 영화를 볼때는 정속으로 보던 콘텐츠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배속이 없어서는 안되는 기능으로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언제부터 영상을 배속으로 봐왔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때 인터넷강의를 들을때 부터 였다. 메가스터디 같은 인터넷강의에서는 기본적으로 들어야 할 강의가 많았기 때문에 1배속으로 정직하게 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배속기능을 십분활용하여서 최대한 여러개의 강의를 들어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이것이 그대로 OTT로 넘어와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배속을 사용하게된 배경이 되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 이후로 우리는 콘텐츠의 홍수에 빠져서 하루에도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의 영상들을 시청하게 된다. 나만해도 구독하고 있는 채널이 백개가 넘어가니 각 채널마다 영상길이도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짜리가 있으니 이것들 모두 제 시간에 다 챙겨보기가 어렵다.
이 책에서는 왜 많은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건너뛰고 배속으로 보는지 다각도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우리가 건너뛴 10초 동안 콘텐츠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로 건너 뛰어도 괜찮은 장면이었는지 확인해본다. 그 외에도 영상 제작자들에게 시청자들의 이러한 시청행태를 고려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화두를 던진다.
19년도 8월 경에 넷플릭스에서 1.5배속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OTT플랫폼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왜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가?
여기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테스트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장면을 재시청하거나 자막으로 시청하거나 청력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거나 하는 등, 유연성에 가치를 둔다는 것입니다."
사실 빨리감기에 대해서만 집중했지만 실상은 천천히 들어야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책에서는 빨리감기를 경험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20~69세 사이로 리서치를 했는데 전체 시청자수의 34.4%가 빨리감기로 영상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20대 남성은 가장 많은 54.4% 20대 여성은 43.6%를 차지했다. 남녀 합산시 20대 전체의 49.1%가 빨리 감기 경험자였다.
빨리 보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빠르게 인기작들을 보고 싶어한다.
몇백편을 보는 시행착오를 격고 싶어하지 않음.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 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한다"가 맞음.
영상을 보는 목적이 '소비'라면 패스트푸드를 먹는 느낌.
- A씨 : 드라마를 보면서 초콜릿을 만드는 장면은 중요하지 않으니 그런 장면은 건너뛰었다.
- B씨 : 영상을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재미나 '편안함'을 추구해요.
- C씨 : 과거 회상 장면은 자주 나오면 지겨워서 빨리 감기로 보았어요.
- "원작을 봐서 스토리는 알고 있으니 재미있었던 부분만 보통 속도로 나머지는 빨리감기로 봅니다."
- 스토리를 중시하는 것이란?
- 감정 묘사 중심이 아닌 전개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 단순히 싸우는 장면은 1.5배속으로 시청.
- "성격이 급해서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요" (e.g. 환승연애에서 결국 누구랑 이어지는지 궁금.)
- "건너뛰기를 하지만 마음에 드는 장면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봐요" (e.g. <내일 봬요 누나>)
- "요리나 청소할때 영상을 틀어놓아요. 영상을 라디오처럼 듣습니다.", "집중해서 보는데는 체력이 필요해요. 힘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
제작사가 쉬운 영화를 원하는 이유.
설명이 없어 이해하기 어려우면 작품을 시청하기 포기해버린다. 물론 약간의 어려운 장치는 시청자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 긴박감과 재미를 만든다. 반대로 너무 많은 설명은 시청자의 생각을 멈추게한다.
건너뛰는 것을 고려해서 상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샤레이드"라는 시나리오 용어는 '간접 표현'을 의미한다. <로마의 휴일>영회에서 주인공인 공주가 "지루해"라는 것을 대사로 하지 않고 발을 꼼지락 거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대사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 시나리오의 기술이다.
TV예능을 보면 자막으로 가득차있다. 자막의 역할은 다른 일을 하다가도 자막을 보면 금세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이런 재미있는 밈도 있다. 누군가는 힘들게 만든 오프닝이지만 우리는 빠르게 소비한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게 느껴질 것 같다.
이제는 빠르게 보는 것을 넘어 영상 자체가 1분 이하의 숏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저는 더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참을성이 없다. 콘텐츠 제작들에게도 이러한 유저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제작을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콘텐츠는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소비하는 콘텐츠는 아무리 빨리 시청한다고 해도 이를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과다한 콘텐츠로 인해 어느 순간 유저들은 피로를 느낄 것이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아니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끝으로 본인이 배속으로 본적이 있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