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이스에서 토스 합격까지

Eddy·2022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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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합격 후기처럼 정보성 글을 기대했다면 죄송하다. 이 글은 정보성이 아니라 공감성에 가깝다.

해피 엔딩이지만, 마냥 해피하지만은 않았던 지난 10개월.

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코드스쿼드에서 공부하고,
개발 블로그를 시작하고,
탈락에 괴로워했던 과정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나는 장면과, 거기서 배운 점들을 얘기해보려 한다.

1. 가장 큰 적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처음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려고 합니다', '개발을 해보려고요' 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다.

“진짜 코딩하러 간다고?”

“흠… 너 예전에 학교에서 코딩해본 적 있나? 아무리 그래도 비전공자고 백그라운드가 아예 없는데 괜찮겠어?”

“요즘에 부트 캠프에서 신입 개발자들 쏟아져 나온대.”

“난 너가 전략이나 사업 쪽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이쪽 커리어 타도 분명 잘 될 수 있을 거야.”

악의를 가진 말은 아니었지만, 저 말들이 내 마음을 강하게 찔렀다.

겉으로는 짐짓 단호한 척했다. 속으로는 저 말들이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저도 생각해봤어요. 여전히 고민되긴 하는데, 그래도 한번 가보려고요'

웃으면서 적당히 대답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착잡해졌다. 침대에 누울 때 쯤 저 말들이 다시 한번 떠오르곤 했다.

왜냐면 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 불안감을 그대로 표현한 말들이었다. 남들의 말은 트리거였을 뿐이다.

분명 한 쪽의 나는 ‘해보자’라고 패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의 나는 의심하고 있었다.

‘내가 이제 와서 할 수 있을까?’
‘그냥 하던 일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그저 그런 개발자 중 한 명이 되는 건 아닐까?’

그 후 10개월 동안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올해는 공채 채용이 확 줄었다더라’
‘요즘 iOS는 채용이 별로 없고, 안드로이드가 급하다더라’
‘신입 개발자는 기피 현상이 심하다더라’

이런 비슷한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상당한 데미지를 받았다. 내 마음속의 불안감,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치 피리 소리에 반응하는 코브라 같았다.

커리어 전환을 하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적(enemy)은, 코딩이나 CS가 아니었다.

혹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자기 확신이 없음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물론 남들은 ‘잘하고 있다' ‘응원한다'라는 말도 해준다. 분명 개발이 재밌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불안감을 자극하는 얘기들만 골라서 듣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걱정과 함께 내 안의 자격지심이 활활 불타오른다. 그 시간에 그냥 코딩을 한 줄 더하는 게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해내야지.

지난 10개월은, 내 마음 속에서 계속 올라오려는 두려움을 잘 컨트롤하면서, 어찌되었건 한 발씩 걸음을 옮기는, 그 일의 연속이었다.

2. 바닥을 막아주는 습관

나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계획의 첫단추는 부트캠프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모집에서는 합격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흐음… 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정중한 이메일이었다. 하지만 다 읽지도 않고 창을 꺼버렸다.

힘이 빠져 침대에 확 누워버렸다. 망쳐버린 코딩 테스트가 자꾸 생각이 났다. 그땐 코딩 테스트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문제 푸는 환경이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해서인지 2문제를 모두 풀지 못했다.

제출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창의적인 풀이가 마구 떠올랐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네'
'지금 와서 그 생각하면 뭐가 달라지냐?'

퇴사하기 전 나름 이런저런 평판 조사를 거쳐서, 가고 싶은 부트캠프를 정했다. 하지만 웬만한 부트캠프는 돈만 내는 게 아니라, 코딩 테스트를 본다.

속으로는 쉽게 통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퇴사, 부트캠프, 취업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서 생각한대로 착착 이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저 이메일을 받았다. (아직 뭐 한 것도 없었지만) 계획대로 잘 나가다가 갑자기 꺾여버린 느낌이었다.

겨우 이 정도 테스트도 통과 못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장밋빛 미래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던 거 같다.)

즉각적인 반응은 회피였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폰을 켜고 무한 스크롤을 했다. 일부러 평소보다 자극적이고 웃긴 컨텐츠만 클릭해서 봤다. 인스타, 페북, 유튜브… 계속 스크롤을 올리다가 더 볼것도 없네, 싶어서 시계를 봤다. 어느새 새벽 2시다.

아… 안 자고 이게 뭐하는 짓이지.

잠깐 괜찮아졌던 기분이 다시 다운됐다.

잠을 자보려고 한다.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해서 잘 안 된다. 뒤척이다가 다시 시계를 보니 3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기분이 꿀꿀했다.

일단 매일 아침 루틴을 하기로 한다. 내 루틴은 운동, 명상, 글쓰기 3가지다. 헬스장에 운동하러 간다. 갔다 와서 커피를 내린 다음 명상을 한다. 타이머를 맞춰 놓고 글을 쓴다.

근데 그러고 나니 기분이 확 달라졌다.

빡세게 운동하고 오자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뇌에 F5를 눌러준 느낌.

명상을 하면 생각의 쳇바퀴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 생각을 3인칭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생각이 많을 때 글을 자주 썼다. 머릿속에서 계속 '아씨 어떡하지' '아 왜 그랬지' 아우성치던 생각들이 조금 가라앉았다. 음... 그래. 그래서 어쩔 건데? 라는 이성적인 마인드로 돌아왔다.

맨날 하던 거지만, 그날따라 이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이 날의 깨달음 덕분에, 그 후 10개월 동안 내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거 같다.

Just Start Over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이 말에 내가 개인적으로 부여하는 의미는 이런 거다.

인생은 장거리 게임이다. 안 넘어지는 건 불가능하다. 멈추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걸려 넘어지더라도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일어나는 것.

그때는 넘어진 게 세상 무너지는 일 같다. 하지만 장거리 게임을 생각하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빨리 잊고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얼마나 넘어졌는지가 아니라, 넘어지고도 그냥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그게 결과를 결정한다.

나에게 Just start over는 저런 생각을 압축한 3단어다. 물론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좋은 습관이 있으면 'Just Start Over'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커리어 전환, 취업 준비는 마치 삼진이 없는 타석에 서는 것과 같다. 상대는 프로 투수고, 변화무쌍한 공을 던진다. 우리는 계속해서 헛스윙을 할 것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가 없기 때문에 나를 타석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경험상 '빡세게 해야지!' '헛스윙해도 풀죽지 말자' 이렇게 다짐하는 건 별로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노오력보다는 차라리 운동 한번 하고, 명상 한번 때리는 게, 그것도 정 안 되면 일단 푹 자는 게, 훨씬 낫다.

이 마인드가 지난 10개월 간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을 줬다. 사람의 기분은 한번 바닥으로 가기 시작하면, 쉽게 악순환을 탄다.

넘어졌을 때 바닥을 막아주고,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습관을 꼭 만들자.

더 알고 싶다면, <우울할 땐 뇌과학> <더 시스템>을 추천한다.

3. 뚜껑을 열어보는 재미

처음 떨어졌던 부트캠프는 잊고, 다른 부트캠프를 알아봤다. 결과적으로 '코드스쿼드'를 듣게 됐다.

2021년 11월, 5주 정도 진행했던 프리 과정(코코아)을 들었고, 처음 Swift를 배웠다.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iOS 개발 마스터즈 과정을 다녔다.

초반 프리 코스는 꽤 재미있었다. GUI가 없는 아주 단순한 앱을 만들면서 Swift를 익혔다. 코로나 때문에 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예상보다 빡세지도 않았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기억하는지도?)

코코아 과정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있다.

Swift의 모든 타입은 struct, class, enum으로 이뤄져 있다.

이 문장을 봤을 때였다.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되게 놀라웠다. 내장 타입도 다 미리 만들어둔 Named type일 뿐이구나. 뭔가 그 동안 배운 게 '타탁'하고 이해가 됐다. 저 문장을 보는 순간이 되게 강렬했다.

내가 단순 조작법만 알던 기계의 안쪽을 우연히 까보게 되었는데, 내부의 설계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왜 이렇게 했는지 딱 이해되는 느낌이었달까?

소프트웨어가 하는 일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하지만 잘 설계한 소프트웨어들은 비교적 단순하다. 간단한 모듈들을 조합해서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복잡한 조합 방법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Swift의 타입 시스템이 구현된 원리를 깨닫고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그 때 “Swift의 모든 타입은 struct, class, enum으로 이뤄져 있다.”라는 문장을 크게 노트에 적어두었다. 아마 ‘좋은 설계'라는 걸 느꼈던 순간 중 하나인 거 같다.

난 문돌이치고는 CS 공부를 꽤 즐기는 편인데, 그것도 비슷한 재미가 있어서다.

내가 CPU 스케줄링을 만들거나, 소켓을 구현할 일은 거의 없다. 그냥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필요하다'라면서 억지로 했으면 재미가 없었을 게 뻔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는 그 기술의 뚜껑을 열어보는 게 재미있었다. 실제로 어떻게 구조화되어있고, 설계되어있는지 이해했을 때 묘한 쾌감이 있다. (물론 이해 못하면 머리가 아프다) 덕분에 지루한 CS도 조금은 재밌게 공부했던 거 같다.

이런 순간을 여러번 거치면서 나는 확신이 쌓였다. 개발이 나랑 맞는 부분이 있구나.

프로그래밍은 단순히 주어진 작업을 절차대로 컴퓨터에게 시키는 일이 아니다. 원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어떻게 하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모듈, 객체, 인터페이스를 구상한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 추상화한다.

흔히 ‘설계’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쪽이 가장 흥미로웠다.

  • 잘 설계된 인터페이스의 뚜껑을 열어보고 그 원리가 이해가 됐을 때
  • 엄청나게 많은 디테일을, 영리한 방법으로 잘 숨겨놓고 조작 시에는 몰라도 되도록 만들었을 때.
  • 같은 코드라도 훨씬 더 사람이 이해하기 좋은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었을 때.
  • 기존 코드를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모듈을 갈아끼워서 기능을 만들어낼 때.

이런 순간에 짜릿함을 느끼는 성격이었다.

동시에 이건 ‘글쓰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법에 맞게 정보만 넣는다고 좋은 글이 아니다. 같은 글이라도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전달할 수 있다.

읽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고려해서, 그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울림을 줄 수 있도록 구조와 스토리를 짜는 것, 그게 진짜 글쓰기 실력이다.

나는 글쓰기를 업이자 취미로 해온 사람이라, 이 깨달음이 ‘내가 개발의 어떤 측면을 재밌어하고, 어떤 면에 강점이 있구나.’ 확신이 생기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 내용은 '개발의 기쁨과 슬픔'에 쓴 적이 있다.)

4. 극도의 자율성

그렇게 프리(코코아)를 과정을 마치고 본 게임인 마스터즈로 넘어갔다.

코드스쿼드 마스터즈 과정은 ‘CS10’으로 시작한다. 10개의 Computer Science 주제를 5주 동안 압축적으로 배우는 기간이다. (옛날에는 CS30이었다가 줄였다나..)

이 때를 생각하면 좀 혼란스럽고, 벙쪘던 기억이 난다.

일단 부트캠프 전체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아직 동기들과 어색한 때였다.

게다가 과제들이 만만치 않았다. 나는 이제 겨우 이차원배열을 다룰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커널의 메모리 할당을 시뮬레이션해라.
도커를 설치해서 원리를 설명해봐라.
간단한 소켓을 구현해봐라.
(+ 이틀 안에 해라)

CS10 내내 계속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었던 거 같다.

  • 어느 정도까지 물어봐도 되는 걸까?
  • 이 과제는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써야할까?
  • 어떻게 접근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까?
  • 다른 사람들은 별 말이 없네… 다 잘 풀고 있는 건가?

지금 다시 보면 이 과제들이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는 어렴풋한 느낌만 받을 뿐 제대로 뭔가를 이해하진 못했던 거 같다. (물론 마스터는 '맛만 보는 거'라고 강조하긴 했다.)


이쯤에서 코드스쿼드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

내 생각에 코드스쿼드는 ‘극도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교육 기관이다.

부트캠프라고 하면 막 스파르타 재수학원 같은 빡센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코드스쿼드는 그렇진 않다. 억지로 무언가 시키는 게 거의 없다. 하는 것도 자유. 안 하는 것도 자유다.

그러니 쉽게 말해 ‘하기 나름’이다.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험이 너무나 달라진다.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비슷한 수준의) 동기들과 배운 것, 삽질한 것을 공유하는 과정이 메인이다. 철저한 문제 기반 학습이다.

최소한의 틀은 주지만, 시간을 어떻게 쓸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 다 자율이다.

과정에 강의 시간도 있고, 질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이렇게 하세요.’ ‘이건 몰라도 돼요.’ 이런 명쾌한 답은 절대 오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하면 더 큰 맥락을 알려주시거나, '이런 것도 고민해보세요'라며 또 다른 질문을 안겨서 돌려주신다. 소크라테스 식 문답법이 떠오른다.

흔히 학원 광고를 보면 나오는 문구가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칩니다' 라고.

코드스쿼드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냥 물고기가 있는 야생의 바다에 뗏목을 띄워준다. 그리고 ‘자, 이제부터 각자 잡아보자. 모르는 거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하는 곳이다.

코드스쿼드의 마스터들이 불친절하다는 게 아니다. 코드스쿼드의 교육 철학이 그렇다.

‘야생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익힐 수 있어야 진짜 그게 실력이 된다’ 부트캠프 내내 그런 조언을 정말 많이 듣는다.

내가 다녀본 것은 한 곳 뿐이니까 좋다 나쁘다 하긴 어렵지만, 다행히 나는 그게 잘 맞았다. ‘자율과 책임'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철학이 마음에 들어서 갔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든 사람에게 '극도의 자율성'이 잘 맞는 건 아니다.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하고 실행해야하는 상황이 절대 쉽지는 않다. 코드스쿼드를 내년에 지원하는 분이 있다면, 이 점을 꼭 알고 가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아무튼 CS 10 5주가 지나자 iOS 동기들이랑은 꽤 친해졌다.

(처음에 친해지려고 개더타운에 모여서 게임도 함)

코드스쿼드의 학습 스타일에도 조금씩 적응이 됐다. 무사히 CS10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5. Velog 1위

깜짝 놀랐다. 신기해서 몇 번이고 새로 고침을 해봤다. 여전히 내 글이 Velog 메인 가장 위에 떠 있었다.

누가 볼 거라고 기대한 글은 아니었는데, 그저 내가 이해하고 싶어서 쓴 글인데. 이게 터질 줄이야?

이 날이 개발 블로그의 재미를 알게 된 날이었던 거 같다.

내가 개발 블로그를 진지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1월쯤이었다. 내가 커리어 전환하면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하기엔 힘들다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추천한다.

일단 취업 및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내가 봤던 모든 면접에서, 개발 블로그 인상깊게 봤다라는 언급을 여러 번 들었다.

(물론 내가 이력서에 블로그를 강조해놔서 그랬겠지만.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신입이 쓸 경력도 없는데 블로그라도 자랑해야지.)

내가 뭐 대단한 개발자도 아닌데, 출판/기고 문의도 꽤나 받았다. 지금은 그럴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커리어 기회로 연결되는 게 진짜 가능하구나 느꼈다.

쓰려다보면 생각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글을 쓰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처음 Velog에서 트렌딩 1위를 한 ‘앨런 케이가 생각하는 객체 지향의 본질'이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전까지는 객체 지향의 여러 용어들이 머릿속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다 따로 놀았다. 뭔가 쉬운 말을 꼬아놓은 거 같기도 하고, 서로 충돌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 글로 써보기로 했다. 도대체 객체 지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냥 내 말로 풀어써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앨런 케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의 인터뷰까지 찾아서 읽었다. 그걸 정리해 글을 쓰면서 그 전까지 들었던 아리송한 말들이 딸깍하고 맞춰지는 ‘아하 모먼트’를 겪었던 게 생각난다.

“생각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뭐라도 쓰려다보면 생각이 생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사실 내가 만든 말이다)

지금 이 회고도 내가 머릿속에서 이 모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파편적인 생각들을 글이라는 논리적인 형태로 묶고 정리하려고 노력하다보니 나오는 거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싶은 정도로 새로운 말이 나온다.

꼭 글이 아니라, 남한테 설명을 해보는 것도 좋다.

내 머릿속에선 다 이해된 것 같지만, 다른 사람한테 설명이 잘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만큼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3월쯤이었나.

코드스쿼드에서 처음으로 MVC에 대해서 배우고, 거기에 맞게 역할을 나누고 구조를 짜는 연습을 했다.

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는데, 완벽하게 알겠다 싶진 않았다.

그 때 다른 동기가 MVC에서 막혀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지 않았냐 하니까 “그러기엔 내가 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너무 의존적인 거 같고,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될 거 같아서" 라는 답이 돌아왔다.

점심시간 1시간 반인가를 빼서 개더 타운에서 동기들과 같이 질의응답을 했다. (알고보니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고, 거기에 더해서 나도 더 이해하고 싶었다. 나도 MVC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온라인 화이트보드까지 동원해가면서 최대한 쉽게 MVC를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오히려 내 지식이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시간 내서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솔직히 제일 도움이 되는 사람은 나였다. 그 후로도 기회가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아는 것을 시간 내서 설명하려고 했다.

그건 동기들을 도와주려는 마음도 있지만, 결국 내가 공부가 잘 되기 때문이었다.

아웃풋 중심으로 공부하기

누군가 나에게 개발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라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할 거 같다.

‘아웃풋' 중심으로 공부하기

흔히 공부라고 하면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인풋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절반 이상의 시간을 거기에 쓴다.

하지만 나는 인풋보다 아웃풋에 시간을 많이 쏟으려고 노력했다. 서툴더라도 쓰고, 만들어보고, 더올려보고, 설명해보는 아웃풋 방식이 훨씬 더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알고 싶다면 이 글을 참고하자)

아무튼 개발 블로그, 그래서 추천한다. 근데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뭐 개발 블로그 좋은 거 누가 모르나? 싶다. 사실 진짜 어려운 건 실제 글을 쓰는 일이다.

하지만 개발 블로그를 쓰는 건 굉장히 힘들고 고된 작업이기도 하다. 꾸준히 쓰기 위해서 내가 배운 점은 다음 2가지다. (이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얘기를 해보자.)

  1. 혼자서는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
  2. 가볍게 자주 써야 한다.

6. 선배에게 도움 구하기

안녕하세요, OO! 블로그 글 잘 봤습니다. 주말에 다시 한번 들어가서 보는데 좋다. 요즘 블로그 열심히 쓰시는 거 같아요 ㅎㅎ
혹시..! X월 중에 시간이 되시면 줌으로 커피챗 한번 하는 거 괜찮으실까요?
요즘 배워야 할게 너무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취업이라는 목표에 잘 맞춰서 가고 있는지도 고민이 되어서 OO는 어떠셨는지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OO 안녕하세요. 코드 리뷰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리뷰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시간 되시면 줌으로 커피챗 한번 괜찮으실지 물어보려고요 ㅎㅎ
이제 코드스쿼드 수료도 얼마 안 남았고... 문득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노력이, 목표와 잘 방향이 맞춰져있는지도 고민되기도 해서요.
OO는 어떠셨는지, 또 현업에서는 어떤 고민하고 계신지 가볍게 얘기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

그 때 내가 코드스쿼드 선배들한테 보냈던 DM이다.

코드스쿼드는 학원이 아니라 커뮤니티에 가깝다. 슬랙에는 모든 기수가 다 들어와있고, 이런 요청을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게 받아주는 편이다.

부트캠프가 절반쯤 지나가자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잦아졌다. 배워 내려가면 갈수록 새로운 배울 것들이 화수분 처럼 등장하고, 부트캠프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면서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물어보거나 고민 상담할 사람 없으면 정말 힘들다. 이왕 돈 내고 부트캠프에 온 거, 앞서서 이런 고통을 겪은 선배들과 최대한 많이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저런 식으로 DM을 보냈다. 일면식도 없지만 모두들 선뜻 시간을 내주었다. 대부분은 1-3년차의 주니어 개발자들이었다.

물론 코드스쿼드에는 수십 년 내공을 자랑하는 마스터가 있지만, 오히려 나랑 비슷한 환경에서 살짝 앞서 있는 사람과는 말이 잘 통할 때가 많다.

1-3년차 분들은 훨씬 더 솔직하고 실전적인 얘기를 많이 해준다.

대기업 취업이 목표라면 그것보단 이걸 하는게 맞다, 이 라이브러리는 꼭 학습해둬야 할 것 같다, 이 회사는 코테 난이도가 어땠다, 지금부터 아예 이력서를 많이 넣어봐야 유리하다, 그런 얘기들. 실제로 취업 전략을 짜는데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반 20등이 전교 1등한테 설명듣는 거보단 같은 반 10등 친구한테 설명 듣는게 더 와닿는 느낌이랄까?

(이 자리를 빌어 그 때 저랑 커피챗해주신 개발자 선배/지인 분들에게 감사...🙏)

그렇지만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나중에는 좀 혼란스럽기도 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애기해주는 거니까, 서로 완전히 반대의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순간에는 내 방향을 정해서 나름 가고 있는데, '자기는 이렇게 할 것 같다'면서 얘기하면 괜히 내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들의 말이 객관적이고 옳으니까 들어야 한다는 태도는 지양하는 게 좋다. 오히려 지금 생각하니 감정적인 도움이 컸다.

‘나만 이런 고민하는 거 아니구나' ‘00에 간 개발자들도 다 비슷하구나' 뭐 이런 것들?

계속 취준만 하다보면 조급함에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내가 몰랐던 회사나, 취업 전략에 대해서 시야를 넓힌다.. 그렇게 접근하면 좋겠다.

(물론 부트캠프 과정을 하면서 가장 서로 의지가 되는 건 동기다. 하지만 굳이 말 안해도 동기끼리는 소통을 많이 하게 되니까 생략...)

만약 취업/개발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하더라도) 꼭 선배 개발자들에게 컨택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예의와 성의는 필수. 그들의 시간은 공짜가 아니기에 기프티콘이나 감사 인사 정도는 당연히 챙기자.

7. 압도감

아, 해야할 게 너무 많다.

5월이 되면서, 이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아는 것이 하나 쌓일 때마다, (모르는 줄도 몰랐던) 모르는 것이 3개씩 쌓이는 느낌이었다.

왜 개발을 배우는 것은 그렇게 힘든가’라는 유명한 글이 있다. 이 글에서는 프로그래밍 입문자가 거치는 4가지 단계를 설명한다.

3단계가 ‘절망의 사막(Desert of Despair)'이다. 이 시기 딱 내 느낌이 3단계였다.

그 전에는 뭘 모르는지 몰랐다. 보이는 게 많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지식이 늘어나면서,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된다.

갑자기 공부할 것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해 내 실력은 너무나 작고 더디게 자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때는 이동할 때, 쉴 때도 폰으로 뭔가를 계속 찾아봤다.

개발 커리어를 조언하는 유튜브 영상... 미디엄에 올라오는 ‘내가 주니어일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같은 아티클... ‘앱 개발자가 알아야할 X가지 기술 키워드’…

끊임없이 찾아봤다. 코딩도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딩을 안 하는 시간에도 항상 코딩에 대한 무언가를 검색하고, 훑어보고, 스크랩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걸 보면 볼수록, 내가 뭔가 얻어간다기보다는 그냥 ‘들어본 것'만 많아졌다. 속으로는 그런 행동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불안하니까 계속 그러고 있더라.

이 시기에 서류 전형도 진짜 많이 떨어졌다. 경험도 쌓을 겸 이곳 저곳의 채용 공고에 지원했다. 진짜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더라. 2달간 20개 가량 떨어졌던 거 같다.

스타트업은 신입을 원래 잘 안 뽑으니까. 타이밍이 안 맞았겠지. 아직 이력서가 안 다듬어져서 그럴 거야.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보지만, 불합격 이메일이 올 때마다 조급함이 더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는 느낌이 왔다.

난 멘탈에 기복이 크지 않은 성격인데, 이 시기에는 꽤나 힘들었다.

계속 나 스스로를 평가하면서, 내가 정한 기준에 내가 못 미친다는 감정이 심해져갔다. 계속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이 때는 사람들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참고로 나는 외향형이다.) 요즘 뭐하고 있어? 라는 얘기조차 듣기가 싫었다.

그러다가 친한 동생에게 그때 상태를 털어놓았다.

형 그건 좀... 강박 증상인데?

그 친구의 말에 띵-한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그 ‘감정' 자체였다.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잘 인식하지 못했다.

‘나 강박인가?’ 라고 생각해보니 갑자기 제 3자의 시선으로 날 보게 됐다.

음. 그렇구나. 내가 많이 조급해하고 있구나.

그 때부터 잠깐 내려놓고 찬찬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날까?

내 생각에 원인 중 하나는 이거였다.

너무 ‘최적 경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나는 뭔가 내 앞에 로드맵을 그리고 싶었다. ‘개발자가 된다' 목표를 향한 최적 경로를 찾고 싶었다.

그 과정을 온전히 컨트롤하고 싶었다. 내가 어디로 잘 못 가지 않는지, 최선의 길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평소에 내가 그 정도로 컨트롤 프릭(Control freak)은 아니었지만.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이 나에게 상당한 리스크를 건 모험이라고 느껴져서 그랬던 거 같다.

'나는 늦게 시작해서 시간이 없다'
'빨리 끝내고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
이렇게 보채는 마음이 강했다.

아무리 내가 로드맵을 그리고 싶어한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거대한 광야는 그런 로드맵이 쉽게 보이는 크기가 아니다.

취업이란 목표를 네비에서 찾는다고 나올리도 없다.

게다가 그 앞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다. 항상 불확실성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건 팩트다.

그런데도 나는 그 앞에서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어떻게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발이 꼼짝없이 바닥에 붙어버리곤 했다.

어차피 뭔 길로 가도 마라톤인 건 분명했는데, 그 사실에 자꾸 압도되어버렸다.

아예 코딩을 안하고 하루 정도 조용히 쉬면서 이런 생각을 정리했다. 객관적으로 내 정신 상태를 좀 파악한 느낌이 들었다. 조급합이 많이 나아졌다.

그 때부터 행동 편향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항상 계획, 전략을 찾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반대 편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뭔가 생각이 많아지면서 발이 바닥에 붙는 느낌이 날 대마다, ‘일단 코드 한 줄이라도 치자’ ‘일단 커밋 한개라도 하자'를 계속 되뇌었다. 그렇게 눈앞에 있는 일을 하나 꺼내면 좀 발이 가벼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만병통치약 먹은 듯 불안감이 싹 사라졌느냐.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다.

웃긴 건, 만병통치약은 따로 있었다는 거다. 6월 말에 첫 회사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거 받고 나서는 마음이 어찌나 편하던지. 사람 마음이 참...

그러니까 여러분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취준이 문제입니다. 대한민국 취준생 모두 화이팅.

8. 토스

그냥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다.

신입 채용을 잘 안하는 회사라고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난 이미 첫 회사에 합격한 상태였다.

엄청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면접은 한번 꼭 보고 싶었다. 전부터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난 오래전부터 토스 서비스의 팬이었다.

금융업을 보면, ‘꼭 이렇게 해야하나?’ 싶은 것들이 참 많다. 조금만 개선하면 될 거 같은데, 왜 이렇게 하지? 싶은 앱이 많다. 그런 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금융업계에는 항상 암묵적인 선들이 있고, 누구도 처음으로 선을 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스 같은 회사들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그 선을 계속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싫어하겠지만, 난 그런 모습을 좋아하고 공감한다. (내가 핀테크 도메인에 관심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도 나랑 잘 맞을 것 같았다. 지인 중에 토스 전/현직자 분들이 꽤 있어 대화를 많이 나눠봤다. 회사가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무튼 그런 이유로 지원을 했다.

코딩 테스트

코딩테스트를 봤다. 카카오나 네이버보다는 좀 쉽다고 느껴졌다... 라고 생각했는데 2문제밖에 풀지 못했다. 당연히 떨어졌을 줄 알았다. 근데 합격 연락이 왔다.

코딩 테스트뿐만 아니라 iOS와 Swift에 관한 서술형 및 객관식 문제도 있었다. 아마 그 부분에서 추가 점수를 많이 받은 게 아닌가 싶다.

1차 기술 면접

1차 기술 면접은 굉장히 뎁스있는 질문으로 이뤄졌다. 인터넷 검색했을 때 나오는 뻔한 질문은 다 스킵한 느낌이었다. (뻔한 질문도 열심히 준비했는데...ㅠ)

질문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솔직히 좀 이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디테일한 부분도 물어봤다.

면접 과정에서 '그 지식을 아느냐?' 보다 '면접관과 말이 통하면서 그럴듯한 추론을 하느냐'를 본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미리 알아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서 추론을 해보라는 식의 문제였다. 질문을 편하게 하고 힌트를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뭘 알고 있는지 체크한 느낌이 아니라, 같이 토론한 느낌이어서 면접 경험이 꽤 좋았다.

2차 문화 면접

2차 컬쳐 핏 면접도 좋은 경험이었다.

토스에서 추구하는 8가지 가치와 관련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아마 본인이 일의 진심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려움 없이 없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좋은 건, 결과를 엄청 빨리 알려줬다는 거다. 공식적으로 결과는 3-5 영업일 후에 알려준다고 되어있지만, 검토가 빨리 끝나면 그냥 바로바로 알려주는 것 같다.

합격 이후 프로세스도 세심하게 설계한 게 느껴진다. (아직 온보딩 프로세스를 다 하진 않았다.)

그 중 하나로 합격 축하 꽃, 손글씨(느낌 프린트) 편지가 왔다.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지원자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느꼈다. 일반 채용이 마트 쇼핑이라면, 토스 채용은 뭔가 백화점 쇼핑 느낌.

9. 성장중입니다

몇달 전, iOS 동기 J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자기는 프리 과정할 때부터 항상 뒤쳐진다고 느꼈고,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J가 회고 시간에 '그래도 1달 전을 생각해보니까 그때보단 쫌 나아진 거 같네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에 내가 '성장중입니다🔥'라고 줌에 채팅을 쳤다.

J는 그걸 보고 웃었다. 그날 그 말이 되게 와닿아서 캡처해서 저장을 해뒀다고 한다. 그 캡처를 힘들 때마다 봤다고.

난 별 생각 없이 한 응원일 뿐이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니 기분이 묘했다. 오히려 나한테 무척 기억에 남는 말이 되었다.

성장중입니다🔥

지금도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무슨무슨 취업 팁이라고 조언을 늘어놓는 것보다, 사실 저 말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허우적거리는 것 같아도, 여러분은 분명 성장중입니다!

P.S. 마지막으로 6개월 동안 길잡이 역할을 해준 JK & 코드스쿼드와,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을 코드스쿼드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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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보자. ▶️ www.youtube.com/@simple-eddy

30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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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3일

에디도 성장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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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4일

저도 코드스쿼드 다녔었어요! 공감이 많이 되네요~~ 합격도 축하드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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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4일

에디 토스로 가셨었군요!!! 넘나 축하드립니다..ㅋㅋㅋ 나중에 한번 뵙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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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5일

에디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행복하시길 기원해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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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6일

오아아아 역시 에디십니다.. ㅎㅎㅎ 대단쓰대단쓰!!! 축하드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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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7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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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7일

유익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적경로 말씀하시는게 깊이 공감가네요..
"어차피 뭔 길로 가도 마라톤인 건 분명했는데, 그 사실에 자꾸 압도되어버렸다."
합격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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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9일

안녕하세요 저는 다른 과정으로 토스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NEXT로 합격하신 분들은 입사날짜가 모두 동일하신건지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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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1일

이 글 보고 내년 상반기 코드스쿼드 대기신청 했습니다.
고려중인 다른 교육도 있어서 실제로 듣게 될진 모르겠지만, 듣게 된다면 6번은 꼭 시도해보겠습니다. 에디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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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9일

우와 Eddy님 축하드려요.. 객체지향에 대한 글을 보면서 팬이 되었어요. 저도 Eddy님 처럼 지식을 재미있게 배워보려고 해요! 항상 인사이트를 주시는 멋지신분!! 이직준비생, 취준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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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일

velog 1위 글 "객체지향"부터 시작해서 타고 타고 들어와 여기까지 왔네요.
참 많은 위로와 배움을 얻고 갑니다. 저도 꾸준히 성장해보겠습니다🔥
감사해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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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0일

최근 에디님의 과거와 비슷한 삶을 겪고 있는데, 많은 조언과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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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1일

독학생입니다! 댓글을 남기고 싶어 벨로그에 가입 했습니다🏋️ 이 포스팅에 흘러들어오게 된 계기는 '메모리에 남지 않는 문자열'인데, 포스팅을 읽으며 에디가 '창시자 앨런 케이' 도 쓰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포스팅 모두 유익하다 못해 감동적이라 마른세수하며 읽었던 글이거든요! 특히나 후자는 막 문법 공부를 마치고 객체지향이란 주제에 던져진 제게 객체지향이 무엇인지 눈을 뜨게 해준 소중한 포스팅입니다. 어제는 '메모리에 남지 않는 문자열' 포스팅을 읽으며 와 의문은 이런 식으로 풀어 학습하는 거구나 감탄+절망했고 학습자의 태도란 무엇인지(순차적 이해, 논리적 의문, 더 나은 풀이 탐구) 체감했습니다. 또 글 잘 쓰는 개발자는 이런 거구나... 충격받기도 했고요. 그러니 어젯밤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을 정독하겠다! 는 다짐으로 잠들어 지금의 포스팅을 마주하였습니다. 문장마다 코멘트를 달 수 있었다면 이 포스팅은 제 감탄으로 가득 차 스크롤이 끊기지않았을 거예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느꼈지만 글을 정말 잘 쓰세요! 나노 단위로 뜯어 찬양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개발자 세상은 좁기에, 우연히 마주친다면 제가 에디의 포스팅 덕에 느낀 깨달음과 감동을 들려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마침 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작년 1월 에디의 블로그 운영 다짐을 마주한 건 행운입니다. 저도 앞으로의 공부는 기록하려 합니다! 멋진 글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길어져서 작성을 망설였지만...많은 깨달음에 어떻게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남깁니다...! 취업 축하드려요! 에디를 데려간 토스도 축하합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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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일

안녕하세요 저도 부트캠프 듣고 있는 비전공자입니다 우연히 블로그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 글귀들 하나하나가 제 머릿속에 왔다 가신 것처럼 공감이 갔습니다. 마지막 성장중입니다 파트를 읽는데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서 도서관에서 참느라 힘들었네요. 평소에 잘되겠지, 잘될거야 하면서 무의식 중에 불안한 마음을 눌러왔던게 터졌나 봅니다. 글에 힘이 있다는 말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오늘의 저를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드리려고 댓글 남깁니다. 우리 모두 다같이 계속 성장해나갑시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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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7일

제가 겪는 과정을 그대로 적어주셔서, 공감되며 너무나도 대리만족과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안도감에 해소되는 감정을 갖게 되었어요~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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