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과 잊혀진 일

김수환·2023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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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이성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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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쓰기는 2020년 6월 19일 19시 20분에 멈췄다. 그해를 끝으로 5년 간 기록한 2500개의 블로그 기록물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불투명한 미래를 안겨준 코로나 탓에 프리랜서 강시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1년 정도 영화 촬영 일을 하며 시기를 살폈다. 글쓰기, 영화 토론, 독서 토론 수업을 관장하는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폐강을 하거나 무기한으로 수업을 연장하기 일쑤였다. 프리랜서 강사 시장은 활력을 찾지 못했다.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조급한 마음에 등떠밀려 아무 일이나 선택하지 않기. 두 번째는 프리랜서 강사 분야처럼 열정을 쏟을 만한 일 찾기. 세 번째는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초중고 대학교까지 같이 나온 친구의 분야가 궁금했다. 프리랜서 시절, 첫 정산 받은 돈으로 친구에게 한턱 낸 적이 있었다. 돼지갈비 집에서 마주 앉아 내가 선택한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썰을 풀었다. 옆에 앉아 있던 그 녀석도 자기 분야를 이야기했다. 게임만 좋아하던 친구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에게 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바로 개발 영역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 개발과 개발자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개발 역시 흥미로운 영역이었다. 광범위하고 깊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서른 둘이라는 나이가 말해주듯 늦은감은 있으나 선택 안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노력과 열정으로 밀어 붙인다면 나의 전문성은 시간만 걸릴 뿐이었다. 1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뿌렸다. 그 중 10% 회사에서 면접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021년 7월 19일, 개발자의 길로 한발 내디뎠다. 2023년 8월을 맞이 하기까지 개발 서적을 읽거나 기록하는 작업이외에 글을 쓰지 않았다. 단 한 편의 예술 영화를 보거나 소설 책 한 권 읽는 일도 없었다. 알아야할게 산처럼 쌓인 개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지도를 그리고 나서야 여유를 찾았다. 2년차 개발자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걸까. 그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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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글쓰기 강사에서 백엔드 주니어 개발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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