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메인 모델을 만들 때 도메인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단일 모델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한 도메인은 다시 여러 하위 도메인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한 개의 모델로 여러 하위 도메인을 모두 표현하려고 시도하면 오히려 모든 하위 도메인에 맞지 않는 모델을 만들게 된다.
논리적으로 같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하위 도메인에 따라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위 도메인마다 같은 용어라도 의미가 다르고 같은 대상이라도 지칭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의 모델로 모든 하위 도메인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며 표현할 수도 없다.
하위 도메인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기 때문에 올바른 도메인 모델을 개발하려면 하위 도메인마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각 모델은 명시적으로 구분되는 경계를 가져서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러 하위 도메인의 모델이 섞이면 모델의 의미가 약해질 뿐만 아니라 각 하위 도메인별로 다르게 발전하는 요구사항을 모델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모델은 특정한 컨텍스트(문맥) 하에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제품이라도 카탈로그 컨텍스트와 재고 컨텍스트에서 의미가 서로 다르다. 이렇게 구분되는 경계를 갖는 컨텍스트를 DDD에서는 바운디드 컨텍스트
라고 부른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모델의 경계를 결정하며, 한 개의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논리적으로 한 개의 모델을 갖는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용어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카탈로그 컨텍스트와 재고 컨텍스트는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므로 이 용어를 기준으로 컨텍스트를 분리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사용자에게 기능을 제공하는 물리적 시스템으로 도메인 모델은 이 바운디드 컨텍스트 안에서 도메인을 구현한다.
이상적으로 하위 도메인과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일대일 관계를 가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컨텍스트는 기업의 팀 조직 구조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고,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두 하위 도메인을 하나의 바운디드 컨텍스트에서 구현하기도 한다.
여러 하위 도메인을 하나의 바운디드 컨텍스트에서 개발할 때 주의할 점은 하위 도메인의 모델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전체 하위 도메인을 위한 단일 모델을 만들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렇게 하면 도메인 모델이 개별 하위 도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 하위 도메인별로 기능을 확장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서비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비록 한 개의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여러 하위 도메인을 포함하더라도 하위 도메인마다 구분되는 패키지를 갖도록 구현해야 한다. 이는 하위 도메인을 위한 모델이 서로 뒤섞이지 않게 하여 하위 도메인마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갖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도메인 모델을 구분하는 경계가 되기 때문에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구현하는 하위 도메인에 알맞은 모델을 포함한다. 같은 사용자라 하더라도 주문 바운디드 컨텍스트와 회원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갖는 모델이 달라진다.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도메인 모델만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도메인 기능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데 필요한 표현 영역, 응용 서비스, 인프라스트럭처 영역을 모두 포함한다. 도메인 모델의 데이터 구조가 바뀌면 DB 테이블 스키마도 함께 변경해야 하므로 테이블도 바운디드 컨텍스트에 포함된다.
모든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반드시 도메인 주도로 개발할 필요는 없다. 상품의 리뷰는 복잡한 도메인 로직을 갖지 않기 때문에 CRUD 방식으로 구현해도 된다. 즉 DAO와 데이터 중심의 밸류 객체를 이용해서 리뷰 기능을 구현해도 기능을 유지보수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서비스-DAO 구조를 사용하면 도메인 기능이 서비스에 흩어지게 되지만 도메인 기능 자체가 단순하면 서비스-DAO로 구성된 CRUD 방식을 사용해도 코드를 유지보수하는 데 문제되지 않는다.
한 바운디드 컨텍스트에서 두 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CQRS 패턴이다. CQRS는 Command Query Responsibility Segregation의 약자로, 상태를 변경하는 명령 기능과 내용을 조회하는 쿼리 기능을 위한 모델을 구분하는 패턴이다. 이 패턴을 단일 바운디드 컨텍스트에 적용하면 상태 변경과 관련된 기능은 도메인 모델 기반으로 구현하고 조회 기능은 서비스-DAO를 이용해서 구현할 수 있다.
각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서로 다른 구현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다. 웹 MVC는 스프링 MVC를 사용하고 리포지터리 구현 기술로는 JPA/하이버네이트를 사용하는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존재할 수도 있고, Netty를 이용해서 REST API를 제공하고 마이바티스를 리포지터리 구현 기술로 사용하는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존재할 수도 있다.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반드시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UI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매출 증대를 위해 카탈로그 하위 도메인에 개인화 추천 기능을 도입한다면, 카탈로그 하위 도메인에는 기존 카탈로그를 위한 바운디드 컨텍스트와 추천 기능을 위한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생긴다. 두 팀이 관련된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개발하면 자연스럽게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 간 통합이 발생한다.
카탈로그 시스템은 추천 시스템으로부터 추천 데이터를 받아오지만, 카탈로그 시스템에서는 추천의 도메인 모델을 사용하기보다는 카탈로그 도메인 모델을 사용해서 추천 상품을 표현해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이 카탈로그의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도메인 서비스를 이용해서 상품 추천 기능을 표현해야 한다.
public interface ProductRecommendationService {
List<Product> getRecommendationsOf(ProductId id);
}
도메인 서비스를 구현한 클래스는 인프라스트럭처 영역에 위치한다. 이 클래스는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처리하고 외부 시스템의 모델과 현재 도메인 모델 간의 변환을 책임진다.
REST API를 호출하는 것은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직접 통합하는 방법이다. 직접 통합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간접 통합 방식이 메시지 큐를 사용하는 것이다.
각각의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담당하는 팀은 서로 만나서 주고받을 데이터 형식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어떤 도메인 관점에서 모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의 구현 코드가 달라지게 된다. 카탈로그 도메인 관점에서 큐에 저장할 메시지를 생성하면 카탈로그 시스템의 연동 코드는 카탈로그 기준의 데이터를 그대로 메시지 큐에 저장한다.
마이크로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을 작은 서비스로 나누어 개발하는 아키텍처 스타일이다. 개별 서비스를 독립된 프로세스로 실행하고 각 서비스가 REST API나 메시징을 이용해서 통신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많은 기업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아키텍처이다.
마이크로서비스는 바운디드 컨텍스트와 잘 어울린다.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마이크로서비스로 구현하면 자연스럽게 컨텍스트별로 모델이 분리된다. 코드로 생각하면 마이크로서비스마다 프로젝트를 생성하므로 바운디드 컨텍스트마다 프로젝트를 만들게 된다. 이것은 코드 수준에서 모델을 분리하여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의 모델이 섞이지 않도록 해준다.
별도 프로세스로 개발한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독립적으로 배포하고 모니터링하며 확장되는데 이 역시 마이크로서비스가 갖는 특징이다.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가장 흔한 관계는 한쪽에서 API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에서 그 API를 호출하는 관계이다. REST API가 대표적이다. 이 관계에서 API를 사용하는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API를 제공하는 컨텍스트에 의존하게 된다.
API를 사용하는 바운디드 컨텍스트는 하류 컴포넌트, API를 제공하는 컨텍스트는 상류 컴포넌트이다. 하류 컴포넌트는 상류 컴포넌트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기능에 의존한다. 즉, 상류 컴포넌트의 인터페이스가 바뀌면 하류 컴포넌트의 코드도 바뀐다.
상류 컴포넌트는 서비스 공급자 역할을 하며, 컴포넌트는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 역할을 한다. 두 팀은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다.
상류 컴포넌트는 보통 하류 컴포넌트가 사용할 수 있는 통신 프로토콜을 정의하고 이를 공개한다. 예를 들어 상류 컴포넌트는 하류 컴포넌트가 사용할 수 있는 REST API를 제공하거나 프로토콜 버퍼와 같은 것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상류 팀의 고객인 하류 팀이 다수 존재하면 상류 팀은 여러 하류 팀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API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 형태로 공개해서 서비스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가리켜 공개 호스트 서비스(open host service)라고 한다.
공개 호스트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가 검색이다. 블로그, 카페, 게시판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은 각 서비스별로 검색 기능을 구현하기보다는 검색을 위한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검색 시스템과 각 서비스를 통합한다. 상류 팀은 각 하류 컴포넌트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단일 API를 만들어 이를 공개하고 각 하류팀은 공개된 API를 사용해서 검색 기능을 구현한다.
상류 컴포넌트의 서비스는 상류 바운디드 컨텍스트의 도메인 모델을 따른다. 따라서 하류 컴포넌트는 상류 서비스의 모델이 자신의 도메인 모델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완충 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RecSystemClient
는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처리하는데 외부 시스템의 도메인이 내 도메인 모델을 침범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즉, 내 모델이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안티코럽션 계층이 된다. 이 계층에서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 간의 모델 변환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다른 바운디드 컨텍스트의 모델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 도메인 모델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가 같은 모델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모델을 공유 커널이라고 부른다. 공유 커널의 장점은 중복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의로 모델을 변경하면 안 되고, 두 팀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두 팀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 공유 커널을 사용할 때의 장점보다 공유 커널로 인해 게발이 지연되고 정체되는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독립 방식 관계는 간단하다. 서로 통합하지 않는 방식이다.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 간에 통합하지 않으므로 서로 독립적으로 모델을 발전시킨다.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 간의 통합은 수동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 솔류션과 외부의 ERP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자.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은 외부 ERP 서비스와의 연동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가 발생하면 쇼핑몰 운영자는 쇼핑몰 시스템에서 판매 정보를 보고 ERP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수동으로 통합하는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가 있으므로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통합해야 한다. 이때 외부에서 구매한 솔루션과 ERP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면 두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통합해주는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개별 바운디드 컨텍스트에 매몰되면 전체를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전체 비즈니스를 조망할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컨텍스트 맵이다. 컨텍스트 맵은 바운디드 컨텍스트 간의 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그림만 봐도 한 눈에 각 바운디드 컨텍스트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운디드 컨텍스트 영역에 주요 애그리거트를 함께 표시하면 모델에 대한 관계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OHS는 공개 호스트 서비스, ACL은 안티코럽션 계층이다.
컨텍스트 맵은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보여준다. 이는 하위 도메인과 일치하지 않는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찾아 도메인에 맞게 바운디드 컨텍스트를 조절하고 사업의 핵심 도메인을 위해 조직 역량을 어떤 바운디드 컨텍스트에 집중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컨텍스트 맵을 그리는 규칙은 따로 없다. 간단한 도형과 선을 이용해서 각 컨텍스트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