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8개월 차, 월급이 안나오는데요..

Waldo·2021년 1월 17일
1

갑자기 스타트업

목록 보기
2/2
post-thumbnail

5년간의 회사생활을 종료하고 Sh*t을 밟았습니다. 💩

일단 이번 포스트는 제 경험과 느낀점 위주로 작성된 글이라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1. 입사 전 알고있던 재무상태

당연히 안정적인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길 때,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았습니다.
단, 그게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정도의 강도로 저에게 일어날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말하자면, 첫 2개월만 정상적으로 월급이 나오고... 3개월째에는 월말로 밀리고,
퇴사결정을 하기까지 걸린 남은 5개월 넘는 내내 기약없이 돈을 못 받게 될줄은 몰랐다 이겁니다 🤬

입사 전에 자금관련 질문을 대표님께 충분히 물어봤다고 생각했었죠...

"월급 걱정은 할 필요 없다 + 유명스타트업도 우리 솔루션을 쓰고 있다 + 투자가 코 앞이다"

당시에 제가 들었던 정보의 조합은 위와 같았는데...
여기서 약간의 쎄함과 불안함을 '못먹어도 GO' 해버린게 저의 미쓰테이크였을껍니다.

들어와보니 언제든지 투자는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은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말 그대로 대표의 판단이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한번도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고, 초기창업패키지, 정부지원사업도 줄줄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는 걸)

그리고 코로나가... 악화되었죠 (회사 자금사정도 같이...)
그리고 투자없이 한동안 잘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회사는 바로 월급이 밀립니다. 껄껄
그리고 투자도 밀리죠 💀

데쓰벨리의 시작인데 빠져나갈 구멍이 안보이는 데쓰벨리더군요(3번 참조)

  • 투자가 코앞이다 != 투자가 되었다 ⚠️
    이 차이는 어마무시하다는 점을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꼭! 인지하고 가십시오
  • 우리는 투자없이도 돈 잘 벌고 있다, 투자 급하지 않다 📈
    이것도 위 조건과 결합되면 엄청난 위험신호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필수적인 건 회사의 성장이라고 보는데 투자에 위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 안주하고 있거나 실질적으로 현상유지를 하면서 큰 성장을 노리지 않는 경우일 수 있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J-Curve의 성장을 노리는 경우엔 보통 항상 투자를 '잘'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2. 고민의 시작

입사 후 3개월부터 월급날이 밀리고, 이후로는 월급자체가 지급이 안되며 무기한 연장됐습니다.
그 후 제가 퇴사하는 그 달까지 약 5개월이 넘게 월급이 안나왔습니다.
(저는 1인 가정이라서 제가 가장인데... 밀리고 밀리니 당장 전세금 이자가 빠듯해지더군요)

물론, 초창기 스타트업에서 월급없이 버텨볼 수 있고,
버텨서 잘될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 볼 준비도 되어있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첫 한 두달은 전혀 영향받지 않았고, 오히려 야근까지 해가면서 일을 했습니다.

근데... 월급 무기한 연기가 3달이 넘어가고, 모든 투자와 지원한 것들이 어그러지면서,
이런 질문이 시작되긴 하더군요.

여기에서 내가 열심히 하면 회사가 이 데쓰벨리를 탈출할 수 있는가? NOPE ❌
현재 상태로 기다리면 회사가 성장할 기미가 있는가? NOPE 🤔
현재 상태가 바뀔 기미가 있는가, 바꿀 수 있는가? NOPE 😰

위 질문들을 계속 던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딱 올해 말까지만 기다려보자 했습니다.
(마냥 기다린건 아니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넣기도 했습니다만... 잘 안되더군요)

그렇게 12월이 왔고,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전혀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게 되자 결정을 내리게 되더군요.

3. 진짜 매운맛

근데 이직한지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이직을 한다는 결정을 내리는게 어렵더군요.
그래도, 아주 결정적인 계기들은 있었습니다.

ONE OUT - 투자 준비 과정에 대한 실망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저의 입사 전 몇 번 투자에 실패했었고,
입사 후에도 연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었는데...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전에 실패한 IR자료를 짜집기 및 복붙해 돌려쓰고,
DRAFT 수준의 자료를 90% 이상 완료되었다고 조금만 고치면 된다고 공유해주는 상황이
ONE OUT

결국에는 INTERVENTION을 해서,
'팀원 모두가 같이 자료 검토를 하자'
'템플릿부터 내용까지 많이 바꿔야 한다'
'이렇게 바꾸자 저렇게 바꾸자' 등의 피드백을 열심히 내면서 진행했으나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런 태도의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적지않은 실망을 하게 됐습니다.

TWO OUT - 투자 실패 후 대응 과정에서의 실망

결국 2020년에 기다리던 모든 투자는 거절 당한 상태에서
PLAN B를 생각해야하는 상황! 🤨

COLD MAIL도 날리고 엑셀러레이터도 많이 넣어야하지 않겠느냐는 내 피드백과 달리
3-4월에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3개의 엑셀러레이터에만 지원을 하겠다는 방향성을
PLAN B로 들은 후, 더 이상의 설득은 어렵겠다는 생각과 TWO OUT!
(3월까지면 전세금 이자 마통으로 영끌해가면서 내게 생겼다구요 ㄷㄷ 🥶)

THREE OUT - 공지가 없었던 점

그리고 해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전체공지 없이,
특별히 양해를 구하거나 미안하다는 소통도 없이 4개월이 넘어간 점이 THREE OUT!

12월 첫 주에 이직준비를 하겠다는 면담을 하기 바로 몇 주 전,
직원들 모두에게 현상황 공지 &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대략까지 어느정도까지 월급이 밀릴 예정이며, 그때까지 어떤 방향성으로 이걸 해소할 계획이니 조금만 양해해 달라는 공지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씀드렸었다.)

그 요청 이후 여러 번의 전체회의가 있었지만 해당 전체공지를 듣지 못했고,
THREE OUT, GOOD BYE의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결국 DONE! 안녕히 계세요

4. 퇴사

당연한 수순으로 12월 첫 주에 대표님께 이직준비와 회사에 대한 생각을 최종으로 전했고,
12월에 이직준비를 해서 2주 후에 다시 최종퇴사 일자에 대한 생각을 전했습니다.
결국 2021년 1월 지금은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5. 그래서 월급은 다 받았을까요?

아니요😭
퇴사를 하면서 마지막 달에 어찌저찌 일부 월급을 분할로 납부 받았고,
아직도 남은 월급이 밀려있는 상태입니다.

괜찮아요... 이번에는 새로운 회사에서 월급이 나오겠죠.... ㅎ ㅏ ㅎ ㅏ ㅎ ㅏ

느낀점은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배운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건 스타트업 매운맛🌶 버전입니다.
전혀 아닌 좋은 곳들도 있을꺼에요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이런 위험성이 충분히 있다는 건 마음준비를 해두시면 좋을듯 합니다.)

profile
늘어가는 연차, 애매해진 경력을 딛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은 (아직은) 백엔드 개발자

1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4월 11일

댓글 달아주신 것 처럼 저랑 비슷한 고민으로 퇴사를 하셨고, 스타트업에서 고생도 많이 하셨네요 ㅎㅎㅎ
저는 여러 스타트업을 이직하며, Node.js 기반의 백엔드 개발자로 방향을 정하고 열심히 삽질하고 있습니다.
(메일은 확인했는데 제 글에서는 남겨주신 댓글이 안보여서 답글을 못 달아서 여기 남깁니다.)

답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