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기회를 얻다

망했다고 생각한 해커톤

2022년 11월, KOSA(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마이다스아이티에서 주최하는 해커톤 "KOSA-Midas YOUNG TALENT CHALLENGE 2022"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팀원 한 분이 코로나 의심 증세가 있어 격리되었고, 우리 팀은 어떻게 해서든 개발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 그분과 같이 자발적인 격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격리되어 대회에 임하니, 폐쇄된 장소의 답답함과 나빠진 컨디션으로 인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었다.

그렇게 마이다스아이티 해커톤은 내 기억 속에서 최악의 해커톤으로 남아 있었다. 12월이 되기 전까지는..

의외의 문자

기말고사가 끝난지 얼마 안된 12월, 온종일 인스타그램을 하며 무료함을 느끼던 나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바로 마이다스아이티에서 온 문자였다.

문자의 내용은 해커톤에서 비교적 우수한 참가자로 뽑혀 마이다스아이티 채용전환형 인턴십에 합격했다는 것이었다.

해커톤을 망쳐서 인턴십을 하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게 되자 너무 기뻤다.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스팸 문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나와 함께 참여했던 다른 친구들도 문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문자의 내용이 진짜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2월 6일~2월 24일에 진행되는 마이다스아이티 겨울방학 인턴십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턴생활 준비

인턴십이 시작되는 날까지, 나에게는 약 1달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기간동안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다면, 개발 실력이 녹슬 것임도 분명하거니와 다른 참가자들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마이다스아이티의 채용공고 사이트를 통해 백엔드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공통적인 역량들을 확인해 보았다.

• Java, Spring Freamework 기반 백엔드 개발 역량
• 객체지향 개발, 리팩토링에 대한 기본 지식을 보유하신 분
• RESTful API 기반 설계 및 구현 경험이 있으신 분

예상한 것과는 달리, 회사에서는 특별한 역량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본기를 더 쌓아 인턴십에 임하기로 결정했고, 방학동안 매일 시립도서관에 들러 아래 책들을 읽었다.

• 자바 성능 튜닝 이야기 (이상민 저)
• 이펙티브 자바 (조슈아 블로크 저)
• 리팩토링 1판 (마틴 파울러 저)
•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조영호 저)
• 스프링 5 레시피 (다니엘 루비오 저)

이외에도 내가 다니는 학교의 입학전형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는 등, 꾸준한 코딩을 통해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에 계획했던 것 보다는 준비를 소홀히 한 거 같아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펙티브 자바>나 <자바 성능 튜닝 이야기>의 경우에는 내용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었고 말이다.

학교 대신 판교로

인턴십을 시작하는 2월 6일은 마침 우리 학교의 겨울방학 개학식 날짜와도 같았다. 그래서 나와 친구는 보호자 동행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작성해 학교에 제출하고서 인턴십에 참가하게 되었다.

나와 몇몇 참가자들은 집이 판교와 거리가 멀어(부산, 광주, 대구 등..), 판교 근처에 있는 숙소를 제공받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 전인 일요일에 판교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른 아침, 짐을 챙겨 집을 나온 뒤 울산역으로 향했다.

인턴 참가자들 중에서는 내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와 같은 열차를 타고서 서울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울에 도착한 뒤,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만난 다른 참가자들은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광주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에 다니는 친구들이었다. 보아하니 대덕, 대구, 광주 모두 2명씩 선발한 듯 보였다.

인사 담당자님께서 우리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 덕분에 다른 친구들과도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다.

거기에다 알고 보니, 대덕SW고에 다니는 친구 중 한 명은 나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 친구였다는 걸 알고 나니 너무 반가웠다.

1일차 (월)

오리엔테이션

아침 6시, 친구들과 함께 일어나 마이다스아이티로 출근했다. 원래는 지하철을 탄 뒤 버스를 타는 게 정석이었지만, 한 친구의 제안으로 지하철을 탄 뒤 회사까지는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해, 인사담당자님께서 안내해 주신 세미나실로 이동했다.

첫번째 날이었기에, 별다른 업무를 주시지는 않았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회사에 대한 소개와 서로에 대한 소개를 끝마친 뒤, 곧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팀을 배정해 주실 거라 생각했지만... 이외에도 여러가지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 현장실습생 산업안전교육
• 사내 보안교육 (보안상 어떤 내용인지는 언급할 수가 없다)

그렇게 지루한 2~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이후 인사담당자님은 본격적으로 배정된 팀을 발표해주셨다.

나는 inHR이라는 HR(인적자원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부서의 인턴으로 배치되었고(마이다스아이티의 계열사인 마이다스인 소속이다), 임시 출입증을 받은 뒤 같은 팀원분들과 함께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일반 직원분들과 같은 자리에서 업무를 진행할 거라 기대했었는데, 부서로 이동해보니 회사 측에서 남는 회의실에 인턴 전용 공간을 마련해 놓았었다.

물론 진짜 실무를 시키는 다른 회사들과 달리, 여기는 과제를 별도로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점 때문에 이렇게 한 듯 했지만...

그래도 이 점은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멘토님과의 첫 만남

자리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우리 팀을 담당하시는 멘토분께서 들어오셨다. 프론트엔드 직무로 3년 차이신 개발자 분이셨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멘토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화목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과제는 다음 날 공개되는지라, 오늘은 PC에 개발 도구들을 설치하는 업무들만 진행한 뒤 퇴근하게 되었다.

2일차 (화)

과제 공개와 기획

이튿날 아침, 멘토 분들께서 Notion을 통해 과제를 공개해 주셨다.

부서들을 트리 형태로 표시하여 조직도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부서에 소속될 수 있는 구성원들을 관리하는 기능을 포함하는 인사관리 SW를 만드는 것이었다. (보안 유지서약 때문에 과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지 멘토님께 문의한 결과,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고 하셔서 블로그에 공개한다)

그렇게 과제를 받고 나서, 팀원들과 같이 프로젝트 기획을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기능명세서를 작성한 뒤, ERD를 작성하고 기술스택 선정에 들어갔다. 원래는 Spring MVC를 사용하려 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구현해야 할 기능이 적은 대신에 인수 조건이 약간 까다로운 상태였다.

• 부서의 경우 최대 1,000개의 row까지 생성될 수 있으며, 100,000개의 row까지 생성 가능한 사용자 테이블과 One-To-Many의 관계를 가진다.
• 모든 테이블에 최대치의 데이터가 생성되었을 때, Api를 통해 데이터를 조회/수정하면 5초 이내에 응답해야 한다.

1번 조건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2번 조건이었다. 기존 Spring MVC의 JpaRepository에서 제공하는 페이징 기능을 쓰면 데이터 개수를 조절해서 조회에 걸리는 시간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부서 테이블에 재귀 형태의 연관관계가 포함되어 있어서 페이징을 쓰더라도 획기적인 시간 단축은 불가능해 보였다.

자세히 말하자면, 하나의 유저 row 당 DB 쿼리를 최대 4번까지 전송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Join을 쓰면 되지 않느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테이블이 재귀적으로 구현되어 있어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고야 말았다.

문제의 해답?

그렇게 다른 친구들과 함께 퇴근하는 도중, 다른 팀에서는 성능 때문에 Spring MVC 대신 Spring Webflux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태까지 나는 웹플럭스가 논블로킹 웹 프레임워크라는 것 정도만 알고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어쩌면 웹플럭스의 논블로킹이 우리가 가진 DB 쿼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숙소에서 Webflux에 대한 정보 검색을 시작해 보았다.

그러다 Webflux에서 R2DBC라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여 획기적인 성능 개선을 했다는 내용들을 많이 찾게 되었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도 Webflux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Webflux 기술에 도전하기로 해 보았다.

👋 마무리하며

수요일부터의 내용은 기술적인 내용들밖에 없어서 별도의 게시글로 업로드하려 한다. (Dynamic Proxy, CodeDeploy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

마이다스아이티 인턴십을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난 나의 소감은 이렇다.

일단 회사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모든 직원 분들이 정말로 친절하셨고, 정말 이 회사에서는 사람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일 퇴근하고 나서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거나 농구를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다.

1주일 동안 기술을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까지 남길 수 있었고, 남은 2주 동안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