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 첫번째 서비스를 정식 오픈하였다.
okky같은 개발자 커뮤니티에도 올리고, 평소 자주가던 웃긴대학에서도 열심히 홍보를 했다.
결과 가입자 11명, 댓글 욕 1건. 끝.
솔직히 관심을 많이 안줄건 알고 있었고, 처음만든 어플리케이션이니까 따끔한 피드백이 올거란걸 예상하고있었다.
그런데 뭔가..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 봤었던 것 같다. 🥲🥲
처음에는 MVP 빠르게 만들어서 홍보하고, 사람들이 주는 따끔한 피드백에 맞춰 열심히 수정해 나가면,
점점 더 좋은 서비스가 되고,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결국 바이럴을 한번 타서 유명해지고, 돈도벌고.
뭐..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어떤 기업이 내 어플에 관심이 생겨 통째로 사주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어린 풋내기에 불과했다는 걸 이번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내 어플리케이션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이 어떤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 모른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했다.
열심히 한주를 살아가고 주말이 되었는데, 취미도 없고, 뭘 해야할지도 몰라서 하루종일 유튜브 쇼츠만 보는 사람들말이다. (내이야기기도하다)
나는 이들에게 무언가 즐기는데 있어서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자신이 즐거워하는게 무엇인지 찾아주고싶었다.
그래서 나는 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에서 수행가능한 작은 미션들을 제시해주고 사람들을 그것을 수행해 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만들었다! 😎
랜덤챌린지디펜스, 사람들이선택한 난이도/카테고리에 맞춰 현실에서 수행가능한 자그마한 미션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해당 미션을 수행하고, 그 결과 및 느낀점을 짤막한 메모로 남기는 어플이다.
원래 사진인증이 기본이었으나, MVP니까 일단 메모로만 해봤다.
일단 서비스가 망했다고 결론 짖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너무 피드백을 안주고 무시하니까, 같은 회사 담배친구 차장님께 조심스럽게 피드백을 요청드렸었다.
잠깐 만져보시더니, 이뭐병... 같은 표정을 지으시면서, 뭘 피드백 해 달라는거냐고 되물어보셨다.
말씀은 뭘 피드백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내귀에는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 속된말로 피드백할 가치가 없는 어플리케이션이라고 들렸다.
맞는 말이었다.
차장님 핸드폰인 아이폰 사파리 환경에서 어플리케이션 화면은 깨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욕해달라는 소리였냐?"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재빨리 차장님 담배불을 붙여드렸다.
퇴근길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사실 디자인 초안도 내가 잡아서 촌스럽기 그지없고, MVP라는 핑계를 대면서 빠르게 출시하고싶어 디테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때문에 뭔가 만들다 만 프로젝트 처럼 되어버렸다.
부끄러웠다..
개발자 커뮤니티 사람들도 내 프로젝트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어플리케이션으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되는 망상을 했던 내자신이 너무나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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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공개하기 부끄럽지만 일단 오픈해보겠다...
서비스 URL: https://challenge-defense.com/
github-b: https://github.com/totw5701/random_challenge_defense
github-f: https://github.com/totw5701/random_challenge_defense_fr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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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능이 부족했던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MVP를 목표로 했던 거고, 기능은 차근차근 업데이트하면 된다.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디자인과 완성도 부족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디자인.
처음에는 솔직히 디자인을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기능만 되면 됐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아주 큰 착각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유일한 댓글 하나, 그게 바로 디자인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시작부터 숨막힌다"라나 뭐라나.🫠
물론 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디자인 전문 지식은 1도 없다.
그래도, '이건 다 만들어진 서비스다' 라고 느낄 만큼의 최소한의 정돈된 디자인은 갖춰야겠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두 번째, 완성도.
웹 브라우저에서만 대충 테스트하고 "대충 되겠지" 하고 넘어갔다가, 모바일 환경에서는 화면이 깨지고 버튼이 튀어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다.
환경마다 직접 꼼꼼하게 테스트해야 하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을 왜 그땐 그렇게 가볍게 봤는지 모르겠다.
이번 경험으로 확실히 느꼈다.
"나 혼자 만족해서 배포할 게 아니라,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해서 완성도를 채워야 한다"는 걸.
사실 다 때려 치우고 다른 서비스를..
랜덤챌린지디펜스는 처음으로 오픈까지 성공한 내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녀석을 다시 한번 손보면서,
이런저런 기능도 추가하고, 디자인도 외주(=와이프) 맡기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고민해보다가 방향을 바꿨다.
원래 모바일을 겨냥해서 만든 만큼, 이번엔 아예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보려고 한다! 😎
사실, 이걸 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니까.
사진기 기능도 쓰고, 위치 기능도 쓰고,
진짜 모바일 앱다운 앱이 나온다면 얼마나 멋질까... 벌써 기대된다.
물론, 이름은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