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한 곡이 연주되기 전까지 수 많은 과정이 있다. 곡의 조사 부터 시작해서 악보 읽기, 레퍼런스 찾기, 해석, 암보 등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연습이라 부른다.
곡의 규모, 완성도에 따르지만 보통 나는 한 곡을 안정적으로 연주하기 까지 2~3달이 걸렸다. 빠르면 빠르다고, 느리면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느낌과 감정에 밀접해 있는 학문이라서 그런지 무엇을 표현할 때 직설적인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넓은 소리, 깊은 소리, 약하지만 강한 소리, 강하지만 약한 소리 등으로 표현하지 "전완근에 힘을 풀고 손목을 고정 시킨 다음 팔꿈치의 무게를 이용해 건발을 누른다" 와 같이 표현 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진한 빨간색의 소리, 햇살 같은 소리와 같이 공감각적 표현도 레슨을 받다보면 종종 듣는다.
나는 어릴적 부터 테크닉에 대한 컴플렉스가 굉장히 컸다. 테크닉만 완성되면 모든 것이 수월하게 풀리리라 믿었고 수 많은 나만의 연습 방법을 만들고 개선했다. 그 결과 남들보다 뛰어난 테크닉과 완성 속도를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을 4학년 마지막 학기 때 과제로서 위치 에너지, 운동에너지와 소리의 상관 관계에 대해 6장 분량의 세미 논문을 썼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잘난척 하는 것 같다" 이였다. 이 때 일반적인 음악적 사고와 내 사고의 큰 괴리감을 느꼈다.
원인과 분석 그리고 결과 또는 해결책. 비유가 아닌 사실만을 가지고 설명해야하며 감정이 아닌 현상이 우선되는 것은 나의 사고와 그야말로 찰떡이였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료들도 그것을 당연시 여겼고 이런 사고를 가진 나는 빠르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면 할 수록 음악과 비슷하다고 느낀적이 많았다.
C언어
나는 프로그래밍의을 C언어 독학으로 시작했다. 왜냐하면 언어를 모르던 시절에도 C언어가 가장 베이스가 되는 언어인 것을 알고있었고, 이것을 토대로 많은 python, java, c++ 등 수 많은 언어들이 만들어졌다고 들어서 가장 기본적인 것 부터 이해를 하고 넘어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도 레슨을 받으면 보통 바흐의 곡 부터 시작한다. 바흐의 평균율로 부터 12음계가 널리 퍼져나갔고 이는 모든 음악의 토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주를 듣다보면 다른 시대의 곡은 잘 쳐도 바흐의 곡을 못치는 사람은 많지만, 바흐를 잘 치는 사람은 웬만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연주를 보여줬다.
이것은 C언어를 알면 웬만한 언어를 습득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개발의 세계의 말과 같은 느낌이다.
프로젝트
피아노는 곡을 정하고, 구성을 파악하고, 연습하고, 연주에 가까워 지면서 어색한 부분들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마치 시작 할 때 보통 주제선정 - 기획 - 개발 - 테스트 순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유사하다고 느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교수님께 레슨을 받던 마스터 클래스를 받던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QA 과정과도 비슷하고 최종적으로 일반인에게 전달되는 것 도 유사하다.
커뮤니케이션
학생 때 피아노 실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레슨이다. 물론 재능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재능이 출중하지 않더라도 지도 교수님을 잘 만난다면 어느 정도의 실력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은 많이 봐왔기에 레슨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같은 지도 교수님께 레슨을 받더라도 학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레슨의 가치가 달라진다. 위에 언급했듯 레슨은 대부분 공감각적 단어들로 이루어져왔다. (나는 총 5명의 선생님들을 거쳐왔는데 모두 동일했다.) 그렇기에 교수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고친 다음 다시 레슨에서 고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수 많은 레슨을 받고 또 직접 레슨을 하며 다행히 눈치가 빠른 편이라 선생님이 "음... 이런 느낌"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다 알아 들을 수 있었고 선생님들도 답답해 한 적이 없었다.
이러한 눈치는 곧 개발에서 커뮤니 케이션 능력으로 이어졌다. 팀 프로젝트를 처음 진행할 때 서로 간의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간의 소통이 원할하지 않다는 것을 바로 느꼈고 나는 이 능력을 살려서 팀에서 소통을 맡는 역할을 했다.
이 말들이 피아노의 역량이 프로그래밍의 역량에 비례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흐름들이 나의 역량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비록 아직 우물안의 개구리이지만 새로운 것에 항상 설레며 더 넓은 세상은 얼마나 클지, 얼마나 다를지 설레는 것은 나의 철 없는 성격 중 하나이다.
피아노와 코딩이라니 너무 낭만적이고 멋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