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Civilisation matérielle, économie et capitalisme, 15e-18e siècle)는 20세기 경제사학의 기념비적 저작으로, 자본주의를 시장경제와 동일시하는 현대적 등식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브로델은 이 등식을 몰역사적(ahistorical)이라고 규정하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위험한 환원주의로 봅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왜곡하고, 불평등의 구조적 뿌리를 은폐한다고 지적합니다. 아래에서 경제사가로서 브로델의 논의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겠습니다.
브로델은 경제 활동을 세 층위로 구분하여, 자본주의를 시장경제의 단순 확대가 아닌 반시장(contre-marché 또는 anti-market)으로 위치짓습니다. 이는 그의 핵심 통찰로, 자본주의가 경쟁이 아닌 독점과 특권을 통해 작동한다고 주장합니다.
| 층위 | 특징 | 행위자 | 브로델의 설명 및 비유 |
|---|---|---|---|
| 물질생활층 | 자급자족, 지역적·일상적 교환 | 일반 대중, 농민 | 경제의 '바닥층', 느리게 변화하는 장기 구조 (longue durée) |
| 시장경제층 | 투명한 경쟁, 가격 메커니즘 | 소상인, 지역 상인 | '눈에 보이는' 정상적 경제, 공정한 교환의 영역 |
| 자본주의층 | 독점, 정보 비대칭, 불투명성 | 대자본가, 금융 엘리트 | '상층' 반시장, 시장 위에서 규칙을 조작하는 영역 |
브로델은 "자본주의는 시장의 반대편 극에 위치한다. 그것은 예외, 독점, 배타적 기회의 영역이다"라고 명확히 밝힙니다. 이는 아담 스미스식 자유시장 신화나 마르크스주의적 생산양식 중심 해석과도 차별화됩니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기반으로 하되, 그것을 왜곡하고 지배합니다.
브로델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 등식의 몰역사성을 입증합니다.
이 사례들은 자본주의가 13세기 이탈리아부터 이미 독점적·올리가르히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후대 신화일 뿐입니다.
브로델의 비판은 이 등식이 역사적 과정을 무시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 정책(시장 개방)으로 바뀌지 않으며, 불평등이 '자연적'이 아닌 권력 축적의 결과임을 강조합니다.
브로델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강력합니다.
경제사가로서 보자면, 브로델은 월러스타인(Immanuel Wallerstein)의 세계체제론에 영향을 주었으나, 더 세밀한 역사적 증거(인구·무역·일상 자료)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의 접근은 마르크스주의(생산 중심)나 신고전파(시장 균형)와 달리, 총체적(total history) 관점을 취합니다.
브로델은 자본주의를 시장의 '정점'이 아닌 질적으로 다른 체계로 보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현재 경제 관계는 장기 역사적 산물이며, 불평등은 권력의 축적 결과입니다. 이는 글로벌 불평등, 금융화, 신식민주의를 분석하는 데 여전히 필수적 도구입니다. 브로델의 작업은 경제 현상을 이해할 때 시간의 깊이와 공간의 계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이 분석은 브로델의 원저와 후속 연구(예: Wallerstein, Arrighi)를 바탕으로 하며, 그의 통찰이 현대 경제사학의 기반임을 확인합니다.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 1902-1985)은 프랑스 아날학파(Annales School)의 2세대 대표 역사학자로, 전통적인 사건 중심 역사학을 넘어 사회·경제·지리적 구조를 강조한 총체적 역사(total history)를 주창했습니다. 그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장기 지속(longue durée)으로, 1958년 논문 「역사와 사회과학: 장기 지속(Histoire et sciences sociales: La longue durée)」에서 체계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역사적 시간을 단일한 선형적 흐름이 아닌 다층적·다속도적으로 보는 혁신적 관점입니다.
브로델은 전통 역사학이 단기 사건(événement)에 치우쳐 표면적 변화를 과도히 강조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역사적 시간은 사회적 시간(social time)으로,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흐른다고 주장합니다. "시간은 역사가의 생각에 흙처럼 붙어 있다"는 유명한 표현처럼, 역사를 이해하려면 시간의 깊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개념은 《지중해와 필립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1949)에서 처음 실증적으로 적용되었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1979)에서 더욱 발전했습니다.
브로델은 역사적 시간을 세 층위로 구분합니다. 이는 서로 중첩되며 상호작용하지만, 속도가 다릅니다.
| 시간 층위 | 프랑스어 용어 | 시간 규모 | 특징 및 예시 | 브로델의 비유 |
|---|---|---|---|---|
| 단기 시간 | Temps court / Événement | 일상·단기 (일~수년) | 개인적 사건, 정치·전쟁 등 표면적 변화. "역사의 거품"처럼 일시적. | 바다의 파도 (빠르고 불규칙) |
| 중기 시간 | Conjoncture | 중기 (10~50년) | 경제 순환, 사회적 추이, 가격 변동 등. 구조 위에서 리듬처럼 반복. | 바다의 조류 (중간 속도) |
| 장기 지속 | Longue durée | 장기 (수세기~수천 년) | 지리·환경·물질생활·정신 구조 등 느리게 변화하는 기반. 불평등·문명의 지속성. | 바다의 깊은 조류 (거의 불변) |
이 층위들은 변증법적 관계로 연결됩니다. 장기 지속이 기반을 형성하고, 중기 시간이 그 위에서 순환하며, 단기 사건이 표면을 장식합니다. 진정한 역사 이해는 장기 지속을 무시하면 불가능합니다.
브로델은 "세계 불평등은 자리 잡는 것도 느리게, 사라지는 것도 느리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 지속 개념은 오늘날 기후 변화·글로벌 불평등·문명 충돌 분석에 유용합니다. 예: 인류세(Anthropocene) 논의에서 자연-인간 관계의 장기적 영향을 강조.
브로델의 장기 지속은 역사를 깊이와 총체성으로 보는 패러다임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건 너머의 느린 흐름을 포착해,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돕습니다. 그의 작업은 여전히 경제사·사회사 연구의 기반입니다.
임마누엘 월러스타인(1930-2019)은 미국 사회학자로, 1970년대부터 세계체제론을 주창하며 현대 사회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 《현대 세계체제(The Modern World-System)》 4권(1974-2011)은 16세기 이후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단일 체제로 분석합니다. 이는 페르낭 브로델의 장기 지속(longue durée)과 세계-경제(économie-monde) 개념을 계승·발전시킨 이론으로, 국가 단위를 넘어 전체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분석 단위로 삼습니다.
월러스타인은 자본주의를 "역사적 체계(historical system)"로 보고, 그것이 내재적 모순으로 인해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나, 국가 중심적·계급 중심적 분석을 넘어 글로벌 불평등을 강조합니다.
월러스타인은 세계를 단일 자본주의 세계체제(single capitalist world-economy)로 봅니다. 이는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지구를 포괄한 체제로, 국가들이 아니라 국제 분업(international division of labor)이 핵심입니다.
이 구조는 불평등한 교환(unequal exchange)을 통해 재생산됩니다. 주변에서 싼 원자재가 핵심으로 흘러가 고가 제품으로 돌아오며, 잉여가 핵심으로 집중됩니다.
| 구분 | 특징 | 역사적 예시 (16-20세기) | 현대 예시 (2020년대) |
|---|---|---|---|
| 핵심 | 고기술·금융 중심, 강한 국가 | 네덜란드(17세기) → 영국(19세기) → 미국(20세기) | 미국, 서유럽, 일본 |
| 반주변 | 중간 생산, 착취 완충 | 스페인·포르투갈(16세기), 브라질·인도(20세기) | 브라질, 인도, 한국, 중국 |
| 주변 | 원자재·저임금 노동 | 동유럽·라틴아메리카 식민지, 아프리카 | 많은 아프리카 국가, 방글라데시 |
월러스타인은 브로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브로델의 '세계-경제'를 '세계체제(world-system)'로 확장하며, 중심-주변 구조의 장기적 지속성을 강조합니다.
월러스타인은 브로델의 삼층 구조를 세계체제의 분업으로 재해석합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헤게모니 국가(hegemonic power)의 순환을 통해 유지됩니다. 한 국가가 생산·무역·금융에서 우위를 점하면 헤게모니를 장악하나, 결국 쇠퇴합니다.
월러스타인은 콘드라티예프 장파(Kondratieff waves)와 결합해 체제적 순환( systemic cycles)을 주장합니다. A기(확장) → B기(침체) 반복, 결국 체제 위기.
현재(2020년대)는 미국 헤게모니 쇠퇴기이며, 체제적 위기(structural crisis)로 자본주의가 종말을 향한다고 봅니다.
세계체제론은 자본주의를 국가 간 체제가 아닌 단일 역사적 체계로 보는 혁신적 관점입니다. 브로델의 장기 지속을 바탕으로 글로벌 불평등의 구조적·역사적 뿌리를 드러내며, 오늘날 미중 패권 경쟁, 기후 위기, 글로벌 가치사슬 분석에 여전히 유효합니다. 월러스타인은 "세계체제는 영원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체제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이 이론은 경제사·사회학·국제관계학의 교차점에서 필수적 참조점입니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1929-2005)는 독일 출신 미국 경제학자·사회학자로, 1960년대 후반 의존이론(dependency theory)의 주요 창시자 중 하나입니다. 그의 대표작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와 저발전(Capitalism and Underdevelopment in Latin America, 1967)》에서 제시된 "저발전의 발전(the development of underdevelopment)" 개념은 제3세계 저발전의 원인을 내부적 요인이 아닌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 구조로 설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프랑크는 현대화이론(월트 로스토우 등)을 강력히 비판하며, 후진국이 선진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낙관적 단계론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저발전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필연적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랑크의 이론은 세계를 중심(core)과 주변(periphery)으로 구분하며, 불평등한 교환(unequal exchange)을 통해 잉여가 주변에서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봅니다.
| 구분 | 특징 | 역할 및 예시 (프랑크 시대) | 결과 |
|---|---|---|---|
| 중심(core) | 고부가가치 생산, 산업·금융 중심, 강한 국가 | 서유럽·미국 | 발전과 부의 축적 |
| 주변(periphery) | 원자재·저임금 노동 수출, 약한 국가 |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식민지 | 저발전과 빈곤 고착 |
| 위성-대도시 관계 | 국내외 다층적 착취 사슬 | 주변국 내 도시(대도시)가 농촌(위성)을 착취, 이는 다시 세계 중심에 연결 | 저발전의 연쇄적 재생산 |
프랑크는 라틴아메리카(브라질·칠레)를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
프랑크는 주변국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하지 않는 한 발전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급진적 해결책(사회주의 혁명)을 제안했습니다.
프랑크의 의존이론은 저발전을 "내부 결핍"이 아닌 글로벌 착취 구조의 산물로 보는 혁신적 관점입니다. 이는 현대화이론의 낙관주의를 무너뜨리고, 세계체제론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가치사슬 불평등, 남반구 빈곤 분석에 여전히 유효하며, 불평등이 역사적·구조적임을 상기시킵니다. 프랑크의 작업은 발전 연구의 마르크스주의적 전통을 대표합니다.
도넛 경제학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가 제안한 21세기 경제 모델로, 무한 성장 중심의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며 지속 가능한 번영을 추구합니다. 2012년 옥스팜(Oxfam) 보고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2017년 저서 《Doughnut Economics: Seven Ways to Think Like a 21st-Century Economist》(한국어 번역: 《도넛 경제학》, 홍기빈 역, 도서출판 학고재, 2018)에서 체계화되었습니다.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는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 변화 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기존 경제학의 '성장 중독'을 비판하며 "인간의 기본 필요를 충족하면서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균형을 강조합니다.
책 표지 (영문판과 한국어판)
도넛 경제학의 상징은 도넛(doughnut) 모양 다이어그램입니다. 경제 활동은 도넛의 '달콤한 부분'(안전하고 공정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도넛 모델 다이어그램 예시들
| 부분 | 의미 | 기반 개념 | 예시 항목 |
|---|---|---|---|
| 안쪽 원 (사회적 기초, Social Foundation) | 인간의 기본 필요 미충족 (도넛 구멍: 부족) |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기반 | 식량, 물, 교육, 의료, 평등, 일자리, 소득, 정치적 목소리 등 12가지 |
| 바깥쪽 원 (생태적 천장, Ecological Ceiling) | 지구의 한계 초과 (과잉: 환경 파괴) |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오존층 파괴, 토양 산성화, 담수 사용 등 9가지 |
| 도넛 영역 (안전하고 공정한 공간) | 이상적 경제 zona: 모든 사람의 필요 충족 + 지구 한계 존중 | 번영(thriving) 목표 | 성장 아닌 균형·재생·분배 중심 경제 |
레이워스는 20세기 경제학(폴 새뮤얼슨 교과서 중심)이 성장 신화에 갇혀 사회·생태 비용을 무시한다고 비판합니다. 책에서 제안하는 7가지 생각 방식 전환:
도넛 경제학은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과 지구가 함께 번영하는 균형을 제시합니다. 기후 변화·양극화 시대에 필수적인 대안 경제 사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적 컴퍼스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