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5_회고

설탕유령·2022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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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프로젝트의 시작

어제 우리는 실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제 시작해놓고 오늘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너무 폭풍처럼 지나가 버린 하루에 내 정신이 갈피를 못잡았기 때문이었다.

소통

결국엔 소통의 문제다. 새롭게 합류하신 인원은 총 3명 슈퍼팀원, 디자이너 2의 구성이었다.
다행이도 같이 하는 슈퍼팀원 분은 열정도 있으시고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셨다.
디자이너 중 한분은 휴학생으로 아직 공부중이신 분이었다.
성격은 유순하고, 소통도 잘 되고, 잘 웃어주시는 분이 오셨다.
그리고 마지막 우리의 디자인 멤버는 조금 대단한 분이 오셨다.

6년차 디자이너, 전문가의 영역에 들어서신 분을 우리는 조원으로 받았다.
오늘 한가지 들은 말이 있다면,
'디자이너는 연차가 찰수록 자기 고집이 세진다'
이 말을 다른 2명의 디자이너가 하셨다.
고집은 잘 모르겠고 한가지 느껴지는게 있다면, 독기가 느껴졌다.
채팅으로는 별다른 것이 안느껴지고 조금의 친근감을 느낄 ~능 말투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카모플라쥬(위장)이 아니었을까?

어제 밤 12시까지 작업하는 걸 곁에서 지켜보면서 내린 결과는
'어쩌면 나는, 아니 우리는 좆됬을 지도 모른다' 였다.
나는 그분이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가 나눴던 회의 기반으로 수정해야할 점에 대한 의견을 조금씩 피력해봤다.
"했는데요?, 했었잖아요"
세게 느껴지는 그 워딩에서 나는 섬짓함을 느꼇다.
6년차니 모진 사회 풍파를 맞이하면서 해탈의 경지에 이를러 열반에 들은 성인을 기대했지만, 열반을 위한 수라의 길을 걷는 야차를 만난 느낌이었다.
이후로 나는 수정사항에 대한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쫄깃했던 순간이라면 12시 밤이 가까워져가는 시점에 들은 말이었다.
"아니 근데 백엔드 지금 자러 갔어요?"
독기가 빠져나올 각을 보는 그때 나는 백엔드를 구하고자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고 있는 일을 전문 용어를 써가며 둘러댔다

어쩌면 그날밤 서로가 느꼇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바란것과 실제로 본것이 다르다는 것을

협력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빠르게 회의를 소집해 한 일은
기능을 잘 정의하고, 디자인 단계에서 수정사항을 바로 반영하지 않고 기능 단계에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독기에 찬 6년차 디자이너의 주도적인 기획에 대한 열망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늘 기획팀에서 내려오는 사항을 위주로 작업을 해왔으니, 어쩌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추가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나로 하여금 방패부터 들고 보자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의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점은 우리의 야차는 하루종일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력과 협동을 중시하며 다같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도록 만들자는 나의 다짐은 일단 내려놓고, 각 파트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넓게 조율하자는 생각이었다.
다행이 말 잘듣고 협력적이고 열정이 있는 디자이너가 한명 있어서 큰 걱정은 안든다.
X되면 디자이너 한명만 데리고 하면 되니, 밤잠을 설친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그냥 좀 편히 살아도 될 것 같다.

정신차리고 뭐라도 하자

지금의 사람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약간 우선순위를 놔버린 느낌이다.
아이디어와 기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중심을 제대로 잡고 가야 하는데, 당장 해야할 것들과 준비해야할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빙빙 도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크게 의견을 내지 않고 다른사람들이 대부분 긍정하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어찌보면 큰 문제 없이 흘러가는거고, 어찌보면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기술 스택은 React 슈퍼팀원 분이 추천하는 바를 따라가고,
중요한 기능에 대한 데이터 구조나 디테일한 기능의 차별성은 백엔드를 따라가고,
그나마 잘한 점이 있다면 기능 명세를 작성하고 나서, 우리의 디자이너 분이 명세만 보고는 그림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회의를 소집하고 다시한번 우리의 목적과 중요한 키 포인트,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핵심 기능의 형태를 다같이 공유해가며 중심을 잡도록 노력한 점 같다.
각 부분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나는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 보니 제대로 중심을 못잡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획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멀쩡한 상태에서 내가 내게 내리는 지령이야 말로 멈춰버린 진전을 이끌어나갈 도구인 것 같다.

나는 내일

  • Vite에 대해서 Velog로 정리할 것이다.
  • Windi CSS 문서를 한번 빠르게 읽어볼 것이다.
  • 다른 파트에서 진행된 문서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판별을 할 것이다.
  • 제공된 보일러 플레이트 구조를 분석해 Velog로 작성할 것이다.

좋든 싫든 나는 조장이다

지난 5년의 사회생활을 돌이켜보자
나는 잡일을 하는 잡부로써 높은 직급의 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봐왔다.
직급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들은 아주 넓은걸 보면서도, 깊은 결정을 내리는 법을 알았다.
내가 할 수 있든 없든, 난 조장의 역할을 다해야한다.
넓게 바라보며 깊게 다룰 줄 알아야한다.
한계가 있더라도, 포기하고 흘러가는대로 둬 버리면, 흘러가는 대로 갈 것이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내가 좀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기획이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물론 우리는 서비스를 만드는게 아니다.
우린 기술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타 플랫폼, 사업성 그런 자잘한 것은 고민하지 않고, 곂치든 말든 우린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술을 중심으로 신경쓰자는 말이, 기술 외적인 것들을 도외시 하자는 말은 아니다.
나는 기획이 중요함을 알고 있지만, 확신이 없다.
정확한 기능 명세와 설계를 뽑아낼 확신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 방황을 하며 고민을 하고, 정리를 해도 놓친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대부분 회의를 하면서 생각 나는대로 넣고, 나중에 가서 디테일하게 잡자는 의견이 강했다.
아마도 초반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흘러가는대로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의지가 꺽인걸까, 내 자신에게 실망한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현재에 집중을 해야한다는 것은 안다.
내일 다시한번 기획을 생각하고 그려야겠다
중심 없이 흘러가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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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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