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프로젝트가 내게 남긴 것

sojukang·2022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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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안 하는 회고덕의 우당탕탕 팀 프로젝트

회고를 꼭 해야 할까?

백엔드 X웅씨

그 누구보다 회고 안 하는 우리 회고덕. 남몰래 회고해본다. 팀원에게는 비밀로.

👊근데... 이게 우리 핵심일까?

애자일이 뭘까? 핵심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초기 설계부터 완벽한 청사진을 그려 나가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을 정제하여 최대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으며 기능에 살을 붙여나간다. 그런데 핵심은 무엇일까? 세상에 나와 전부 같은 생각을 하는 팀원은 없다. 있다고 해도 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 다른 것을 핵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팀 프로젝트의 핵심은 종종 이뤄지지 못할 수많은 가능성이 뒤섞인다. 이때 현재 상황일 짚고 프로젝트의 핵심을 잡아줄 팀원이 필요하다. 먼저 아리가.

근데... 난 이렇게 생각해.
이게 우리 핵심일까?

아리

무한한 가능성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다. 한정된 가능성은 빠르고 유연한 진화를 이루기도 한다. 아리의 환기를 통해 어떻게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애자일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수 있는지 배운다.

🐼근데...꼭 이걸 해야 할까?

혁명은 외로이 이뤄지지 않는다. 외침과 환호성의 공명이 혁명의 상징 아니던가. 막지 못한 가능성의 폭정에 아리가 괴로워할 때 판다가 외친다.

근데...
꼭 이걸 해야 할까?

판다

아리의 물음이 핵심과 주변을 가르는 환기의 일격이라면, 판다의 물음은 남은 MP를 끌어모아 날리며 당위와 비당위를 가르는 회심의 막타다. 판다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왜 팀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지 우리 길잃은 존재에게 던지는 메타의 빛이다(Facebook 아님ㅋ). 판다의 물음을 통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물음을 던질 기개를 배운다.

'🌙루나하다'

누구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배설하고, 누구는 핵심을 찾고, 누구는 이를 꼭 해야 할까 묻는 팀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삐그덕삐그덕 4kHz 소음을 힘껏 내다 나자빠질 것이다. 이때 경쾌한 걸음걸이와 함께 삐걱대는 사이사이를 윤활 해줄 WD-40 루나가 등장한다.

근데 판다 말도 일리가 있어.
근데 아리 말도 일리가 있어.

루나

어느 산골 부대에선 사람보다 귀히 대접받는다는 WD-40. 루나의 말로 드디어 팀 프로젝트가 삐걱거림 없이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중도는 양측 모두에게 비난받는 법. 루나하다가 중용에 대한 놀림이 되어버린 시대, 그 속의 회고덕.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손가락 세워 침착하게 안경에 붙은 먼지를 떼며 전열을 가다듬고 중용의 세계를 지키는 루나. 그에게서 중용이 가장 확실한 의견이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애자일이 귀찮음의 변명은 아니니까

요즘은 SRT라는 것도 나왔다던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21세기 대한민국. 스프린트 기능 회의로 3시간째 쉼 없이 달리는 우당탕탕 회고덕 팀에 하나의 유령이 떠돈다. 애자일이라는 유령이.

근데 우리 애자일이잖아?
그걸 꼭 지금 결정 해야할까?

회고덕의 유령

유령에 홀려 회의가 귀찮은 팀원들이 단결하여 명료함이라는 신흥 계급을 몰아내려 할 때, 돔하디가 외치는 "멈춰"로 정신에 퇴마 부적을 붙인다.

멈춰!
저는 지금 정확한 플로우가 머리에 안 그려져요.

돔하디

그렇다. 애자일이라는 변명이 명확함이 귀찮아 던지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핵심에 집중하되 그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뚜렷한 그림이 나와야 한다. 팀원 모두가 그릴 수 있어야한다. 유령같이 모호한 핵심은 없느니만 못하다. 돔하디에게서 명료함의 가치를 배운다.

🦕제가 생각해본 게 있어요

열정은 그 자체로 사치가 된 시대, "열정! 열정! 열정"은 단지 산악회에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님을 콤피에게서 느낀다.

제가 생각해본 게 있어요.

콤피

"왜 그리스는 새벽에 축구해요?"의 답이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라면 "왜 콤피는 새벽에 이슈를 파요?"의 답은 열정 이다. 하룻밤 자고 오면 프론트가 뭔가 달라져 있다. UI가 놀라자빠지게 달라졌다. 밤중에 PR이 6개가 올라와 있다. 그만한 양의 일을 코드 퀄리티를 유지해가며 해내는 콤피를 보며 '열정이란 무엇인가' 내게 묻는다.

❓그래서 이게 뭐예요

그리하여 내가 회고 안 하는 회고덕에서 배 터지게 배운 것이다.

  1. 가능성의 바다에서 핵심을 찾는 지혜
  2.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묻는 기개
  3. 중용이 가장 큰 확실한 의견이 됨을 깨닫기
  4. 팀이 함께 그리는 명료함의 가치
  5. 팀에 기여하는 열정의 가치

나는 어떤 팀원이었나 생각하면 또렷한 색채가 없던 것 같아 내심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팀에 잘 화합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기도 하다. 단 하나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궁금한 건 참지 말자"는 것이었다. 21세기 불변 패러다임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휩쓸지만 나는 온몸으로 Setter를 열어두고 질문하며 변하고 싶다. 메타몽 같은 개발자를 지향하는 내가 회고덕에 마지막 6번째 가치를 더하라면 이렇게 묻겠다.

그래서 이게 뭐예요

소주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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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개발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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