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

니나노개발생활·2021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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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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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말렸지만 나는 할거야


개발자,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직군이었다.
나는 서비스를 전공하였고, 전공을 살려 취업했다.
일은 재미있었다. 아니다 재미있는 일이 어딨겠어 원래 가장 좋아하는 일도 업으로 삼으면 싫어진다고 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 사회 경험이었다고 하자.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다. 작은 회사이다보니 다른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았다.
요청을 하고, 요청을 받고. 그런데 딱 한 부서 개발팀과는 쌍방이 될 수 없었다. 항상 요청하는 입장이었고, 해결해주셔서 감사했고 또 요청드려서 죄송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나중엔 '아 그냥 속편하게 내가 했으면 좋겠다 / 이게 이렇게 해결되는 원리가 뭐지? / 와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이렇게 척척박사처럼 해결하지?? / 와 이게 무슨 말이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내 인생에 처음으로 '개발자'라는 단어가 들어오게되었다. 그냥 이 직업이, 하는 일이 궁금했다. 막연히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이것 저것 기웃거리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대학교에서 전공으로도 배우는데 고작 내가 이렇게 심오한 일을 할 수 있을거란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그 때부터 주변에서 누가 개발을 배운대, 나 개발 배워!라는 말들도 심심치않게 들려왔다. 그래서 왠지 나까지 그렇게 얘기하고싶지 않았다. 무슨 마음이지 이게? 하여튼 뭐 그랬다. 연봉과 관련한 뉴스 기사를 보거나 코딩을 배우는게 어느새 트랜드처럼 번져나간다는데 거기에서 '어! 나도 요즘 관심있어!' 라는 말을 하기가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쉽게 내뱉기엔 너무 무거운 말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시간은 똑같이 흘렀고 나도 그 자리에서 똑같았다. 개인적으로 삶에 회의감이 드는 일이 일어났다. 나는 그냥 항상 같은 곳에서만 머무르는 저수지같았다.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있었는데 뒤돌아보니 그 자리였다.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개발이 필요했고 개발을 다시 꿈꾸게 되었다. 근데 주변에서 다들 말리더라. '엄청 어렵대, 너 한번도 배운적 없잖아 잘 하겠어?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한다고? 굳이? 야 요즘 개발 개나 소나 다 배운다던데 너도 배우냐?' 쉬울 거라 생각하여 도전한 것도 아니었고, 성격상 회사까지 그만두며 배워보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거쳐 내려진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만 들으니 점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업무를 하는데 보람이 중요하고 내가 이겼다는 성취감이 좋아서 흥미로웠고 잘 맞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걱정하니 나도 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몇 주가 흘렀다. 우연히 대학 시절 영혼의 단짝이었던 동기와 연락을 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내 계획에 대해서도 얘기하게 되었고, 나는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

나 : 나 회사 그만두고 개발 배워보려고 (...)
동기 : 야 넌 걱정도 안해. 뭘해도 잘 할거야. 내가 본 너는 항상 그런 애였어.

지금은 백수다. 아니 이제 막 시작한 삐약삐약 병아리이다. 혼자서는 어렵다고 생각하여 부트캠프에 등록했다. 어느새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노트북을 키고 강의를 듣고 구글링을 하고 숙제를 하고 '개발자'를 생각하고있다. 내 머리가 바보가 된 것 같다. 분명 듣고 '오케이, 아 이게 이렇게 되는거야? 오케이 그럼 잠시 멈춰 내가 해볼게!'하고 강의를 정지시키고 코드를 보면 기억이 안난다. 그럼 다시 가서 보고 해보고 또 보고 해보고 다르게 해보고. 그러다 해결하면 마치 이 똑똑한 아이와 내가 싸워서 이긴 것 같은 성취감이 밀려온다. (숙련된 전문가가 보면 무슨 이런걸로..왠 성취감? 이라고 생각하며 비웃겠지만 ㅋㅋㅋㅋㅋ) 끝없이 배워야하고 끝없이 나아가야하지만 앞으로도 잘 해내길 바란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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