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스킬 2판

singleheart·2022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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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 다이칸야마 츠타야에 갔을 때 소프트 스킬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길을 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책꽂이에 평범하게 꽂혀 있던 이 책이 왜 눈길을 끌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자인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도 아니었고, 제목이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당시는 "훌륭한 프로그래머 되는 법"이나 "프로그래머가 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던 때라서 눈길이 갔을 수도 있겠다. 그때 읽던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은 사 놓고 아직 20%밖에 못 읽기도 했고. 이 책도 다음 대출이 예약돼 있어서 부랴부랴 읽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최근에 길벗에서 2판을 받아서 다시 읽었다.

당시에는 일본에서도 이런 좋은 책을 쓰는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미국인이 쓴 글이고 일본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회사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이미 2015년에 한국어 번역서가 나와 있었다. 588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74챕터로 잘게 나뉘어 있어서 한 꼭지씩 틈틈이 읽기 좋다. 저자도 이렇게 잘게 나누니까 부담이 줄어들어서 계속 쓸 수 있었다고 한다. 큰 업무도 잘게 쪼개서 추진하라는 게 저자의 팁이다. 

개발자들을 위한 자기계발서인데, 이런 류의 다른 책과 달리 개발에 대한 얘기는 의외로 별로 안 나온다. 그보다는 평판이나 시간관리 같은 주제를 다룬다.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읽을 만할 것 같다. 특이하게도 부동산 투자 같은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대출이 있는데 상환하지 않고 저축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이후에는 대출할 일이 생겨도 이율을 고려해서 갚고 있다.

이 책이 특별히 개발자 대상이구나 싶은 부분은 연애에 관한 챕터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츠타야에서 읽었을 때 가장 눈에 띈 부분이 바로 이 챕터였다. 칠십여 챕터 중에 이 챕터만 딱 읽고 왔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때가 가장 연애가 안 풀리던 시기였기 때문일 것 같다. 꽤 괜찮은 내용임에도 당시는 별로 공감이 안 갔다. 결혼하고 한참 지난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저자가 틀리게 말한 부분은 없었다. 아니, 이제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다만 연애는 이론보다 실전이라서 연애가 안 풀리는 독자들이 읽어도 큰 도움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

저자가 젊을 때 썼는데 산전수전 겪은 사람이라 꽤 통찰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이었다. 두 번 읽어도 여전히 좋은 내용이 많고 당시 느꼈던 초심을 되찾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번역이 잘 되어서 어색한 문장도 눈에 띄지 않았고 오타도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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