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돌아보며 1년 회고를 작성해보려 한다. 평소 econovation(IT 개발동아리)의 slack에 올라온 다른 개발자 분들의 회고를 종종 보곤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회고 한 페이지 안에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고 자극도 많이 되었다. 2021년은 개발자로서, econovation 부회장으로서, 인생 터닝포인트로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였다. 때문에 나의 회고를 블로그에 기록해놓는다면 후에 내가 과거의 내 회고를 보며 또다른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회고를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할지, 어떤 내용을 주로 담을지 고민하느라 시작이 늦어졌다. 2021년 나의 스토리로 시작해 2022년의 내 다짐으로 마무리해보려 한다.
2021년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다. 에코노베이션(전남대 정보전산원 IT 개발동아리) 활동을 한지 채 6개월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회장이란 자리를 맡게 되었다. 타 동아리, 학급 등 여러 곳에서 임원직을 했었지만 에코노베이션의 임원직 자리가 가장 부담스럽고 신중하게 결정했던 자리였다. 에코노베이션의 회장단은 타 동아리의 회장단과 다르게 할 일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신입모집, IT 개발 최종발표회, 해커톤 등 에코노베이션을 사랑하는 마음이 왠만큼 크지 않고선 불가능하다.(실제로 회장단이 다음 회장단한테 넘겨준 slack 공지사항 목록이 있는데 자그마치 A4 크기로 130여장이었다🤣)
6개월도 활동하지 않은 에코노베이션에서 1년의 부담감을 견딜만큼의 애착이 있진 않았다. 그럼에도 부회장을 하기로 결정하게된 계기가 있다. 첫 번째는 나한테 처음 부회장을 권유했던 회장을 희망한 친구가 에코노베이션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에코노베이션을 사랑하진 않았지만, 전남대에서 가장 훌륭한 동아리라는 애착은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친구가 회장을 한다면 이 동아리가 매우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두 번째는 역대 회장단들의 결과이다. 너무 기회주의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17년도 회장단부터 내가 부회장을 잡기 전 20년도 회장단까지 너무나도 취업 결과가 좋았다. 그리고 활동할 때 보던 그 분들의 모습은 내가 실력적인 부분이나 인성적인 부분으로 내가 따라가고 싶었던 이상향이었다.
나는 어떤 직책을 맡게되면 그 직책을 맡았던 누구보다 성과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남들에게 보이는 내 성과가 나한테는 중요하다.(어쩌면 나한테는 돈보다 명예가 중요할지도 모른다...ㅎㅎ) 내가 회장단을 한다면, 이상향으로 보이던 역대 회장단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이고, 나아가 역대 회장단들보다 나은 회장단, 본인이 되려고 노력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졸업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취업 준비를 못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기에 욕심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나는 회장단으로서의 시간이 취업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대학생일 때만 겪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임과 동시에 개발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2021년 1월 31일, Winter Dev 최종 발표날에 21년도 부회장직을 맡게되었다.
2021년 1학기의 나는 어느덧 졸업을 1년 앞에 두고 있는 4학년이자, 에코노베이션 A팀, 2021년 부회장이었다. 그리고 길고 긴 진로탐색 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방향을 굳혔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당시 나는 신입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collusic에 추가 인원을 모집하며 1학기 프로젝트로 연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졸업하신 선배분들의 토이프로젝트인 eussya-eussya에 신입으로 합류했다. 현업에서의 프로젝트 경험을 얻기 위해 Typescript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같이 하고 싶다고 발을 들이밀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으쌰으쌰 팀원분들과 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벽에 부딪혔고 많이 성장했다.(어느 분야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그 분야에 일단 발을 담궈보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또 JS-Coffee라는 JS 고급 개념을 얻기위한 Javascript 기반 풀스택 스터디에도 합류해 매주 특정 주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돌이켜보면 내 스스로를 돌볼 시간도 없이 오로지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회장단으로서 처음 했던 가장 큰 행사는 에코노베이션 신입모집이었다. 신입모집은 에코노베이션 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임과 동시에 에코노베이션이라는 동아리에 더욱 애착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이다. 에코노베이션 신입모집 TF팀을 하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어떻게 붙었지?ㅎㅎ..." 왠만한 교육프로그램 인적성 면접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질문을 준비한다. 심지어 최종 결정날에는 면접자들의 지원서와 녹화된 면접영상을 다같이 보면서 12시간 가까이 회의한다. 내가 처음 에코노베이션에 들어올 때도 면접을 보고 자신이 없었는데 신입모집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생각은 '차라리 좀더 일찍 들어와서 다행이다.' 였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해서 신입부원을 뽑기에 지금 에코노베이션이 좋은 사람들만 모여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다보면 지금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에코노베이션에 더욱 더 애착이 간다. 동아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면접제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2021년, 오랜 기간 진로탐색을 하다가 처음 방향을 굳혔던 나로서는 앞으로 성장할 내 모습이 너무 기대가 되었고, 그만큼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슬럼프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미리 다 해놓고 나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개발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르는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옥죄어왔다. 그날 모르는 내용을 그날 해결하기에도 벅찼고, 힘들어할 여유도 없이 내일이 되면 더 많은 모르는 내용들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으쌰으쌰(졸업하신 선배분들과의 토이프로젝트)에서 회의 내용을 30분 정도 듣으며 모르는 단어나 내용을 A4지에 적으면 항상 A4지가 꽉 채워져있었다.(돌아보니 그 단어들 중 내가 몰라도되는 백엔드 관련 용어가 40% 정도 있었다ㅎㅎ...) 매일매일 모르는 내용은 쌓여가고, 회장단으로서 회의만 하다가 하루가 다 날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날부터는 숨이 잘 안쉬어지는 답답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당시의 나는 빠르게 취직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초조했었다. 오랜 기간 진로탐색으로 방황했기에 남들보다 빨리 나아가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그 압박감 때문에 쉴 때도 맘편히 쉬질 못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게된 개발자로서의 삶이 압박감 때문에 싫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좀 천천히 나아가더라도 개발자로서의 삶을 평생 사랑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이 후로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았고 개발에 대한 흥미는 더욱 커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발자로서 한번은 겪어야될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 오히려 취직하기 전에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에코노베이션 회장단으로서 해커톤 주최는 무엇보다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되는 큰 작업이다. 6월부터 거의 3개월을 해커톤 준비에 쏟아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커톤을 기획했던 시기는 내가 복학 이후 가장 예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ㅎㅎ...) 짧으면 2시간, 길면 12시간씩 논의를 하던 해커톤에서의 회의는 소통에 자신있어 했던 나를 끝없이 몰아세웠다. 회의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도출되기 위해서는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매 순간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의를 만드려고 노력하였고 매 순간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참 어렵고도 고된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학생 주최 해커톤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오롯이 우리들이 만들어나가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회장단으로서의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행사를 이정도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은 학생 신분으로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안목은 이 시기를 겪어서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해커톤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 것 만으로도 배워갈 수 있는 해커톤을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Git 교육, 메타버스(게더)에서의 팀빌딩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에코노베이션 동아리의 홍보도 잘 이루어졌다. 해커톤 인터뷰 영상을 폐회식 때 보여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고 기뻤다.
2021년 server가 뭔지도 모르던 3학년의 나에서 프론트엔드로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까지 2021년은 내 인생에서 경험이었고 성장이었다. 특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에코노베이션에서의 부회장 역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훌륭한 시련이라고 말하고 싶다. 취업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욕심은 있기에 이제는 임원직에서 내려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투자를 하려한다. 매 학기, 매 순간 발전해나가는 나이기에 내년 회고에서의 내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된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