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Raymond Yoo·2021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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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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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도저히 가망 없어 보이던 방죽 쌓는 일이 시나브로 시나브로 이어져 나가더니 마침내 완성의 날이 온 것이다.≪조정래, 태백산맥≫

어떤 개발자를 두고
그가 몇 개월 전, 몇 년 전보다
얼마나 성장했고 발전했는지 아는건 쉽지 않다
사람마다 여기에 대해 다른 대답을 내놓을 것이고
개발자들끼리도 머릿 속에 정리해 둔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답변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다

업무 환경에서 여러명이 함께 팀을 이뤄 일을 한다면
서로의 가치관, 우선순위가 달라서 충돌이 일어날 때도 가끔 있다

최근에 회사에서 팀장님과 가치관이 맞지 않아서 다소 갈등이 있었다

팀장님이 개발하는 방식은 이렇다
그때 그때 주어진 일을 의사결정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완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렇게 하나의 임무를 끝내고 나면 바로 다음 임무로 넘어간다
최신 트렌드를 잘 따라가면서 다음 과제에 사용할 새로운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를 공부해야 한다
구현하면서 사용하는 프레임워크를 학습할 때도
업무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시간을 극도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당장 업무에 쓰이지 않는 부분을 공부하느라 개발 일정이 진척되면 안 된다
이렇게 해야 개발자로서 현업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개발자의 성장은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것에 적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믿는다

내가 보는 개발은 이렇다
그때 그때 주어진 일을 의사결정권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완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취미가 아니라 업으로 개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위의 문장에 동의할 것 같다
그러나 내 눈에
한번 구현 성공해서 QA까지 완료한 프로젝트는 곧 2막을 시작해야 하는 과제로 보인다
회사는 언제나 시간을 촉박하게 또는 부족하지 않을 수준으로만 주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개발자들은 자주 차악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다
작성하고 난 바로 직후, 즉 코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순간에
기술 부채를 갚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오류없이 사용할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해당 프레임워크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고 내부 동작 원리까지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우연에 의존하는 코드를 만들지 않을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업무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런 개발자야말로 가장 큰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2021년 12월, 팀장님과의 갈등에서 나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팀장님은 자신의 삶으로 본인의 가치관을 온전히 증명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넘는 경력을 쌓는 동안 저런 자세로 살아오셨고 사회에서 마주친 누구에게든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내 가치관을 나의 삶으로 증명해보려고 한다
매일 조금씩 조금씩
쉬지 않고 노력하면서
내가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는 분야를 하나씩 늘려가다보면
언젠가 개발이라는 분야 전체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블로그는 그 여정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고,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코드를 만들고 싶다

실패해도 괜찮아. 변화를 만들다 실패해도 괜찮아.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내 자신이니까

지인 중 한 분이 자신의 사수가 해준 명언이 기억난다며 공유해주셨다
개발자로서 성장하는 방법이 뭔지 정말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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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도움이 되고, 동료에게 도움이 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코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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