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퇴사 회고

Sangwoo Park·2023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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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경험을 통한 지금 시점에서의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경험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재직했던 회사를 8개월만에 퇴사했다.

도메인은 클라우드였고,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 했다.

입사 후 약 2주간의 온보딩 기간을 가진 뒤, 한 프로젝트의 일부분 업무를 팀원과 둘이서 맡아 기획 및 설계부터 고객인터뷰, 개발까지 진행했다. 맡은 업무의 특성 상 다른 팀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서 여러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회사 제품 전체에 대한 이해도도 빠르게 올라갔다.

사내 개발 문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참 아쉬웠고, 그래서 더 해보고싶은 게 많았다. 공격적으로 채용중이던 회사 상황 덕분에 팀원 수가 두배가 되며 신입 개발자들이 연달아 합류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더 나은 협업을 위해 좋은 아키텍쳐와 좋은 개발 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조직과 사람들에게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게 효과적일지에 대한 고민도 했다. 지금 당장 개선해야하는 것과, 긴 시간동안 공을 들여 멀리보고 천천히 바꿔야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도 해 보았다.

그 와중에 파트장이란 직책을 맡게 되어 내가 옳다고 믿는 협업/개발 방법론들을 탐구하고 적용해볼 수 있는 경험도 했다. 팀원들에게 업무도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보기도 했고, 코드리뷰도 진행해보았다.

처음에는 친절하고 똑똑하고 리딩도 잘 하며 자기 업무도 잘하는 능력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만심이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자만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실패를 겪으면서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또한, 다른 리더들이 어떻게 리드하는지, 나와는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기도 했다. 어떤 도구가 왜 필요하며, 어떤 규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를 설득시키는데 실패해보기도, 성공해보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던 것

  • 회사를 다니며 주니어 개발자로서는 해보기 힘든 파트장 역할을 하며 리드 포지션을 해볼 수 있었다.
  • 조직 내에 이미 굳어진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다.
  • 소프트스킬이 뛰어난 팀장님과 일하게 되어 리더로서의 자질, 권한, 책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 파트장으로서 파트원들과 코드리뷰 문화를 원하는대로 일구어 볼 수 있었다.
  • 고객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며 프로덕트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팔리는지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 Vue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며 CSR 및 프론트에 대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 신입 개발자들을 교육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ex) Git, 사내 솔루션 등
  • 사내 스터디를 직접 모집하고 진행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회사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 여의도의 고층빌딩에서 쾌적한 업무환경, 휴게공간 등이 제공되었다.
  • MSA가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아쉬웠던 것

  • 사원수가 급증함에 비해서 조직과 프로세스를 매니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부재했다. 이는 결국 기술부채의 누적과 주먹구구식 업무방식, 개선없이 반복되는 이슈와 장애를 야기했다.
  • 사내에 개발을 사랑하는 찐 개발자가 많이 없었다.(매우 주관적 기준) 커피챗을 하고싶었던 개발자가 몇 되지 않았기도 했고, 사내 스터디를 모집할 때도 핏이 맞는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 멘토링, 코칭을 해줄 수 있는 시니어 개발자가 거의 없었다.
  • 인력이 급해 계속해서 신입 개발자만 채용하다 보니 실무를 쳐내며 신입 개발자를 교육하고 리드 해야하는 미들급 개발자들만 매우 바빠지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업무는 계속해서 내려왔음)
  • 개발하고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인프라 및 자원의 지원이 부족했다.
  • 파트장의 업무와 잦은 출장 업무로 인해 실제 프로그래밍에 기여를 많이 할 수 없었다.
  • MSA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MSA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다. 각 모듈들이 매우 밀접하게 의존해서 작동하는 아키텍쳐였고, 개선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
  • 솔루션의 완성도가 매우 미흡하여 고객의 요구사항에 끌려다니며 개발하는 SI에 가까운 프로세스였다.

이직 결정

그렇게 프로젝트가 나름대로 잘 마무리 되어 갈 때 쯤, 좋은 제안을 받게 되었고, 아래와 같이 5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결정을 내렸다.

  1. 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한 영향
  2. 개발자로서 역량의 성장 가능성
  3. 더 넓은 경험에 대한 갈망
  4. 동료들의 퀄리티
  5. 연봉 상승 (=나의 가치 상승)

이를 고려해 봤을 때 만약 재직중이던 회사에서 같은(혹은 더 나은) 처우를 해준다고 해도 번복되지 않을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회사가 변화하는 속도가 내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내 개인적인 성장의 속도도 충분히 빠르게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시점이 다가오며 생각해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개발팀을 보유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과 복지가 필요할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나의 퇴사가 누군가에게는 슬픔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누군가에게는 덤덤한 작별이었다.

이제 전혀 다른 기술스택으로, 전혀 다른 도메인에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겪었던 것들과는 또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지만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5년 뒤, 10년 뒤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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