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og를 떠나면서..

이상민·2024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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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의 첫 글이었던 리눅스(Ubuntu)에서 터치패드 스크롤 속도 조절하기로 시작해서 벌써 햇수로 4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사용했던 velog를 떠나서 워드프레스로 새로운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합니다.

2020년부터 오늘까지

velog는 저에게 참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에요. 저의 개발 인생의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글을 작성했던 2020년 당시 군대를 막 전역하고 나니 앞으로 뭘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인생의 변곡점에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려고 몇 번 시도 했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진짜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넘쳤을 시기였어요. 그러다가 개발자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IT에는 관심이 많았어요. 스마트폰이 처음 나오던 시기 IT 기기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고 중학교때 매우 기초적인 자바 문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영학과로 대학에 진학하면서는 경영정보시스템(MIS)과 빅데이터에 기웃거렸죠. 이 시절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절이었어요. 직접적인 코딩이나 개발은 이과가 하는 것이고, 저는 경영학도이니 비즈니스적 인사이트를 제시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에서 진행하는 MIS와 빅데이터 강의는 너무나도 피상적이었고, 이때문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이도저도 아닌 기분이었죠.

그렇게 군대를 갔다오고 방황하던 중 빅데이터를 얕게 공부할때 들어갔던 동아리의 선배와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는 네카라 중 한 곳에 개발자로 취업했어요. 해당 동아리는 IT에 관심이 있는 문과생들이 모여서 주제별로 팀을 꾸리고 공부하는 동아리였어요. 당시 이 선배는 개발팀에 있었습니다. 문과가 개발자로 취업하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저의 편견을 깬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나서 개발자는 어떤지 지금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를 물어보면서 저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정말 바쁘게 개발 공부만 하는 인생이었고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생활코딩님의 HTML 강의로 시작해서 웹 프레임워크로 Flask를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엔 개발 동아리에서 프로젝트도 하고 프로그래머스의 백엔드 데브코스 부트캠프를 수강했죠. 이후에는 미리캔버스 취업했다가 만 1년이 되기 직전에 현재 재직중인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 안에 참 바쁘게 열심히 살았구나 싶으면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velog를 시작했던 이유

처음 velog를 사용했던 이유는 간편함 때문이었어요. 마크다운 형식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어 편했고, 깔끔한 기본 스타일 설정을 해주니 테마를 꾸미느라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었어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때에 목적은 공개된 메모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학부와 개인 개발 공부 정리 글이 위주였기 때문에 블로그에 작성하므로써 내 글을 공유하고, 또 오류가 있다면 누군가 바로잡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velog는 편의성 덕분에 이 역할에 적합했어요.

이 덕분에 글을 쓰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어느덧 200개 이상의 글을 작성했네요. 이 과정에서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의 상위 검색 결과로 나타나거나, 주변에서 글을 공유 하는데 제 블로그 글인 등 짜릿한 경험도 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력서에 링크를 남겨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velog에 소홀해지기

첫 직장까지도 velog를 열심히 썼습니다. 퇴근 이후에 기술 공부도 계속 했고, 실무 경험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고민들이 위주였죠. 이러한 고민들을 깔끔하게 해소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더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직하면서 다소 소홀해지게 됩니다. 이직한 곳에서는 의문에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공개된 블로그에 작성하기 보다는 개인 노션에 많이 작성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이직한지 거의 1년 반이 돼가는 시점에 다시 블로그를 작성하고 싶어졌습니다. 어느덧 3년차 개발자가 되었고, 메모장 같은 블로그는 많은 추억은 있지만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었어요. 연차가 쌓여가면서 이제는 조금 더 의미있는 글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워드프레스로 넘어가는 이유

그렇게 새로운 블로그 플랫폼으로 워드프레스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1) 영어 지원, 2) 자체 구축, 3) 확장성 이었어요. 그동안은 한글로 글을 작성했는데 이제는 더 글로벌한 독자를 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했고 워드프레스는 기본이 영어이므로 최적이었습니다.

이 이유 뿐만이라면 단순히 해외 블로그 플랫폼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저는 자체 구축하여 운영하는 경험도 하고 싶었어요. 더 작은 규모의 회사로 이직하면서 인프라 쪽의 업무도 담당하는 일이 늘었기 때문에 학습 목적으로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블로그는 신생 클라우드 프로바이더인 Vultr에서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에 배포하여 운영 중입니다. 쿠버네티스는 학습 곡선이 꽤 높지만 기본 사용법을 안다면 완전 관리형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아주 편리해요.

마지막으로 워드프레스의 확정성에 매료됐습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사이트의 절반 가량이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워드프레스는 플러그인을 통해 블로그 뿐만 아니라 커머스, 여행 예약, SaaS 홈페이지 등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어요.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이미 수많은 테마와 플러그인이 존재하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최근에 워드프레스를 찍먹해보니 내가 만약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우선 최대한 워드프레스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안녕 velog!

그 동안 velog에게 많은 신세를 진 것 같은 기분이네요. 지금까지 너무나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쩌다보니 제 일기장에 도달하신 여러분, 새로운 블로그에도 놀러오세요!

https://blog.ideaharbour.site/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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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읽기 좋은 단위의 포스트를 추구하는 개발자입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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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일

200편의 글이라...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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