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와의 첫만남은 (물론 나 혼자만의) 올해 1월에 이루어졌다.
언제나처럼 구글링을 하다가 깔끔하게 글을 쓰는 블로그를 발견해서 이런저런 다른 글들도 구경하다 '글또 6기 후기글'을 보았다.
글또가 뭔지 찾아보니 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의 준말로, 글쓰는 개발자 모임, 커뮤니티란다.
또라이라니.. 모범생인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노션 페이지를 구경하다 보니 꽤나 오래된 모임이고 체계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관심이 생겨 다른 글또 후기글도 살펴보면서 나도 이 활동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후 7기 모집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6기 활동이 분명 끝났는데 왜 다음 기수 모집 안하지... 6기로 마감하는건가...? 1월에 끝났으면 3월에는 모집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운영진 일해라... 하면서 계속 페이스북과 노션 페이지를 들락날락거렸다. 알람 어떻게 받는지도 몰라서 행여 놓칠까 집착 오졌음..
그리고 4월. 드디어 모집글이 떴고, 나의 진심에 비해 초라한 지원서를 마감일에 겨우 제출했는데..
아싸! 합격!
ㅇㅇ 글또 아니면 글 못 쓸 것 같았어요..
블로그 방치한지 어언 1년...
그나마 있는 글들도 조악하기 그지 없어서 이력서에 블로그 주소 적을때마다 그냥 없는 척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런 나도 글또 활동을 통해서라면 갱생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
커뮤니티가 무엇인가?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아닌가?
글 쓰자고 모인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도 글 쓰고 싶은 척 앉아있으면 글을 쓰게 될 것 아닌가!
심지어 글또에서는 글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글또 활동의 기본 규칙은 2주에 한 번씩 글쓰기이다. 아니면 예치금 차감..ㅎ
이를 위해서 캘린더에 대신 입력도 해주시고 마감일에 alert도 해주고 어떤 글 쓸지도 추천해주고 아주 감사하다!
챌린저스 어플이 왜 성공했을까? 인간은 돈 내고 다른 사람과 약속해야 지킨다^^
사실 벌금 때문에 어떻게든 글자수만 채워서 쓸 수도 있다. 그럼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글또에서는 피드백 제도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코멘트를 해준다..ㄷㄷ
그럼 또 사회적 체면이 있는 나는 대충 써낼 수가 없겠지?
이슈해결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같은 이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이직할 때 나 이런 것 했어요~ 쉽게 설명이 되고,
글을 쓰면서 지식도 더 잘 습득할 수 있을테고,
뭐든 좋으니까!
어느덧 3년차 개발자인데..
그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아깝다.
그리고 분명 나는 성장했는데 그걸 명료하게 설명해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흩어져서 흘러가기만 했던 나의 생각들을 붙잡고 모아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자라나는 과정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이란 무엇인지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았다.
그렇다. 이에 따르면 내가 썼던 것은 '글'이 아니다.
공부기록이랍시고 TIL과 에러해결과정,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올리기는 했지만 기록과 끄적임에 불과하지 거기에는 나의 생각도 없고, 내가 겪은 일도 없다.
그래서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블로그도 티스토리에서 velog로 옮겨서 진짜 글을 써보고자 한다.(쓸데없이 비장..)
다른 사람에게도, 미래의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양질의 글을 생산해내고 싶다.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 없으니 글또 활동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보고자 한다.
글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주제에 따라서 그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떤 글이 쉽고 어떤 글이 어려운지.
어떤 글이 재미있고 어떤 글이 힘든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써지는지. (시간대는? 공간은? 혼자? 아니면 여럿이?)
나의 글의 장점과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글쓰기 프로세스와 환경도 만들고, 계획도 세워서 더 효율적으로 글을 써내고 싶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잘 쓰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아직은 글쓰기가 어렵고 부담스러운 과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게 자연스럽고 편해졌으면 좋겠다.
글쓰기 습관을 만든다는게 literally 글을 쓴다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글을 쓰는 과정도 포함이다.
개발을 하면서도, 일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 이거 좋은 글감인데'라고 떠올리고, '이런식으로 써볼까?' 하며 구상하는 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일 테니까.
사실 글쓰러 모인 개발자들이라고 글과 개발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경력, 나이, 직군, 배경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슬랙을 통해 수다 떠는 정말 좋은 분위기이다.
커리어 고민 같은 진지한 이야기부터 사소한 질문도 하고 같은 취미활동을 가진 사람들끼리 일상공유도 하고 서로 응원도 하면서 여러 대화들이 오간다.
사람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고 싶다.
글또 활동을 시작하며, 지난 나의 글쓰기도 돌아보고 글또 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도 적어보았다.
반년 후에는 모두 다 이루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