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정말 특별한 해이다. GDSC(Google Developer Student Clubs) 고려대학교 리드를 맡게 되었고, 카이스트에서 연구 인턴을 하게 되고, AI 직군으로 진로를 잡은 후 첫 인턴쉽을 회사 아크리얼에서 하게 되었다. 커리어 관점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지금까지 재밌었던 2달만큼 다가올 10달의 시간도 설레고 기대된다.
GDSC는 구글 학생 개발 커뮤니티로, 각 학교에 리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작년 구글에서 고려대 GDSC 1기 리드로 합격하여 너무 기뻤는데, 이 기회를 살려 글로벌 개발자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오래된 마음을 실천에 옮겼다.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동경대학교, 와세다대학교, 게이오대학교 등 일본 유수 대학들과 함께 24시간(무박 2일) 해커톤에 참여했다. 아크리얼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었다. Google 글로벌 해커톤은 코로나로 단절되었던 전세계 개발자들을 잇고, 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해 준비된 행사였다.
나는 아크리얼 소속이자 고려대학교 GDSC 리더 자격으로 이번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첫 해외 해커톤인만큼 출발할 때부터 설레고 낯선 감정들이 교차했다.
해커톤은 UN의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주제로한다. SDG는 최근 굉장히 중요한 개발목표로 많은 회사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SDG에 대한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만큼 주목 받는 개발 지향점이란 사실도 이번에 새로 알 수 있었다.
우리 팀에는 와세다 대학, 게이오 대학의 학생들이 많았다. 총 8인으로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졌고 각자 영어 닉네임으로 서로를 불렀다. 사내에서 이미 영어 닉네임을 사용해서 수평적인 문화에 적응하였던 덕분에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팀 리드까지 맡게 되어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130명이나 되는 고려대 GDSC를 이끄는 나이지만, 영어로 다른 나라 친구들과 네이티브들 앞에서 발표하자니 조금 떨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구글 해커톤은 개발자로만 팀이 구성되지 않고 디자이너와 기획자도 함께 구성되었다. 따라서 24시간 동안 기획부터 디자인, 그리고 개발까지 완성해야하는 정말 고난도의 테스크였다. 또, 내가 맡은 파트인 AI 모델을 백엔드와 프론트엔드에 연결시켜야하는 문제도 남아있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배포와 버전관리 이슈를 접하게 되었고 MLOps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지켜보면서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추후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팀에서 나의 테스크는 AI모델 구현으로, 이미지 상의 점자블록을 탐지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였다. 그러나 점자블록은 물체 중에서도 배경에 가깝기 때문에 기존 object detection 모델들을 직접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ensorflow로 딥러닝 YOLO 모델을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Pytorch가 좀 더 익숙했던 나로서는 Tensorflow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에 다소 당황했지만, Tensorflow에 익숙한 일본 멤버, Ibuki의 도움을 받아 모델을 튜닝하여 최종적으로 탐지 정확도 95%의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함께 살펴본 문서들이 일본어로 되어 있어 언어적인 어려움이 뒤따랐고, 두 라이브라리 간의 기능 차이도 까다로운 문제였지만 서로의 의견을 마커보드에 적어가며 하나씩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만약 혼자 개발을 완성하려했다면 24시간 내에 마무리 짓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3 구글 글로벌 해커톤은 내게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제한된 시간, 해외라는 낯선 환경과 언어의 장벽 속에서 개발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서로 돕는 것은 어렵거니와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를 하나하나 정의하고, 소통하며 함께 해결해나가면서 24시간 내에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함께의 가치를 느끼며 글로벌 개발자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아크리얼에서도 녹아들어 회사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컴퍼니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