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 _ 마켓컬리 PM은 고객경험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할까? _ 차은경

라용·2023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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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PM이 말하는 고객경험에 대한 퍼블리 글. 내가 편하다고 생각했던 배송지 설정 기능이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아래 발췌.

발췌

고객에게는 우리 서비스 외에도 다른 대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고객은 자기가 원하는 정보, 상품을 얻는 데 들이는 노력을 아끼고 싶어 하죠. 우리 서비스가 어렵거나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서비스로 쉽게 눈을 돌립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갖고 있더라도, 고객이 이를 발견하고 얻기까지의 과정이 어렵다면 고객은 이 가치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서비스를 떠날 것입니다.

서비스는 서랍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서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부 알지는 못합니다. 대략 어디에 뒀다는 것은 알기에 필요할 때 열어서 찾아볼 뿐이죠. 물건을 나중에 찾기 쉬우려면 정리 정돈이 필요한 것처럼, 서비스의 모든 기능들은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배치·설계되어야 합니다.

고객은 자신의 목적지에 빠르고 쉽게 도착하고 싶어 하죠. 이런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고객 경험의 핵심입니다.

물류 센터를 확장하면서 한 가지 이슈가 생겼습니다. 바로 재고였습니다. 기존에는 물류 센터가 한 곳이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만 상품이 품절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지역별로 물류 센터가 달라지니, 고객이 상품을 탐색할 때 '우리 지역에 이 상품이 있는지'까지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고객이 설정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면 그만큼 상품 탐색 과정이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고객이 느끼는 이 피로도는 결국 구매를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죠. 결제 직전 단계에 배송지를 설정해도 문제는 마찬가지입니다. 담아놓은 상품의 일부가 배송지를 설정하는 순간 갑자기 품절로 변경되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죠. 서비스가 주는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이는 곧 고객 이탈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에서부터 우리의 첫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비스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불편한 지점, 귀찮은 지점을 체크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고객이 느낄 크고 작은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하나 둘 쌓이면 이는 어느덧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고객은 이 기능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게 될까? 사용 시나리오를 그려보며 고객이 처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점검합니다.

고객이 이 기능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핵심 정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화면 전환이나 고객의 액션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기능 하나를 사용하는 데에 고객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 피로도를 높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합니다.

분석 → 인사이트 도출 → 가설 설정 → 솔루션 정의

이미 필요성이 확인되었는데 왜 분석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할까요? 이는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를 진단하여 보다 적합한 새로운 솔루션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장보기는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생필품을 나눠쓰는 등 상품을 함께 공유하는 특성이 강한 서비스입니다. 주문자는 한 명이더라도 배송된 상품은 온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가족이 떨어져 산다면 부모님의 주소 등 다른 집으로 물건을 번갈아 주문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재료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차려 먹을 때면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는 법이니까요. 따로 사는 가족의 장보기 수고를 덜어줄 수도 있고요. 샛별 배송 지역이 확대되고 나면 한 계정에 두 개 이상의 배송지가 등록되는 일은 더 많아지겠죠.

이렇게 주요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파악하니, 앞으로 고객이 배송지를 더욱 빈번하게 변경하게 될 것이라는 방향에 무게를 둘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고객들의 이용 행태의 변화를 대비하기로 한 것이죠.

결론적으로 1)배송지 추가와 2)이미 추가된 배송지를 선택하는 기능은 자주 사용되는 기능인 반면 3)이미 등록된 배송지의 주소를 수정하는 기능은 거의 사용되지 않을 기능일 것이라는 점이 예상되었습니다.

주요 고객의 특성과 배송지 관리 기능 이용 행태 분석을 통해 다음 가설을 세워볼 수 있었습니다. '고객은 기존에 있던 배송지 정보를 수정하기보다 상품을 받을 다른 주소지를 선택하는 기능을 더 자주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주 사용하게 될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에 차등을 두고, 중요도에 따라 사용자 경험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문제 해결 방향을 도출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모든 고객의 니즈를 100% 만족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PM은 일부 고객의 불편 사항을 확대 해석하지 않기 위해 경계해야 합니다. 주요 고객의 사용성을 해치면서 소수만을 위한 기능을 만들게 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거의 모든 화면에서 동일하게 제공되는 메뉴를 '글로벌 메뉴'라고 부르는데요. 사용자가 어느 위치에 있든 동일하게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결제 직전 단계인 주문서 화면에 진입했을 때에만 주소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언제든 주소를 변경할 수 있도록 배송지 설정 기능을 글로벌 메뉴로 제공했습니다. 상단 내비게이션 메뉴의 장바구니 버튼 좌측에 배송지 버튼을 노출한 겁니다. 이 기능이 생긴 덕분에, 고객은 이제 샛별/택배 배송 지역 필터를 따로 선택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현 배송지 기준으로 판매 중인 상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상품을 보고 있을 때는 바텀 시트(이미지 좌측) 형태로 배송지 설정 화면을 제공했는데요. 풀 화면(이미지 우측)처럼 새로운 화면에 진입시키기보다는 팝업과 같이 가볍게 화면 위에 떴다가 닫히는 전환 효과를 준 것이죠. 이는 언제든 쉽게 접근했다가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집요한 지우개'가 훌륭한 고객 경험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고객이라면 어떨 때 불편하고 짜증이 날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예상되는 불편함과 리스크를 하나씩 지워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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