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트 컨퍼런스 2022 참여 후기

나이든별 / Oldstar·2022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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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새삼 밝히지만, 올해 나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던 것은 "말조심"이었다. 평소 말이 많은 성격이니까, 큰 수의 법칙에 빗대 생각해보면 말실수라는 이벤트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걸 좀 절감하게 된 계기가 있기도 했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해가 어쩌면 근 몇 년 동안 낯선 사람과 가장 많이 대화를 해 본 해였던 것 같다. 여름부터는 부스트캠프에 몸담다 보니 특히나 더 그렇게 된 듯 싶다. 어찌 보면 굉장히 가혹한 시험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심해야 될 녀석이 더 많이 말해야 할 환경에 던져지다니.

그래서 그걸 잘 수행했느냐? 글쎄, 잘 모르겠다. 분명 실수했다고 느낀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노력은 많이 했다. 어차피 말해야 할 환경이라면, 정면돌파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애시당초 대화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잘 못 참는 편이기도 하다.

부캠에선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테크톡 모더레이터 모집도 그렇게 잘 못 참아 버린 것이다.

행사 전

10월 19일~21일 커리큘럼이 비는 기간에, 부스트 컨퍼런스가 기획되어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개발자 컨퍼런스라, 6월 렛어스고 이후로 그리운 맛이 날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이런 이벤트라도 없으면 나는 동료 캠퍼들이 랜선친구들인 줄만 알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내 기술적 수준에는 딱히 자신이 없었고, 감히 테크톡 발표자로 나설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천한 내 지식 베이스에서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도 크게 자신은 없다. 그래서 그냥 재밌는 발표 구경하고 친한 캠퍼분들이랑 수다나 떨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오잉 그런데, 세션을 이끌 모더레이터를 모집한다니. 지금도 운영진 조이님이 남겨주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발표자로 서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커뮤니티에 기여해보고 싶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사람들 앞에 서고 싶었던 것인지... 못 말리는 결정이었다. 아무튼 나에게는 기회였던 셈.
공지가 올라온 지 정확히 7분만에, 하고 싶다고 디엠을 보냈다. 자신은 있었다. 평소에도 대체로 사람들 앞에 서서 떨지는 않았으니까. 테크톡 준비방에 초대받고, 발표자들이 준비하는 발표 내용을 미리 조금 볼 수 있었다. 그 때 내 서포터 기질이 반짝 눈을 떴다. 이 사람들의 이런 좋은 발표가 더 돋보이고, 더 많이 사람들과 상호작용했으면 좋겠다. 이 다음부터는 내내 이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던 것 같다. 질문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질문을 짜 보기도 하고, 발표 중간점검 때 피드백을 전하기도 하고.

돌이켜 보면 캠퍼로써는 꽤나 번민의 시간을 보냈던 지난주지만, 이걸 준비하면서 일종의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행사 당일

출석

언제나 일찍 일어나는 것은 힘들다. 11시 20분부터 리허설을 한다고 하여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정자동 네이버 1785까지는 멀지 않으니까, 멀리서 오시는 분들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었다.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 네이버 사옥의 밥은 정말 맛있다 - 리허설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캠퍼분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기억난다. 이때부터 내심 긴장했다. 긴장을 떨쳐내기 위해 이미지를 그려 보았다. 나는 오늘, 내 대화 재능을 만개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 라고. 그러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이 자리는 내가 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욕심부리지 말자.

테크톡

내가 담당했던 홀 4에서는 총 3개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OS 그냥 재미로
Swift의 Protocol에는 감동이 있다
WWDC 뭘 볼까?

하나같이 매우 재미있게 들었다. 테크톡 모더레이터로써가 아니라 한 명의 청중으로써 사심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더레이터로서 홀 4를 떠날 수 없는 몸인 나에게 이는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다. 홀 4에서 발표를 진행해주신 세 분께 다시금 감사를 드리고 싶다. 발표를 듣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하면 이분들에 대한 큰 찬사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테크톡 시간이 끝나고, 나의 역할도 마무리짓게 됐다. 이 다음부터는 그저 한 명의 캠퍼로써, 다른 캠퍼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트워킹

명찰에 붙이라고 했던 스티커가 이런 뜻이었구나... 싶었다.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이런 사소한 것을 고르는 데에도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나와 같은 알파벳을 고른 사람은 이러한 부분에서 나와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예상대로 신나게 떠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짧아서 좀 아쉬웠다.

커리어톡

선배 개발자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서, 역시 개발에는 이유가 있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만 이때쯤 내 컨디션은 최악이었는데, 긴장의 여파로 뱃속이 민감해져서 슬슬 아파오고 있었고, 피곤하기도 무지하게 피곤했던 것이다. 두뇌 풀가동 정신 초집중을 통해, 상술한 바를 간신히 깨닫고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뒷풀이

연사와 모더레이터를 위한 선물을 특별히 준비해주셨다고 했다. 모더레이터를 위한 선물은 부스트캠프 티셔츠! 다만, L사이즈인지라 XL인간인 나는 어지간히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서는 입기 힘들 것 같다.. 액자에 걸어두고 기념할까 싶다.
역시 친목행사의 꽃은 뒷풀이다. 배가 솔솔 아린 것도 잊어버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줌에서만, 슬랙에서만 뵙던 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는 맛은 각별했다.
다만 그래서인가? 1차가 마무리될 때쯤 거의 배가 아파서 식은땀이 났다. 그래서 동네 사람으로써 타지에서 온 분들을 케어해야 하는 책무를 저버린 채, 아쉽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날이 또 없을텐데, 참 아쉬웠다.

지나고 난 후

제법 여운이 남았다. 역시 나는 혼자 살 팔자는 아닌가보다,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교류하는 사람이 항상 좋은 경험을 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말하는 양이 폭발했던 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초의 말조심에 대한 다짐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 딱히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지.
또한, 기술적으로도 인사이트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역시 나는 아직 개발을 통해 해 보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리를 잡아야겠지. 요즘 내 생각은 그냥 이쪽으로 항상 수렴하는 것 같다.
이런 자리에 더 많이 서고 싶다.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이런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얼굴은 안유명하고 이름은 유명한 삶을 살고 싶은데, 어째 자꾸 얼굴 팔릴 짓을 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진 찍힌 거 보니 나 살찐 것 같다. 운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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