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영화 예매 시스템을 통해 영화를 예매할 수 있게 하려면 다양한 객체들이 참여하는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림 3.1은 영화 예매라는 기능을 완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객체들의 상호작용을 표현한 것이다.
객체들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수행하는 상호작용을 협력이라고 한다. 객체가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하는 로직은 책임이라고 부른다. 객체들이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책임들이 모여 객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구성한다.
두 객체 사이의 협력은 하나의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시작된다. 메시지 전송(message sending)은 객체 사이의 협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메서드를 실행해 요청에 응답한다. 여기서 객체가 메시지를 처리할 방법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림 3.2는 예매 요금을 계산하기 위한 Screening
과 Movie
의 협력을 나타낸 것이다. 이 협력에서 Screening
은 Movie
에 calculateMovieFee
메시지를 전송함으로써 예매자 한 명의 요금 계산을 요청한다.
자율적인 객체는 자신에게 할당된 책임을 수행하던 중에 필요한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해서 협력을 요청한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 역시 메시지를 처리하던 중에 직접 처리할 수 없는 정보나 행동이 필요한 경우 또 다른 객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처럼 객체들 사이의 협력을 구성하는 일련의 요청과 응답의 흐름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이 구현된다.
객체란 상태와 행동을 함께 캡슐화하는 실행 단위다. 객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객체가 참여하고 있는 협력이다. 협력이 바뀌면 객체가 제공하는 행동 역시 바뀌어야 한다.
객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협력이라면 객체의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이다. 객체의 상태는 그 객체가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무엇인지로 결정된다. 객체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결정하고 관리하는 자율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에 필요한 상태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Movie
가 기본 요금인 fee
와 할인 정책인 discountPolicy
라는 인스턴스 변수를 상태의 일부로 포함하는 이유는 요금 계산이라는 행동을 수행하는 데 이 정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ublic class Movie {
private Money fee;
private DiscountPolicy discountPolicy;
public Money calculateMovieFee(Screening screening) {
return fee.minus(discountPolicy.calculateDiscountAmount(screening));
}
}
협력을 객체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문맥(context)을 제공한다.
객체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문맥인 협력이 갖춰졌다고 하자. 다음으로 할 일은 협력에 필요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객체를 찾는 것이다. 이때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부른다.
책임이란 객체에 의해 정의되는 응집도 있는 행위의 집합으로, 객체가 유지해야 하는 정보와 수행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개략적으로 서술한 문장이다. 즉 객체의 책임은 객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구성된다.
하는 것
- 객체가 생성하거나 계산을 수행하는 등의 스스로 하는 것
- 다른 객체의 행동을 시키는 것
- 다른 객체의 활동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것
아는 것
- 사적인 정보에 관해 아는 것
- 관련된 객체에 관해 아는 것
- 자신이 유도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에 관해 아는 것
객체지향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객체에게 얼마나 적절한 책임을 할당하느냐가 설계의 전체적인 품질을 결정한다.
자율적인 객체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에게 그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다. 이를 책임 할당을 위한 INFORMATION EXPERT(정보 전문가) 패턴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협력이라는 문맥을 정의해야 한다. 영화 예매 시스템을 예로 들어 정보 전문가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제공해야할 기능은 영화를 예매하는 것이고 이 기능을 시스템이 제공할 책임으로 할당하는 것이다.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므로 책임을 할당한다는 것은 메시지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메시지를 선택했으면 메시지를 처리할 적절한 객체를 선택해야 한다. 기본 전략은 정보 전문가 즉 영화 예매와 관련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상영 시간과 기본 요금을 알아야 한다. 이 정보를 소유하고 있거나 정보의 소유자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는 누구인가? Screening
이다.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서는 예매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Screening
은 예매 가격을 계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다. 따라서 외부 객체에게 가격 계산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제 메시지를 처리할 객체를 선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가격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정보 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가격과 할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는 Moive
이다.
이처럼 객체지향 설계는 협력에 필요한 메시지를 찾고 메시지에 적절한 객체를 선택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메시지를 수신할 객체의 책임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의 요점은 협력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임을 선택하느냐가 전체적인 설계의 방향과 흐름을 결정한다. 이처럼 책임을 찾고 책임을 수행할 적절한 객체를 찾아 책임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설계하는 방법을 책임 주도 설계(Responsibility-Driven Design, RDD)라고 부른다.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먼저 식별하고 메시지를 처리할 객체를 나중에 선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객체가 메시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하게 했다.
메시지가 객체를 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 객체가 최소한의 인터페이스(minimal interface)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둘째, 객체는 충분히 추상적인 인터페이스를(abstract interface)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객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객체는 협력에 필요한 행동을 제공해야 한다. 객체를 객체답게 만드는 것은 객체의 상태가 아니라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제공하는 행동이다.
객체가 어떤 특정한 협력 안에서 수행하는 책임의 집합을 역할이라고 부른다.
영화 예매 협력에서 '예매하라'라는 메시지를 처리하는 과정은 실제로 두 개의 독립적인 단계가 합쳐진 것이다. 첫 번째는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적절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역할을 수행할 객체로 Screening
인스턴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Screening
과 Movie
의 협력 역시 마찬가지다. Screening
이 전송하는 '가격을 계산하라'라는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는 Movie
인스턴스지만 사실은 역할에 관해 먼저 고민하고 역할을 수행할 객체로 Moive
를 선택한 것이다.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역할을 통해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한 협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역할이라는 개념을 고려하지 않고 객체에게 책임을 할당한다고 가정해보자. Movie
가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할인 요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라는 메시지를 전송해서 외부의 객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영화 예매 도메인은 AmountDiscountPolicy
, PercentDiscountPolicy
인스턴스라는 두 가지 종류의 객체가 '할인 요금을 계산하라' 메시지에 응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종류의 객체가 참여하는 협력을 개별적으로 만들어야 할까?
이런 방법이라면 코드가 중복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체가 아닌 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순수하게 책임의 관점에서 두 협력을 바라보면 모두 할인 요금 계산이라는 동일한 책임을 수행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약할이 두 종류의 구체적인 객체를 포괄하는 추상화라는 점에 주목하라. 따라서 AmountDiscountPolicy
, PercentDiscountPolicy
를 포괄할 수 있는 추상적인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역할의 이름으로 DiscountPolicy
가 어떨까?
요점은 동일한 책임을 수행하는 역할을 기반으로 두 개의 협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할을 이용하면 불필요한 중복 코드를 제거할 수 있다. 더 좋은 소식은 협력이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이제 새로운 할인 정책을 추가하기 위해 새로운 협력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졌다.
역할은 객체가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슬롯이다. 따라서 유용하고 재사용 가능한 설계라는 문맥에서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한 종류의 객체만 협력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역할이라는 개념을 고려하는 것이 유용할까?
다시 말해 협력에 적합한 책임을 수행하는 대싱아 한 종류라면 간단하게 객체로 간주한다. 만약 여러 종류의 객체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역할이라고 부르면 된다.
추상화를 이용한 설계가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을 설명했다. 첫 번째 장점은 추상화 계층만을 이용하면 중요한 정책을 상위 수준에서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설계가 좀 더 유연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