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2 회고

Roy Jung·2023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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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창업, 일과 병행, 졸업

미국에서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전문 분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막연한 생각이었다. 학부 때 인턴을 한 분야로 생각없이 Database 연구실에 들어가게 됐다. 내 인생의 후회다. 지금 생각하면 분야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었고 연구실에 대한 조사도 거의 없었던 것이 참 스스로가 나쁜 의미로 대단하다...

나는 당시에 석사 과정을 위한 어떤 준비도 되지 않았고(심지어 석박 통합이었네;;) 연구실과도 맞지 않았다. 난 바쁘더라도 무언가에 몰입하고 열정을 갖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의욕은 충만했지만 제대로 하고 싶은 일을 못찾고 있었다. 심지어 취업한 친구들과 대학원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조바심과 고통이 배가 됐다.

결국 대학원 첫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았던 기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결국 석사 과정으로 과정을 변경하게 됐다.

학업에는 흥미를 못 붙인 대신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과 의무감이 있었다. Software Maestro 과정도 해보고 본 전공과는 별 상관없는 AI도 나름 공부해본다. 나름 돌파구를 찾으려는 발버둥이었다.

또 다른 발버둥 중 하나는 친구들과의 창업이다. 2022년 초에 친구들과 21do라는 결혼식 플랫폼 서비스를 창업하게 된다. 대학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예비창업패키지 과정도 밟게 되고 product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에 꽤 재미를 느꼈다. 더욱이, 친구들과 했던 일이기 때문에 편하고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친구들과 놀면서 밤새 일했던 것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 경험은 product를 만드는 process와 즐겁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결국엔 망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내 석사 생활 숨통이 트이게 만들어줬다.

스타트업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때 즈음에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실리콘밸리 인턴 프로그램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창업 준비중이신 배수현, 최정서(현 바디디 대표님들)을 만나게 됐다. 대표님들을 만나보고 든 생각은 "멋있다"라는 생각이었다. 비전, 철학, 마인드, 커리어, 라이프스타일 등등 모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사람들과 일하고 옆에서 많이 배우고 싶었다.

대표님이 면접 제안을 주셨다. 바비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에게 좋은 옵션이었다.

  • 앞에서 말한대로, 대표님들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 난 실리콘밸리를 동경했고 언젠가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나의 커리어 또는 영어 실력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스타트업을 해보면서 했던 고민들과 미숙함이 많았다. 대표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 이 시기는 겨우 2학기 끝났을 시기이다. 대학원과 병행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이것도 큰 메리트였다.
  • 아이템은 창업과 뗄 수 없는데 아이템이 훌륭했다.

결국 면접을 보게 된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전혀 안하던 시기에 갑자기 잡힌 면접이라 굉장히 겁 먹었다. 심지어 Google 출신 대표님이 Google style의 면접이며 4시간 짜리 코딩 프로젝트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셨다. "구글 면접...? 4시간 짜리 코딩 프로젝트...?" 완전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잘 풀고 희대의 망언을 하게 된다. "너무 쉬운데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도 부끄러운 말이다.

문제의 요구 사항은 다 만족한 답안을 내긴 했다. 하지만 지금 인터뷰어로 들어가는 입장에서 보면 그 인터뷰는 요구사항 만족을 보는 인터뷰가 아니다. 그 요구사항을 어떻게 분석하고 얼마나 좋은 아키텍처와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터뷰이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더니 정말 막 짠 코드를 제출하고 보인 나의 당당함이 정말 부끄럽다..

그래도 과거의 나의 패기는 칭찬해.. 그리고 지금 그 코드를 생각했을 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겠지라며 자위해본다.

면접을 보고 미국 인턴 친구 Dani와 나란히 employee No.1, No.2로 입사하게 된다.(회사에서 계약서에 있는 어떤 이슈로 No.2 자리를 위협하지만 난 명백히 No.2이다 ㅎㅎ).

바비디 입사가 석사 3학기이고 석사와 회사를 병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점에서 행복했다. 내 시간의 80% 이상을 회사에 집중했고 몰입했다. 나름 인정을 받는 것도 느껴져서 너무 바빴지만 행복했다.

졸업 시즌에는 고통이 배가 됐다. 결국 졸업 논문을 쓰는 몇주간 파트타임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사실상 휴직이었던 것 같고 회사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리고 회사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기분이라 괴롭기도 했다. 당시 10명 정도의 규모의 회사에서 한명이 갑자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회사에서 큰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결국 정말 꾸역꾸역 졸업은 하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

후회가 남는 선택들이 많았다. 석사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됐어야 했다. 그리고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을 때 자퇴를 했어야 했다. 두려웠던 것 같다. "포기 쉽게 하지마"라는 말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고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깝기도 했다. 포기는 쉽게 하는 것이 아님도 맞는 말이지만 때로는 포기하는 것이 최고의 용기이기도 하다. 서울대 자퇴라는 간지나는 타이틀을 놓친 것도 후회다.

Bobidi에서의 경험

Product를 만들어가는 과정

다양한 Product를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었다. 기획, 문제 정의, 디자인, 속도와 퀄리티의 Trade off, 의사결정 방식 등 어떤 과정을 통해 product가 만들어지는지 경험했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문화가 강하게 있는 회사이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느낌적인 느낌. 이상한(?) 의견일지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즐거운 분위기

다른 회사에 비하면 사람들과 아주 가깝고 친하게 지낸다. 덕분에 일할 때도 보다 즐겁게 임할 수 있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는 매우 중요하고 큰 장점이 된다. 사실 얼마 전 어떤 분은 나에게 "회사를 동아리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칭찬의 의도였는진 모르지만 이런 내 관점에선 칭찬으로 들렸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문화

1:1 미팅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서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지라도 탓하기 보다는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모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개발

사실 개발을 이곳에서 처음 배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코드를 짜는 법, 좋은 아키텍처 등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적용하는 법을 배웠다. 주변에 좋은 엔지니어들이 많아서 가능했다. 나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줬던 그리고 지금도 주고 있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바비디에서 들은 인상 깊은 명언 (a.k.a 정서님께 배운 명언)

정서님은 종종 명언을 잘 활용하신다. 정확히 기억 못하는 것도 있어서 원본과 좀 다를 수 있다..ㅎㅎ

  • 어떤 문제도 누구의 문제가 아니다
  •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
  • 내 영어의 억양은 다른 언어를 졸라 잘한다는 증거다
  • 내가 테스트 하지 않으면 유저가 테스트한다

영어

미국 인턴을 하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목표를 세울 때 빠지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영어"이다. 하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변명하자면 우선 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다. 언젠가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영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한 해로 만들겠다.

독서

2022년은 오랜만에 조금이라도 독서를 했던 해였다. 생각해보면 여렸을 적에는 책을 꽤 좋아했다. 성인이 되고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군대에서는 좀 읽었다)

살면서 말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꼈다. 풍부한 상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 논리, 철학을 표현하는 분들을 보면서 동경했다. 그리고 공통점을 관찰하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책과 친해진 2022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 "차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너무 어려운 책을 읽다 포기도 했지만..그 책은 내 차의 장식품으로 쓰이고 있다.)

건강

2022, 2023 내 건강에 학점을 준다면 B- 정도? 나름 축구도 하고 홈트레이닝도 했지만 날마다 내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고 체력이 좋지 않음을 느낀다. 최근 성규형과 반포 한강 공원에서 러닝을 했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는데 성규형은 꾸준하게 해왔던 것을 감안해도 자존심이 꽤 상하는 일이었다. 나의 20대가 끝나가는 만큼, 체력도 실력인 프로인 만큼, 그리고 나를 위해 체력에 좀 더 힘 써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미생의 대사

니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더 인내심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게된다.
이기고 싶다면 나의 고민을 충분히 견디어 줄수있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결국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나름의 결론을 냈다.

내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 때 동료들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받는 사람, 내가 쓰러지고 패배해도 박수쳐주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좋은 예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등장인물 박동훈 부장(이선균), 코리안 좀비 정찬성, 축구 선수 손흥민 그리고 프로게이머 이제동 등이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박동훈 부장이 상무로 승진할 때, 모든 동료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은 큰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약 9년만의 타이틀 전에서 볼카노프스키에게 패배하고 눈물을 보이며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이걸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인터뷰를 할 때, 많은 팬들이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정찬성 선수를 응원했다. 22/23 시즌 손흥민 선수가 몇년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날 포함한 많은 팬들은 비난하기 보다는 응원을 했다. 프로게이머 이제동도 그렇다. 전성기가 지났어도 마냥 응원하고 싶어지는 선수다.

이들의 공통점은 "진심"이다

박동훈 부장은 지저분한 일을 일삼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도"를 걸으며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동료 한명 한명을 진심으로 대한다. 동료들의 진심어린 축하는 그 결과였다. 그런 박동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박동훈 부장같은 사람이면 따를 수 있다", "박동훈 부장같은 사람이 잘되야한다"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코리안 좀비의 팬으로서, 정찬성 선수가 얼마나 진심으로 경기를 준비하는지 알고 있다.

"저는 노력도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노력이 재능이라면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감히 누가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마인드를 갖고 준비한 일이 실패한들 누가 이를 비판할 수 있을까.

정찬성 선수는 스스로 격투기 재능은 뛰어나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우리들은 정찬성 선수를 더 응원하게 된다.

손흥민, 이제동도 마찬가지이다.

계획

난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 선수들을 항상 동경해왔다. IT에 끌렸던 이유도 축구와 닮은 부분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이적을 자유롭게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또 몸값을 높이기도 한다. 그리고 축구 선수가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 처럼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짧게 인턴을 하면서 느꼈던 것을 축구로 비유해보자면, 실리콘밸리는 EPL이고 대한민국은 리그앙(프랑스) 정도인 것 같다. 한국에도 정말 뛰어난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정말 뛰어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매력적인 것 같다.

축구 선수는 누구나 EPL을 꿈꾸고 나도 실리콘밸리에서 일해보고 싶다. 실리콘 밸리가 무조건 정답이고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환상이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경험해보고 비교해보고 판단하고 싶다. 또 갈수록 그런 마음이 커진다. 언젠가는 꼭 도전해보고 싶다.

개발 관련 공부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승민이 말하길 "이제 물고기를 잡는 법은 아는 것 같다" 라는 극찬(이승민 기준)을 받았지만 아직 멀었다. 공부할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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