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들려오는 것 같다.
직감적으로 그에 대해 동의는 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데이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보았다.
페이스트리 셰프 윌 골드파브는 프랑스 음식이 점령한 뉴욕 레스토랑 업계에서 혁신을 일으키고자 했다.
그는 그저 먹는 것을 넘어 음식과 사람이 소통하는 형식의 요리가 떠오를 것이라 생각했고 이때 내놓은 메뉴들은 가히 혁신이라 할만하다.
마스크로 눈과 코를 가린 채 빨아먹는 케첩 통에 담긴 수프.
주사기로 시럽을 직접 주사해서 먹는 쿠키.
양파즙을 얼린 얼음. (이게 최악이었다고 한다.)
실험 정신은 높이 살 만했을지 몰라도 레스토랑에서 파는 요리로는 부적합했고 이내 실적 부진으로 해고당했다.
이후 몇 번의 실패를 더 겪은 뒤 디저트만 파는 레스토랑 룸 포 디저트를 맡게 되었다.
그는 달라졌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메뉴가 아니라 손님을 위한 메뉴를 내놓았다.
마침내 디저트 계의 진보를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발리에서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또다시 성공을 거두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두 상황을 정반대로 만들었을까?
생각하던 중 전에 책에서 보았던 발뮤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은 빵을 살리는 토스터로 불리는 발뮤다의 토스터는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
발뮤다는 사업 초기에 35만 원짜리 알루미늄 노트북 거치대, 80만 원짜리 탁상용 스탠드 등의 비싸고 예쁜 상품을 만들었다.
퀼리티나 디자인이 꽤 좋았기 때문에 조금씩은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주문이 끊겼고, 이내 빚더미에 앉게 된다.
당시 발뮤다의 제품은 사람들에게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불황에 굳이 사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를 깨달은 발뮤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고,
비 오는 날 사내 바비큐 파티를 하며 사무실에서 먹다 남은 빵을 구워 먹다 빵을 살리는 스팀 토스터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초대박이 났다.
두 사례를 통해
'내가 주고 싶은 것'과 '상대가 받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다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니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라 생각했다.
이대로 마침표를 찍으려던 찰나 두 혁신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시장 조사를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람들이 저에게 자동차를 원한다고 이야기했을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은 분명 자동차가 아닌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이야기했을 겁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혁신을 이룬 포드는 시장 조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뿐더러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고 하면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당신이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우리의 임무는 아직 페이지에 없는 것을 읽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또한 포드의 영향을 받아 시장 조사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말처럼 시장 조사는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잡스나 포드처럼 감을 믿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직접 묻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것과는 다른 방법의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추천 알고리즘이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가끔 소름 돋을 정도로 나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추천해주는 경우가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알고리즘은 이때까지 어떤 컨텐츠를 소비했는지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는 소비자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조차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직접 묻는 것보다 더 좋은 시장 조사 방법인 것이다.
이것이 내가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