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예금·대출 금리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예금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35∼3.55% 수준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 다음날인 지난달 12일(3.15∼3.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0%포인트(P), 상단이 0.25%P 낮아졌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연 4.160∼5.860%로 집계됐다. 지난달 11일(연 3.880∼5.8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0%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은행 이익의 기반인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9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73%P다. 7월(0.43%P), 8월(0.57%P)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확대됐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금·적금 금리를 뺀 값이다. 수치가 커질수록 은행권의 이익도 그만큼 늘어난다.
기준금리 하락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못 이겨 지난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연초에 제출한 ‘대출 증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은 당국으로부터 페널티를 부과받는 만큼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해 가계부채 증가폭을 줄이는 셈이다.
문제는 당국의 이 같은 개입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했는데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이자 부담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당국이 무리한 개입으로 은행권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해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당초 올해 7월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한 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세를 유발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발생한 가계부채 관리 실패의 부담을 국민이 떠안는 꼴”이라며 “정책 실패로 국민은 피해를 보고 은행은 얼떨결에 돈을 버는 기이한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AI 3줄 요약
-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인해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
- 은행들은 대출 증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 당국의 무리한 개입이 오히려 은행권의 이익만 늘리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