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사관학교 정글] 0주차를 마치며

김민우·2022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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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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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방황은 없다.


대학교 진학 후, 맨 땅에 헤딩으로 시작한 프로그래밍은 꽤나 즐거웠었다.
C언어를 처음 접하고, 교수님께서 내주신 과제도 무탈하게 해나가는 내 자신을 보며, "사실은 나.. 천재 개발자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불행은 불현듯 찾아왔다.
포인터를 보자마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었고, 점점 높아지는 난이도는 이해하는 시간을 점점 길어지게 만들었다.
동기들은 진도를 잘 따라잡는데에 반해 나는 점점 뒤쳐졌으며, 남들에 비해 부족한 사고력과 학습력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당시에는 이를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다.
다른 수업을 들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그렇게 1학년이 끝났고, 마찬가지로 2학년도 덧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항상 남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찌들어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 오랜 휴학을 결정했다.


자아를 찾은 순간

군 제대 후, 학업에 대한 흥미는 여전히 잃었지만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생각에 복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너무 하기 싫어서 2학년까지 모두 이론 수업만 골라들었던 사실을 망각했었고 결국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3학년 2학기, 별 수 없이 프로젝트가 있는 수업을 들어야 했으며 그 때 접한 과목이 소프트웨어 공학이었다.
중간고사는 필기 시험이라 녹록하게 치뤘지만... 아뿔싸 기말 고사는 프로젝트 제출이였다.
까짓거 공부하면 되지,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쥐어짜내서 뭐라도 하나 만들면 되지!라며 생각해낸 것은 자취생들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공유해야겠다는 것이였다.
많은 학생들이 휴대폰에 의존한 채 살아가니 앱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이용하여 주먹구구식의 개발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었다.
디자인을 잡고 기능도 추가해가며 구상한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을 눈으로 보니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오게 만든 가을전어 마냥 흥미도 돌아왔다.
다시 다잡은 마음으로 학업에도 열심히 임했더니 학점 4.x점으로 3학년 2학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인 최고학점이였다...)

그렇게 집 나간 개발 흥미는 안드로이드 냄새 맡고 다시 돌아왔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졸업을 하고 난 후, 여기서 더 이상 나이가 차면 취업을 하기 어렵겠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주먹구구식의 웹개발을 하는 내 모습이 끝없는 도돌이표가 있는 악보를 보는 듯한 기분이였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택이 어떤 건지, 기술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조금 늦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자. 제대로 알고 사용하자.

취업을 위한 개발은 결코 자신을 개발할 수 없다라는 것을 인지 할 때쯤, 때마침, 친구의 소개로 정글을 알게되었다.
제로베이스를 위해 전산학의 기초를 다지며, 또한 꾸준한 협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협업기술을 증진시켜나가는 커리큘럼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다시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았다.


결국, 나만의 속도를 사랑하기로 했다.

정글에 입소하고 나서 정신없는 0주차를 보낸 후,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난 날의 방황은 결국 나를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내가 달려온 길은 유턴도 없는 교차로도 없는 올곧은 직진이지 않았을까?

나는 더이상 그 누구보다 뒤쳐지지 않으며 앞서나가지도 않는다.
결국, 나만의 속도를 사랑하기로 했다.





다음 주 부터는 개발일지를 작성해야지...
(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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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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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4일

저는 민우형을 사랑해요 파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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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5일

저는 적당히 좋아합니다 파이팅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