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6.5개월의 개발자 인턴을 마무리하며

minami·2021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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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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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비행기 안에서의 풍경

시간을 돌려보자

인턴 4개월차

3개월차 후기는 여기

3개월차까지 웹 개발과는 크게 상관 없는 일만 잔뜩 하다가 드디어 서비스에 필요한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컨텐츠라고는 해도 스프링 부트로 메이븐을 사용한 백엔드와 필요한 부분만 부트스트랩을 활용한 화면단을 만드는 미니 프로젝트들이라서 그래도 웹 개발하는 느낌이 초큼 들었다...😀
그리고 이때 좀 굵직굵직한 일들이 있기도 했다.

  • 코로나19 백신 1차접종 ➡ 무려 잔여를 잡았다!
  • 정보처리기사 필기 시험 응시 ➡ 76점으로 무사히 통과!
  • 그리고...

마지막 항목을 말잇못으로 끝내버리는 이유는 이때부터 조금 '사회생활이란 게 이런 거였지. 잊고 있었지 뭐야'를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자세한 건 역시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노가리 까듯이 해야 하므로 이하 생략. 저의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추석연휴가 있었던 9월 말쯤까지 재택을 하다가 그분의 변심으로 다시 사무실로 나가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인턴 5개월차

여전히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였음에도 불고하고 사무실 출근과 함께 상큼하게 맞이하게 된 인턴 5개월차. 오랜만에 동기들을 만나게 된 기쁨도 잠시, 업무분장이 또 한 번 대격변을 맞았다. 드디어 그냥 연구소로 전체를 뭉뚱그렸던 팀이 나뉘어져서 제대로 개발팀 이름을 달게 되었던 것. 그리고 나는,
드디어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았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었는데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했을뿐더러 솔직히 잘해낼 자신이 없다고까지 말해서 갑분싸를 만들어버렸다. 같은 개발팀 백엔드를 맡은 동기도 왜 그러냐, 괜찮냐 물어왔었는데 그냥 그때는 그게 진짜 솔직한 내 심정이었기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로 회사의 서비스는 프론트엔드가 리액트로 되어 있었고 나는 여태껏 리액트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기에 현재 운영중인 서비스에 추가로 기능 하나 더 다는 거라곤 해도 리액트를 활용해서 하려니 그냥 눈 앞이 깜깜했다. 둘째로는 사실상 인턴 계약 기간이 한 달 반쯤 남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인턴이라곤 해도 웹 개발자로 입사를 했는데 그간 개발과 상관없는 일을 한 시간들이 대부분이고 마지막이 다 되어서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되다니, 성취감보다도 그냥 허탈감이 컸다.

그래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약 1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능 개발을 하는 게 생각보단 아주 널널해서 할 만 했다. 이전에 겨우 리액트 초급 정도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을 꺼내고 모르는 건 검색하고 동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하다 보니 어느새 뚝딱!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다른 회사를 가더라도 내가 모르는 툴이나 언어로 개발하게 되는 일이 또 있을 테고, 원래 회사 일이란 그냥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거니까 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응당 리액트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임을. 게다가 나는 실무까지 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아참,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도 치렀는데 9월 한 달 동안 너무 많이 놀아서 목표점수를 65점으로 설정하고 기대치를 낮추었는데 막상 시험 치고 나와서 답을 맞춰보니 통과할 것 같았다.(그리고 실제로 통과해서 현재는 자격증도 실물로 받았지😎)

인턴 6개월차

그렇게 우당탕탕 만들어낸 기능을 시연하고, 새로운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받아서 다시 기능을 수정 및 추가하는 일을 반복했다. 여전히 useStateuseEffect의 차이점이나 언제 쓰는 것인지 등을 누군가 물어보면 제대로 답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처음으로 리액트를 활용해서 번듯하게 기능을 잘 만들어낸 스스로가 너무 뿌듯하다. 이런 게 바로 개발하는 맛이지.

그리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할 차례만이 남았다.

3개월차 회고에 작성했던 내용 중에 이 회사에서 인턴을 해보기로 결정했던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정직원 전환 가능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내 인턴 생활 전반을 관리자가 평가하고 나도 회사를 평가했을 때 서로가 계산이 맞아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선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이 회사를 떠나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을 했다는 말은 정직원 전환과 어찌 보면 좀 배치되는 말이기에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회사에서는 정직원 전환 오퍼를 했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면 잘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시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글쎄... 그 오퍼를 받아들였더라도 이 회사를 빠르게 떠났을 것이다. 이것 역시 자세한 이유를 밝히자면 맥주에 소주까지 말아서 마시면서 밤새 이야기해야 할 판이지만 내 이미지를 생각해서 굵직한 몇 가지만 살짝 밝혀서 이야기해보겠다.

  1. 시니어/사수의 부재
    인턴이면 주니어인데 주니어를 이끌어줄 시니어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여기 벨로그에도 절대 가면 안 되는 회사 유형 이런 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유튜브에도 그런 영상들이 굉장히 많은데 정말 왜 시니어가 없는 회사를 비추하는지 절절히 느꼈다. 시니어는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들처럼 친절하게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팀을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정말이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실무를 하면서 정말 큰 부분이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 맞는지 최소한의 확인을 해줄 사람마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2. 너무 자주 바뀌는 요구사항
    요구사항이야 당연히 클라이언트 마음인데 내부 클라이언트였던 그분들은 정말이지 너무 자주 요구사항을 바꾸셨다. 분명 A를 해달라고 하셔서 A를 했음에도 저번에 나는 B를 해달라고 했지 않았냐가 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다면...😀...기억상실증...? 문서로 정리하여 둔다고 해도 상황은 똑같았다. 심지어 컨펌을 받고 완료한 사항도 엎어버리고 원점으로 되돌리기 일쑤였다. 어차피 지금 말씀하신 요구사항이 또 바뀔 것을 아니까 일단 말씀대로 하되 완벽하게 될 만큼 열심히는 하지 말자는 마인드가 되어버리곤 했다. 정말 치명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3.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닌 아랫사람
    적고 보니 너무 직설적인 이유인가 싶은데 다르게 표현할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전 직원들 앞에서 특정 직원 한 명을 혼낸다거나 심지어 화를 내면서 심한 말을 할 때도 있었다. 연차나 직급, 나이 모두 굳이 상하를 따지자면 직원들은 모두 그분 아래의 사람이겠지만 어쨌든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성인들인데 그런 식으로 했어야 했을까? 물론 이 일은 나 역시 당했다. 아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4. 나는 계획이 다 있다.
    사실 나는 3월에 이미 여름에 시작하는 부트캠프에 등록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래서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국비교육을 마치고 부트캠프가 시작하기 전까지 재정비의 시간을 잠시 가진 다음 부트캠프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좋은 기회가 와서 인턴을 하게 되었고, 일단 부트캠프를 뒤로 미뤄뒀는데 앞선 이유들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이상 이미 등록해둔 부트캠프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리고 함께 일했던 우리 동기들의 말처럼 나는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사실 정직원 오퍼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은데 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이런 공개적인 곳에 작성하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므로 이하 생략하겠다. 하나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거절에 거절에 거절을 더해서 부트캠프 시작 직전까지 조금 더 계약이 연장되었고 나는 수입이 없을 부트캠프 생활 동안 쓸 수 있는 약간의 생활비를 더 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총 6.5개월 간의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감✨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안 좋을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많았다. 직무만 달라졌을 뿐, 회사 생활 원데이투데이 해본 것은 아니기에 그냥 회사 생활 다 똑같구나만 한 번 더 느꼈다...고 하면 안 되겠지.

사실 다른 회사에서도 이렇게 일처리를 하려나 싶어서 개발 직무에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역시 실무를 해봐야 실력이 쑥쑥 느는 것 같다. 그럴 기회가 현실적으로 많이 없으니 그게 안타까운 것이기도 하고. 또한, 그분의 강요로 한 번쯤은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얕게나마 소프트웨어 공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이런 기초 지식들은 당장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서서히 큰 힘을 발휘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정말 좋은 공부를 한 것 같다. 물론 내가 합격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요즘 내가 왜 개발자가 되기로 했는지 벌써부터 그 초심을 잊은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곤 한다. 그 마음을 다시 새기고 더 좋은 개발자가 되어 같이 일해보고픈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기 위해서 쉴 틈 없이 계속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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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아가는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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