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중개소의 실체

KimCookieYa·2022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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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 가상자산의 실체 2/e(이병욱)를 읽고 참고/작성하였음.


1. 들어가며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고, 광풍의 막바지였던 2021년. 필자도 주변의 소식을 듣고 욕심에 혹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해 클레이튼을 사서 몇 배로 불린 기억이 있다. 이후, 얼마를 잃기도 했고 수중에 돈도 없어 금방 손을 털고 나왔다. 왜 오르고 내리는지를 알 수 없었고, 한순간에 돈이 억이 됐다가 휴지쪼가리가 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있는 지금 암호화폐 거래시장을 보면, 많이 이상하다. 분명히 비트코인 블록은 거래내역을 기록(채굴)하기 위헤 약 1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배웠다. 그러나 광풍이 불고있는 비트코인 거래소의 거래량은 어마무시하다. 거래소의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에 기록할 수가 있나? 또, 거래에는 수수료가 들어간다고 했는데, 매수/매매마다 수수료를 준 적도 없다. 무언가 인지 오류가 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이 책을 잃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무엇인지, 시장이 왜 이런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2. 암호화폐 중개소

암호화폐 중개소는 암호화폐 거래를 알선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취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들을 말한다. 스스로는 거래소(Exchange)라는 명칭을 사용해 주식 거래소를 흉내내지만, 거래소는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거래 주문을 단일가로 통일해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던 2018년 초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중개소보다 무려 30%나 더 비싸게 거래되었다. 따라서 거래소라는 명칭을 옳지 않다. 브로커나 중개소가 적절한 명칭이다.

암호화폐 초기에는 주로 메신저나 게시판을 이용한 직거래가 유일한 거래 방법이었다. 대게 구매자가 법화 등을 먼저 송금하면, 판매자는 구매자가 지정한 비트코인 주소로 암호화폐를 이전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 3월 최초의 비트코인 중개 사이트로 알려진 BitCoinMarket.com이 출범했고, 이후 스스로 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한 중개소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0년 8월 16일 CoinMarketCap 기준으로는 무려 26,349개나 된다.

중개소에서 취급할 코인의 선택은 중개소가 '임의로' 선정하며 코인 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중개소를 통한 판매다. 이 때문에 대형 중개소가 코인을 선정할 때 그 선정에 있어 코인 개발자와 중개소 사이에 검은 돈이 흘러들어간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중개소의 숫자 놀음 - 오프체인 거래

  1. 판매자와 구매자를 단순 알선하는 브로커형 중개소는 없다.
  2. 암호화폐 이전에는 수십 분에서 수십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매번 실제로 암호화폐를 이전하면 거래의 연속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 채굴업자 등에 별도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결국 중개소들은 예외 없이 고객의 법화를 수탁한 다음, 마치 암호화폐의 거래가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조작해' 보여준다. 거래 내역은 모두 자신들의 중앙화 서버의 장부에만 기록될 뿐이다. 이를 '오프체인(off-chain) 거래'라고 한다. 즉, 오프체인 거래란 블록체인 상에서의 실제 트랜잭션은 일어나지도 않고 블록체인 외부에서 마치 트랜잭션이 일어나 이전이 완료된 것처럼 꾸미기만 한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와 반대로 실제로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이 일어나는 경우는 '온체인(on-chain)'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고객이 암호화폐의 인출을 요청하면, 비로소 중개소들은 자신들이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암호화폐 중 일부를 온체인 거래를 통해 실제로 이전해준다. 이때 고객에게 고액의 인출 수수료를 별도록 부과하므로, 대다수 고객은 인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다수는 되파는 것이 목적이므로 굳이 높은 수수료를 내고 인출할 이유가 없는데다가 이러한 개념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중개소를 통한 암호화폐의 거래란 중개소 중앙화 서버 속 장부의 숫자 놀음에 불과한 셈이다.

중개소와 시세조종

중개소가 난립하면서 암호화폐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매매의 편의성에 따른 가격 상승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중개소 내에서 시세조종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시세를 조종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하루 100조 원 이상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86% 이상은 실제 거래가 아닌 시세를 조작하기 위한 가장 거래라는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의 시세조종이 용이한 이유는 익명성과 중개소의 불투명성에 기인한다.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암호화폐 주소로만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과 규제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개소 내에서 시세를 조종하더라도 무방비 상태이며, 중개소가 직접 시세조종을 한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매매 회전율

중개소가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규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거래자들이 시세조종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2019년 한 해 평균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일 평균 거래량은 저체 자산의 0.3% 수준이지만, 2020년 4월 19일 기준의 전 세계 20대 코인의 평균 자산 대비 하루 거래 비중은 무려 92%로, 주식시장의 307배에 이른다. 이는 전체 자산의 92%를 하루만에 사고 팔고를 반복한다는 의미로, 심각한 투기 현상을 뜻한다.

중개소의 해킹

암호화폐에 대한 해킹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국내 중개소는 8번의 해킹을 당해 총 1,635억원을 도난당했으며, 이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 중개소인 B사는 3건의 해킹을 통해 무려 793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어떻게 블록체인이 해킹을 당했는지 의문스럽지만, 사실 해킹당한 것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매매를 알선한 중개소의 중앙화 시스템이다. 중개소에서의 거래는 오프체인으로, 실제 블록체인 상의 거래는 일어나지도 않는다. 따라서 모든 암호화폐는 중개소 명의의 주소에 일괄 보관되어 있다.

이때 별도로 지갑을 설치하고 자신의 암호화폐 주소를 만든 다음, 이전할 것을 요청하면 중개소는 비로소 일괄 보관하던 것 가운데 일부를 실제 블록체인 거래를 통해 이전해준다. 각 중개소의 보안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적절한 관리 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커들은 비교적 손쉽게 중개소를 해킹한 다음, 암호화폐를 정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기에 Z라는 해커가 있다.

  1. Z는 중개소를 해킹한 다음, 자신의 신원이 A인 것처럼 속인다.
  2. Z는 해킹한 중개소에 자신이 지정한 가상자산 주소로 A가 위탁한 모든 암호화폐를 송금할 것을 요청한다.
  3. 해킹을 당해 Z를 A로 오인하고 있는 중개소는 A가 위탁한 모든 암호화폐를 중개소 명의의 주소에서 Z가 지정한 주소로 이전한다.

중개소는 늘 해커의 좋은 표적이 된다. 중개소만 해킹하면, 수조 원 가치의 암호화폐도 모조리 탈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론

암호화폐 중개소가 사실은 '거래소'가 아니라, '중개소'라는 것이 꽤나 신선했다. 또한 중개소를 통한 거래가 장부를 이용한 오프체인 거래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 많은 거래내역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의문이었는데, 그런 작동기저를 가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필자가 중개소에서 암호화폐를 매수하고 매매했던 것은 단순한 숫자 놀음이었던 것이다. 실제 암호화폐를 사기 위해선, 많은 채굴 수수료를 지불하고 많은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중개소의 오프체인 거래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블로체인 암호화폐를 이런 식으로 활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 대단하면서 부럽다.

그러나 2021년 중국의 규제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폭락했고, 이 시장은 죽어갔다. 1억을 간다던 비트코인은 2천까지 폭락했고, 아직도 빌빌대고 있다. 이 시장이 다시 부활할지는 미지수지만, 블록체인 개발자로 살아가려면 암호화폐 중개소 쪽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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