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지향의 책임과 메시지

HyunHo Lee·2023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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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 Part3

이 글은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이전 시리즈의 글을 보고 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자유로운 객체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서 객체지향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자율적인 객체이다. 자율적인 객체는 무엇일까? 객체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다른 객체로부터 요청을 수신했기 때문이다. 요청을 처리하기 위해 객체가 수행하는 행동을 책임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율적인 객체란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각자 맡은 책임을 수행하는 객체를 의미한다.

내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최종 면접만을 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면접관이 1분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나는 면접이라는 협력에 참여하기 위해서 면접관의 요청을 적절하게 처리하여 응답해야 한다. 즉, 나는 1분 자기소개를 할 책임을 진 것이다. 1분 자기소개를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도 상관없다. 나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책임만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갑자기 면접관이 1분 자기소개를 육하원칙에 따라 수행하라고 했다. 나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원칙에 맞추어 1분 자기소개를 할 책임을 가지게 된 것이다. 1분 자기소개라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나 판단력이 아닌 면접관의 명령에 의존하게 된다. 당황하여 말을 절어버리는 것 외에도, 기똥차고 신박한 1분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다. 객체가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객체에게 할당되는 책임의 수준 역시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다고 해서 너무 추상적인 책임을 부여하면 안된다. 면접실에 들어가자 마자, 면접관이 "말해보세요~" 라고 요청했다고 해보자. 도대체 뭘 말하라는 것일까? 인사부터 시작할지, 자기소개를 할지, 지원 동기를 말할지, 열심히 외운 브라우저 렌더링 과정을 뜬금 없이 말할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은 협력을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재사용 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추상적이어야 한다.

메시지, 메서드, 다형성

면접관이 질문을 요청하는 것을 객체 지향에서 메시지라고 한다. 위의 예시에서 1분 자기소개는 메시지 이름이고, 이 메시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청하고 싶다면 메시지 인자를 이용할 수 있다. 메시지의 모양이 객체가 수행할 책임의 모양을 결정하는 만큼 잘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1분 자기소개라는 메시지는 내가 1분 자기소개를 해야하는 책임을 지어주는 것 처럼 말이다.

면접관이 요청한 1분 자기소개를 스타트업 버전으로 하던, 대기업 버전으로 하던 모른다. 책임을 수행하는 방법을 변경하더라도 면접관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외부의 객체는 메시지에 관해서만 볼 수 있고, 객체 내부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객체의 외부와 내부가 분리된다.

메시지를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은 메서드라고 한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메서드는 클래스 안에 포함된 함수 또는 프로시저를 통해 구현된다. 따라서 어떤 객체에게 메시지를 전송하면 결과적으로 메시지에 대응되는 특정 메서드가 실행되는 것이다. 메시지를 수신한 객체가 실행 시간에 메서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의 커다란 특징이다.

객체지향을 공부하면, 무조건 만나게 되는 개념이 다형성이다. 우리는 이제 메시지와 메서드를 이해하고 있으니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다형성서로 다른 유형의 객체가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 이상의 메서도 사이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1분 자기소개를 요청했을 때, 지원자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에 따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자신만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같은 1분 자기소개를 요청했지만 지원자에 따라 다 다른 응답이 오는 것이다.

다형성은 객체들의 대체 가능성을 이용해 설계를 유연하고 재사용 가능하게 만든다. 송신자가 수신자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즉, 다형성은 수신자의 종류를 캡슐화한다.

유연 및 확장 가능하고,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은 중요하다. 송신자가 수신자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 알고 있더라도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은 재사용성을 높인다. 왜 좋은 것일까?

협력이 유연해진다. 송신자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송신자에 대한 파급효과 없이 유연하게 협력을 변경할 수 있다.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확장할 수 있다. 협력의 세부적인 수행 방식을 수정해도 송신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협력이 수행되는 방식을 재사용할 수 있다.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도 다양한 객체들이 수신자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맥에서 협력을 재사용할 수 있다.

메시지

책임 주도 설계의 핵심은 어떤 행위가 필요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이 행위를 수행할 객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What/Who 사이클이라고 한다. 협력이라는 문맥 안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먼저 결정한 후에 메시지를 수신하기에 적합한 객체를 선택하자.

메시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객체에 관해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메시지를 결정하는 시점에서는 어떤 객체가 메시지를 수신할 것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메시지 송신자는 메시지를 수신할 객체의 내부 상태를 볼 수 없다. 따라서 메시지 중심의 설계는 메시지 수신자의 캡슐화를 증진시킨다.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는 객체가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메시지를 받기 위한 통로이다. 객체가 다른 객체와 협력하기 위한 접점인 것이다.

인터페이스의 특징

  • 인터페이스의 사용법을 익히기만 하면 내부 구조나 동작 방식을 몰라도 쉽게 대상을 조작하거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 인터페이스 자체는 변경하지 않고 단순히 내부 구성이나 작동 방식만을 변경하는 것은 인터페이스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 대상이 변경되더라도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

사실 인터페이스는 내부에서만 접근 가능한 사적인 인터페이스와 외부에 공개된 인터페이스가 있다. 외부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는 인터페이스는 최대한 노출하지 말자는 최소 인터페이스 원칙을 지켜야 한다. 우리가 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인터페이스는 공용 인터페이스라고 한다. 어쨋든 인터페이스는 메시지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객체를 구성하지만 공용 인터페이스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것을 구현(implementation) 이라고 한다.

객체는 상태를 가진다. 상태는 어떤 식으로든 객체에 포함되겠지만 객체 외부에 노출 되는 공용 인터페이스의 일부는 아니다. 따라서 상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객체의 구현에 해당한다.

객체는 행동을 가진다. 행동은 메시지를 수신했을 때만 실행되는 일종의 메시지 처리 방법이다. 이 처리 방법을 메서드라고 한다. 메서드를 구성하는 코드 자체는 객체 외부에 노출되는 공용 인터페이스의 일부는 아니기 때문에 객체의 구현 부분에 포함된다.

즉, 객체의 외부와 내부를 분리는 객체의 공용 인터페이스와 구현을 명확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이 원칙을 수행하기 위한 객체 설계 방법이 바로 캡슐화이다.

객체는 상태와 행위의 조합이다. 객체는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며 상태를 변경하고 외부에 응답할 수 있는 행동을 내부에 함께 보관한다. 이 관점에서의 캡슐화를 데이터 캡슐화 라고 한다.

기능과 구조

우리는 특정 장소에 찾아가기 위해서 지도를 본다. 아무렇지 않게 지도를 보던 우리는 사실 구조적이고 문제 지향적인 접근법을 통해 위치를 찾은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매우 쉽고 편하게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고, 도로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최신 지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초등학생이 그린 지도 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객체지향 개발 방법은 안정적인 구조에 변경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기능을 종속시켜, 지도와 비슷하다. 자주 변경되는 기능이 아니라 안정적인 구조를 따라 역할, 책임, 협력을 구성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객체지향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기능과 기능을 담을 안정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능을 수집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법을 유스케이스 모델링이라고 하고, 결과물은 유스케이스이다. 구조를 수집하고 표현하기 위한 기법은 도메인 모델링이고, 결과물은 도메인 모델이다.

구조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상 분야를 도메인이라고 한다. 은행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은행 도메인을 고객과 계좌 사이의 돈의 흐름으로 이해할 것이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 도메인을 캐릭터와 몬스터, 그리고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 간의 관계로 파악한다. 도메인 모델은 소프트웨어가 목적하는 영역 내의 개념과 개념간의 관계, 다양한 규칙이나 제약 등을 깊게 추상화한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현상에 반응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 속에 멘탈 모델을 구축한다. 멘탈 모델이란 사람들이 자기 자신, 다른 사람, 환경, 자신이 상호작용하는 사물들에 대해 갖는 모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멘탈 모델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품이 반응하고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훌륭한 디자인이란 사용자가 예상하는 방식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위 짤의 남자처럼 턱걸이를 도와주는 머신을 기댈수 있는 받침대라고 멘탈모델을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디자인 모델을 기반으로 시스템의 이미지가 사용자 모델과 유사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객체지향을 이용하면 도메인에 대한 사용자 모델, 디자인 모델, 시스템 이미지 모두가 유사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을 연결 완전성 또는 표현적 차이라고 한다.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은 사용자가 도메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코드에 반영할 수 있게 하여, 도메인 모델을 기반으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방법은 안정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자주 변경되는 기능을 배치할 수 있다.

기능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은 사용자의 목표를 만족시키거나 에러 등의 이유로 상호작용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 사용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와 시스템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흐름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유스케이스라고 한다. 유스케이스의 가치는 사용자들의 목표를 중심으로 시스템의 기능적인 요구사항들을 이야기 형식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요구사항을 기억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신적 과부하를 줄여준다.

불안정한 기능을 안정적인 구조 안에 담음으로써 변경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객체지향을 설계를 한다. 도메인 모델은 안정적인 구조를 개념화하고, 유스케이스는 불안정한 기능을 서술한다. 그러나 유스케이스 안에 도메인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포함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약간의 힌트만 들어있다.

다시 등장하는 책임 주도 설계

시스템에 할당된 커다란 책임은 시스템 안의 작은 규모의 객체들이 수행해야 하는 더 작은 규모의 책임으로 세분화된다. 이제 객체를 선택해야하는 시점인데, 도메인 모델에 포함된 개념을 은유하는 소프트웨어 객체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협력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식별하면서 객체들에게 책임을 할당해 나간다. 마지막으로 협력에 참여하는 객체를 구현하기 위해 클래스를 추가하고 속성과 함께 메서드를 구현하면 시스템의 기능이 완성된다.

마무리

역할, 책임, 협력을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다. 클래스나 객체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경우 협력이라는 문맥을 배제한 채 내부의 데이터 구조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메시지가 아닌 데이터를 중심으로 객체를 설계하게 되면, 객체의 내부 구조를 객체 정의의 일부로 만들기 때문에 객체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한다.

우리는 독립된 객체의 상태와 행위에 대해 고민하지 말고 시스템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객체가 다른 객체에게 제공해야 하는 메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주도 설계가 아닌 책임 주도 설계와 같은 방법론들 말이다.

이제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책에 대해 2챕터 정도 남았다. 마지막 부록에 있는 내용들도 한 챕터를 차지할 만큼 좋은 내용들이 있다. 이 부분들은 글을 남기지 않을 예정이다.

다음 책 후보: 리팩터링 2판, http 완벽 가이드, 이팩티브 타입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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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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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7일

저도 읽어봤는데 좋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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