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건가요

이안·2023년 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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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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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는 말

나의 첫 번째 해커톤이었다. 사실 해커톤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근심 가득이었다. 자바스크립트도 다 안 배운상태고, 그나마 다룰줄 아는 게 프론트 (html과 css는 프로그래밍 언어도 아니지만) 인데다, 백엔드는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그냥 거의 총없이 전쟁터에 나간 수준... 그래도 나름 첫번째 해커톤이라 몇 일간 이 대회에 몰입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해커톤 팀과 팀원을 그냥 무작위로 돌려서 만든다고 하길래 너무 당황스러웠던...

📍주제 정하기

주제는 'IOT에 관한 창의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였다. 꽤나 예상이 가고 뻔한 주제였지만, 무난한 주제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아이디어를 그냥 막무가내로 제시하기만 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인드 맵을 그렸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나오긴 했다. 근데 워낙 주제가 무난하다보니 주제중에서 기발하거나 상상치도 못한 것들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IOT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들도 그대로 가지고 와봤다. 보다보면 뭔가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아이디어를 정하는 데에 오랜시간을 쏟아부었다. 디스코드에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간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기준으로 한 자녀위치추적앱을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Where Are You를 줄여서 WAY로.(이때 나와 1반 친구는 프론트 , 우리반 반장과 3반 친구는 앱인벤터와 아두이노 , 4반 친구가 디자인을 맡기로 했었다)

💥 의견충돌

WAY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팀원들에게도 찝찝했던 것 중 하나는, 이미 시중에 존재하는 앱인데 너무 식상하지 않나? 라는 의문점과 불안함. 그리고 그 예상이 너무 정확했다. 너무 식상할 것 같아서 원래의 기능에 심박수 측정기능이나 주변 녹음기능을 추가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날라온 피드백. 우리가 너무 이걸 만만하게 본건가.

🤷‍♀️ : 주변을 녹음하면 사생활 침해나 인권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 않나요? 아마 법적 문제가 될텐데...
🤷‍ : 자녀들이 폰을 가지고 있어야 할 텐데, 휴대폰이 없으면 어떡하나요?
🤷‍♂️ : 아이들이 길을 잃으면 무서워서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어떻게 아이들을 찾을 수 있는거죠? 신고는 들어가나요?

대체적으로 피드백이 굉장히 비슷했다. 거기서 깨달았던 2가지 사실.

첫 번째, 문제점을 분석해서 기능을 더하고 덜어야겠다.
두 번째, 이 주제를 완전히 갈아엎을 수도 있겠다.

일단 문제점부터 정리를 차근차근 해보기로 했다.

기능부족, 이미 시중에 존재하고,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등...문제점이 많았다. 그래서 전시회 전날 오후 6시...남들 다 장기자랑 보고있을 때, 우리는 아이디어를 갈아엎자! 하고 다시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다.

😶‍🌫️ 갈아엎기

사실 진짜 막막했다. 여기서 끝인 건가라는 생각도 스쳐지나간 건 안비밀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곳은 없기때문에...이왕 하는 거 제대로 끝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Pinterest를 한참 뒤져보다가, 지하철 손잡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와서 바로 마인드 맵에 적었다. 손잡이에 붙일 수 있는 역할들이 많아서 (약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여러가지 기능들을 넣어봤다. 우리가 생각한 메인 기능은 키에 따라서 손잡이 높이 조절이었다. 그 역할에 이제 서포트 해주는 아이디어가 세균소독, 비상용해머, 손잡이에 역 안내판 달기.

👩🏻‍💻 역할 분담

내가 어쩌다가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할 줄 아는게 프론트였지만, 우리팀의 피치 못할 사정이...) 사실 피그마라는 툴을 이번 해커톤 시즌때 처음 배웠다. 우리반 디자이너 (박강원씨)가 항상 쓰는 도구라서 옆에서 구경하고 '우와'만 했는데 이걸 내가 한다고? 싶었다. 일단, 내가 디자인을 맡기로 하고 프론트 담당 친구 옆에서 보조하기로 했다.

🖌️ 디자인

피그마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듯하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 이외의 요소가 필요하거나, 토스 웹페이지, 애플 웹페이지등을 참고하고 개발자 도구를 이용해서 사진을 따오고, 온갖 발악을 하면서 디자인을 했다. 난생처음 다루어 보는 툴이라 어색했지만 그래도 하면 할 수록 실력이 느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디자인에 감각은 (진짜 1도) 없지만 뭐 어쩌겠어요. 해야지.

🔨 프론트 개발

프론트를 처음 해봤다고 하는 친구가 그냥 똑같이 만들어왔길래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아주 좋았다. 팀원들이랑 보면서 발표를 하는 순서대로 요소를 재배치하기도 했고, 글씨체를 이렇게 고쳤다, 저렇게 고쳤다도 해보고, 가독성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도 고민을 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내가 디자인 한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디자인을 하는 것도, 디자인 한 것을 바탕으로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음 ㄹㅇ

📣 발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번 발표하게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벡스코 박람회. 와서 설명을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는 방식이랄까...(한 번 발표하는 것보다 더 에너지 소모가 큰 발표방식) 사실 벡스코에 참여한 적이 많아서 발표는 큰 걱정이 없었다. 발표한 짬빱이 얼만데
다른 친구들도 아두이노로 구현한 걸 실현해주고, 옆에서 보조해주면서 모든 발표를 열심히 임했다. 발표하면서 이런게 스타트업의 절실함인가... 짐작이 가기도 하고, 프로젝트에 애정이 가는 만큼 발표에 힘을 쏟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조금 기분이가 좋기도 했다.

🏆 결과 및 시상

일단, 상은 못 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남들이 몰두한 하나의 프로젝트의 퀄리티와 전날 저녁 6시에 아이디어를 갈아엎고 다시 만든 우리의 퀄리티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다만, 아이디어가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칭찬을 받은 것에 비해 점수가 잘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예상치도 못했던 팀이 대상을 받았었다. 그때 든 생각은, '세상은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 미쳐있는 사람에게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구나'였다. 물론 그 팀의 구현은 꽤나 퀄리티가 좋았다. 우리 팀처럼 갈아엎으려고 했던 팀들 중 하나였지만, 그냥 그대로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상을 받은 걸 보면 그런 듯. 대상팀이 앞에서 상을 받는데, 똑똑한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고, 즐기는 사람은 미쳐있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냥 미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건지, 프로젝트가 미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나도 무언가 하나에 미쳐보고 싶었달까)

😿 느낀점

우리 팀원들은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을 많이 받아서 '이러다가 상받는 거 아니야?' 라는 반응을 보이고 신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나는 갈아엎은 것 치고는 괜찮지만, 다른 팀들이 몰두했던 정도와 달리 우리는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받으면 너무 좋지...) 상을 타지 못했다는 사실이 속상하기는 했다. 그래도 이게 마지막 해커톤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왜 갑자기 눈물이 이번 해커톤에서 내가 쏟아부은 노력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하지만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개발자'로써 임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1학기동안 많은 걸 한 것 같았지만, 정작 시간만 흐른 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과 후회가 느껴지기도 했다. 개발자로써의 첫 발도 못 내딛은 건 아닐까... 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이제부터가 반전'을 외치면 괜찮아진다던데, 진짜로 그런 듯.
다음 회고록을 부디 개발자로써 적을 수 있기를.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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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2일

짧은 기간이지만 경험을 통해 얻은게 굉장히 많으신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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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9일

비록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지만 다음 헤커톤때는 열심히 즐기면 좋을거 같아요! 함께 이 헤커톤에 참여했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 좋았어용 구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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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일

디자이너로서의 시선으로 봤을때 재밌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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