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회고일지(1)

동준·2025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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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면접 회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 대기업 면접을 보게 됐다.
(어딘지는 밝히진 않지만 네카라쿠배 중 한 곳이다... 지금 생각해도 왜 서류합격했는지 노이해...)

회사 규모별로 개발 철학이나 요구사항은 전부 다르기 때문이 하나의 기준으로 전부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왜 대기업이 대기업인지 알게 되는 계기였다. 면접은 훌륭하게 조졌고 질문 하나하나에 나를 반성하고 회고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요번주는 유독 바빴다. 20일에 정처기 실기 시험(난이도 너무한거 아니오...) 치자마자 곧바로 면접 일정이 잡혀서 2주 전부터 지금까지 밤을 새고... 오늘 면접 끝나고 내리 8시간 넘게 자다 방금 일어났다.


1. 면접 전

내가 지원했던 직무는 풀스택을 요했다.

요구사항

  • 스프링, 코틀린을 다룰줄 알 것
  • 리액트 기반 antd, shadcn를 다룰줄 알 것

우대사항

  • 어드민 서비스 개발 경험
  • SQL 실력자
  • 배움의 의지

1) 서류합격 연락을 받았다

면접 일정은 18일이었나 17일에 전달받았다. 진짜 처음엔 스팸인가... 싶을 정도로 의심했었다. 25%의 기대감과 50%의 걱정, 25%의 정처기혐오감을 갖고 그 당시에 이렇게 생각했다.

정처기 끝나고 면접 준비해야지~

나중에 말하겠지만, 정말 안일하기 그지없는 생각이었다.
기업의 면접 난이도나 우선순위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정처기 시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면접은 시험 이상으로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야 하는 곳임을 망각하고 있었다.

사실 면접 준비를 꾸준하게 하지 않았다. 열정이 조금 식은 것도 있었고 정처기 시험에 시달린 것도 있었고... 라지만 핑계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면접 연습 열심히 해야지...

2) 정처기 시험 끝나고 3일간 밤샘준비

시험 끝나고 면접 후기들을 뒤져보면서 내가 당시 제출했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시 쑥 훑어보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했었다. 사실 서류지원조차 까먹고 있었는데 서류 합격 연락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나 이러이러하니 뽑아주세요~ 하고 제출한 서류인데, 내가 뭐 때문에 뽑혔더라? 하고 고민하는 건 모순이다.

당시 준비할 때는 백엔드 기술면접... 프론트엔드 기술면접... 이런 것들 계속 찾아보며 달달달달 암기했다. 미리 말하지만, 진짜 하나도 안 나왔다. 이건 회바회인 것 같긴 한데 적어도 내가 면접 본 곳은 하나도 묻지 않았다. 그게 제일 충격이었다.

2. 면접

정처기 실기를 준비한 덕에 네트워크나 운영체제 같은 부분의 기술면접 준비는 수월했고... 내 포트폴리오 서류도 보면서 어떤 질문 나올까 고민했다. 사실 내 포폴이 정말 잡탕 그 자체다. Kafka나 GraphQL도 경험해보고 MSA도 수행해보고 스프링 배치도 써먹어보고... 순수하게 기술 경험이 재밌어서 이것저것 해보다가 들어가게 됐는데, 아마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물어뜯기 딱 좋은 먹잇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준비하면서 들었다.

여하튼 대망의 면접이 다가왔다.

1) 3대 1은 생각도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3명은 너무한 거 아니오...

각각 팀장님(직책명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백엔드 담당자님, 프론트엔드 담당자님들께서 면접을 봐주셨다. 처음엔 내게 인성과 내 배경에 대해 여쭈셨고 그 다음에 기술 관련 질문을 해주셨다.

솔직히 1대 1도 무서운데 3대 1 하니까 외웠던 것들은 아득해지고... 머리는 하얘지고... 여튼 멘붕의 시작이었다.

2) 인성, 소프트 관련 질문

처음 자기소개부터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했다. 대충 내가 설계부터 배포까지 했던 프로젝트 경험, 거기서 느낀 불편함으로 요즘 공부하고 있는 것, 내가 소통에 강점이 있음을 어필하는 자기소개를 수행했지만 다들 시큰둥하게(어쩌면 내 착각임) 바라보시며 대답하셨다.

나는 최대한 서류에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자기소개를 하고 싶었다. 여기서 추측되는 첫 실수인 것 같은데, 서류에 없는 나의 소개는 결국 근거가 있어야 했고 그 근거가 빈약해서 추가 질문 폭격이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1. 채팅 앱을 주제로 설계부터 배포까지 하며 MSA 구조까지 경험했다.
    • 관심 x
  2. 함수형 패러다임을 자바로 챙기기 어려워서 코틀린에 관심이 있다.
    • 여기서 백엔드 담당자분이 코틀린의 어떤 점 때문에? 관련해서 질문을 와다다다 하셨다. 아마 신입 중에 자바와 코틀린 둘 다 익숙한 사람은 흔치 않아서 그러신듯 + 요구사항에 코틀린도 있었다
    • 사실 함수형 패러다임에 관심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는데(심지어 난 코틀린은 깨작 몇 번 적어보고 문법 훑어본 게 끝인 초짜였다...) 내 의도가 엇나간 듯하다.
  3. 소통에 강점이 있다
    • 관심 x

자기소개를 듣고 나서 팀장님(다시 말하지만 직책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지송...)이 내가 공부를 상당히 오래 한 것이 흥미로웠는지 그에 대해 여쭈시면서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중 어디에 익숙한지 물으셨다.

  1. 공부 기간이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why? how?
    • 경제가 어려워서요..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 근데 솔직하게... 개발 재밌음... 다양한 기술을 접했던 것도 개발이 재밌었고, 진로 선택할 때도 문제를 구조화해서 다양한 해결책 도출하는 진로가 좋았는데 개발이 내맘쏙듦이었다(물론 이렇게 말하진 않고 정돈된 표현을 썼다... 요약하면 이렇단 거...)
  2. 프론트엔드랑 백엔드, 어디에 더 탁월하냐
    • 결과가 눈으로 바로 확인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라 프론트로 진입했지만, 전체 웹 개발의 흐름이 궁금해서 백엔드 공부했고, 백엔드가 더 적성에 맞다... 하지만 프론트엔드를 저버리는 건 아니고 지금도 필요하면 간단한 웹 뷰를 리액트로 구현할 정도로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도

3) 얻어터진(...ㅎㅎ) 기술 질문

앞서 말했듯이, 달달달 외웠던 기술면접 스크립트는 하나도 안 나왔다.
애시당초 면접관님들이 기술의 기 조차도 꺼내시질 않으셨다.
순수하게 내 포트폴리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고, 내 개발 철학(?) 등에 대해만 관심을 가졌다. 당연히 아니겠지만, 당시엔 역시 대기업(...)하면서 질문을 받았다.

(1) 기술지식은 면접의 메인이 아니다

회고하면서 깨달은 건데, 기술면접 스크립트가 면접 준비의 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사실 이건 구글링해서 나오는 내용들 달달달 외우면 되고, 물론 이걸 묻는 이유는 기초가 다져져있는지를 확인하는 쉬운 수단이어서 물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핵심은 내가 제출한 서류(이력서, 포트폴리오)가 메인이어야 했다. 기술지식은 영단어와 같다. 그렇지만 영단어 외웠다고 영어 수능 100점 맞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에 평소에 꾸준히 해야되고 면접 전날에 외우는 게 아니다.

(2) 내가 내 포폴에 대해 진심이어야 함

면접관님들은 내 포폴을 중심적으로 꼬치꼬치 캐물으셨다. 내 포폴은 백엔드 포폴만 있었고 프론트엔드 포폴은 없었는데, 그래서 프론트엔드 면접관님은 내 개발 철학이나 시나리오별 대응? 이런 걸 위주로 물으셨다.

내가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들은 나는 이렇게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였는데, 거기서 면접관님들은 그럼 그 중에 본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서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나를 물었다.

깊게 이해한다는 건, 프로젝트를 단순히 포폴용으로만 하고 그친 건지 아니면 내 경험과 역량을 늘이기 위한 과정이었는지를 분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 기준대로라면 나는 역량을 늘이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했지만 내심은 포폴용에 그쳤던 것 같다.

  1. 배치 다뤄봤다는데, 진짜 천만 단위의 데이터도 다뤄봤니?
  2. SQL 튜닝할 줄 안다매 그럼 데이터베이스 성능 고려도 했겠네?

팀장님이 주로 SQL 관련해서 물었다. 사실 SQL을 정말 잘 다루는 편이 아니어서 어버버... 하면서 대답은 했지만 시원하진 않았다. 대답을 들은 면접관님들 표정도 그런 듯했고(ㅠㅠㅠ)

기술지식 질문은 없었는데, 굳이굳이 기술지식에 대해 분류한다면 저 SQL과 관련된 내용들이 내가 SQL 지식을 얼마나 아는지 묻는 것 같았다(그리고 털렸다ㅎ;)

프로젝트에 대한 진심 여부를 묻는구나.. 하고 느껴졌던 질문들은 아래와 같았다.

  1. 네 프로젝트 보니까 자바 17이던데, 왜 굳이 17 썼어?
    • 이건 대답 나름? 잘한 것 같다. LTS 버전별 특징을 익히고 있어서 경량 스레드가 프로젝트 내에서 필요없었고, 레코드를 DTO로 적용하려고 17을 썼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장해서 주절주절도 겸했다 흑
  2. 전역 예외처리도 뒀는데 왜 이 컨트롤러에서는 try - catch 쓴 거야?
    • 이 질문이 가장 뜨끔했다. 전역 예외처리를 했었는데, 왜 특정 컨트롤러는 굳이 처리했는지 물었다. 아마 그 당시에 저 부분 예외가 유독 많이 발생했어서 별개의 예외 처리를 둔 걸로 기억하는데(사실 내가 맡은 게 아닌데...) 일단은 그렇게 주절주절거렸다...

이런 질문들이 결국 네 프로젝트에 대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초에 충실하다는 말은 이런 걸 뜻하는 것 같다. 무작정 기술 스택을 늘이는 게 아닌, 코드를 작성해도 의도를 담고 작성하며 그 의도를 확인했는지를 묻는 것 같다.

(3) 풀스택은 괜히 풀스택이 아니다.

프론트 질문은 솔직히 기술 스택 정도만 답했고 웬만한 것들은 답하지 못했다 ㅠ 애초에 포폴에 넣지도 않았고 난 프론트까지 생각하고 이 직무에 지원한 게 아녔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서버의 이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건지... 이런 질문들이 주였는데 나는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프론트엔드로 프로젝트를 참여만 해봤다~ 라는 경험 어필에 그쳤지, 그 경험 속에서 내가 무얼 얻고 싶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프론트엔드 뿐만이 아니라 백엔드여도 마찬가지다. 대용량 트래픽 제어가 유행이니까 해봐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했었다. 대용량 트래픽이 어디서 필요할지? 이 상황에선 오버 엔지니어링이 아닐지? 이런 생각이 아닌, 이 코드가 왜 이렇게 쓰였는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단순히 다룰줄 안다, 경험했다를 넘어 이런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들을 거치면서 공부해야 스택이 되는 거고, 풀스택은 그 양이 2배일 테니 괜히 풀스택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느꼈다.

3. 면접 후

깔끔하게 면접을 조지고(...) 못 잤던 잠을 보충하고 난 다음 내가 해야할 일을 생각했다.

1)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회고해보기

  • 필요하다면 코드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해보자. 단순히 아키텍처에 그치는 건 겉핥기에 불과하다. 당시의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내가 왜 이 코드를 작성했는지 생각해보기
  • 포트폴리오와 이력서에 써져있는 내용들이 포폴용일지? 아니면 나의 역량일지? 이 점들을 고민해보고 다시 다듬어보기

2) 기술지식은 매일 익히기

  • 영단어와 같은 기술지식은 매일매일 접하자.
  • 소스는 많으니 암기 → 탐구 방향으로 익히자.

3) 스크립트에 그치지 않고 말로 내뱉는다

  • 솔직히 이번 면접, 대기업이란 부담 + 3명 상대라는 점에서 자신감 없이 임했던 게 제일 아쉬웠다
  • 단순히 면접 대본을 작성하는 데에, 그걸 암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매일 말로 내뱉어야 한다
  • 필요하다면 스터디를 찾아봐도 좋을듯?

제일 중요한 건, 기회가 날아갔음에 아쉬워할 순 있어도 그걸 또다른 기회로 삼으며 잠깐으로 그쳐보기
그러려고 이번 회고를 작성한 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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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tia est potentia / 벨로그 이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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