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끼'였다. 토끼는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가졌다.
게임이 끝날 때, 팀은 최종 선택을 내려야 했다.
👉 A안: "대본 그대로 진행한다!"
👉 B안: "즉흥 연기를 추가한다!"
나도 토끼처럼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책임감이 큰 작업 일수록, 여러 번 확인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완성도를 높이는 편이다. 만약 호랑이 왕의 생일잔치처럼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나도 대본대로 가자고 했을 것이다. (토끼가 연극을 많이 해봐서 숙련도가 쌓였다면 즉흥연기를 선택했겠지만, 뭔가 상황만 보면 대본만으로 벅찰 것 같다.)
나는 토끼처럼 자기 주장만 펼치지 않는다. 나와 대립되는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이 필요로 원하는 점을 파악하고 해소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 역할극에서는 '여우'가 나와 대립됐다. 여우는 즉흥 연기를 선호했다. 이유는 즉흥 연기가 호랑이의 기분을 살피면서 재밌는 요소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토끼는 자기 주장만 하는 역할이지만) 여우의 의견과 나의 의견을 합쳐서 "대본에 여우의 대사 부분에만 애드립을 넣을 수 있도록 하자"라는 의견을 냈다. 예를 들어, 여우: (애드립을 한마디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랬더니 '애드립 하자'와 '대본대로 하자'의 중간으로 결론이 나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나의 의견이 정말 좋다고 확신이 들었을 때 남의 의견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남의 의견을 들으면 계속 반박할 말이 떠올랐다. 만약에 나중에 이 상황을 돌아봤을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이 더 나았는데 나의 흥분된 어조와 단호함으로 인해 그 사람이 의견 내기를 포기했다면 정말 아쉬울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조금 더 상대가 말할 때 그 의견을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고 이유를 묻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