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잡담 : 개발자가 되고싶은 이유

윤남주·2021년 12월 3일
0

잠시잡담

목록 보기
1/5
post-thumbnail

근황

솔직히 9월에 퇴사하고부터는 굉장히 여유롭게 모든 것을 해왔었다.
공부도 여유롭게, 노는 것도 여유롭게.

하지만 갑자기 이번주부터 내가 부트캠프 시작 전까지 해야할 것 (하고싶은 것) 을 정리하다보니 너무 할 것도 많고 지금의 내 자신도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왜 이렇게 여유를 부렸지 싶을 정도로, 갑자기 현타가 왔다.

그래서 지금 벼락치기라도 하는 듯 (무엇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개발공부에 쏟고 있다.
알고리즘도 시작하여서 정말 몇 문제 풀다보면 몇시간이 훅 가있다.

오늘은 정말 너무 안풀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정말 자책을 많이 했다.
'백준 브론즈도 못 풀면서 무슨 개발자를 하겠다고 깝치는거니...' 부터 시작하여,
'나는 정말 멍청해서 알고리즘 공부를 할 수 없는 사람인가봐',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환불 받을까...?' 생각까지 했다. 정말 멘붕... 그러면 이제 뭘 먹고 살아야하지?

나중에 보니 node.js로 인풋을 받는 부분이 잘못되어 있었다. 즉, 다른 언어로 했었더라면 문제 없었을 일. 백준에서 자바스크립트로 하는게 조금 까다로워서 그랬던 일...
역시 나는 아직까지도 멘탈이 너무 약하고 자주 흔들린다.
그리고 너무 쉽게 다른 사람에게 징징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을 다잡는 것이 좋지.
그래서 내가 개발자가 되고싶은 이유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What would you do if you were not afraid?

나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라는 유명한 책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두렵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 것인가?

그런데 이 비슷한 말을 나는 대학교 3학년 때 들은 적이 있다.

그 수업은 직업심리학이라는 이상한 과목이었는데, 솔직히 심리학과 내에서 가장 쓸모없고 재미없는 강의로 기억된다. 하지만 수업 시간 때 발표를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때 나는 공기업, 무조건 공기업 붙어서 안정적으로 정년까지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발표도 무조건 안정적인 쪽으로 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다.

교수님 曰 :
만약에 남주씨가 돈이나 두려움, 남의 시선을 하나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하시겠나요??


그러자 내 눈앞에는... 태국의 해변이 펼쳐지고... 🏖
모래사장 위 편안한 옷차림으로 노트북 작업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역시나 나는 디지털 노마드가 하고싶었다. 그것도 디자인을 배워서 디지털 노마드로 전 세계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것이 거의 처음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싶다고 입밖으로 낸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개발자는 왜...?

위코드 사전 스터디 OT를 참여하면서 왜 자신이 개발자가 되고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깊게 생각해봐라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솔직한 말로는 정말 싫었다.

왜냐하면 UX디자인 수업 때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디자인을 할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다고, 고민이 부족하다고, 이런 사람이 디자인을 잘할리 없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는 없다. 그래서 내가 그 학원을 오래 못버티고 나왔겠지...

- 그날 화난 내 마음을 쓴 일기의 한 구절
솔직히 내가 디자인을 해야하는 이유는 없다. 그렇게 지대한 고민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하고싶어서 하는거다. 근데 그러면 안되나? 좀 어이가 없었다. 자기도 어쩌다 보니 그쪽으로 취직되어서 하고있는거면서.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디자인이 무슨 대단한 신전이라도 되는 양 말하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기분 나쁘신 분이 있으시다면 죄송합니다)

그래도 혼자 힘으로 어찌저찌 조그마하고 누추한 UI디자인 포트폴리오는 완성하였다.
그리고 다음엔 뭘하지? 생각하니, 개발이었다. 나는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부터 개발자도 되고싶었던 것을 그 때 처음 인정했다.

그래서 무작정 도전한 것이다. 사실 그래서 위코드에서도 대단한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분명히 또 저 선생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이유를 대자면 몇 가지 댈 수 있다.

1. 전 직장에 일하면서, 고객의 어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직종인 것을 보았기 때문에
2. 내가 만나본 개발자들은 다 만족감이 높고 성장을 향한 애티튜드가 있고 자기비하를 하지 않아서
3. 무언가 실질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생산해내는 직종이기에
4.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제일 빠르게 닿을 수 있어서
5. 어떤 직무보다 능력 중시 문화가 크다는 인상 때문에
6. 잦은 이직이 가능하고, 해외취직이 가능해서

이외에 몇개라도 더 이유를 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개발자가 되고싶은 가장 큰 이유는 그냥 하고싶다 이다.
내가 그냥 하고싶고, 결과도 내가 책임질건데, 누가 뭐라고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어찌됐든 나를 살아가는 것은 나인데, 나의 선택을 믿고 나에게 투자하는 것도 나이다.
남의 회사에도 돈 주고 주가상승을 염원하는데, 나한테도 당연히 떡상을 염원해야한다.
다만 지금의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내 인생이 주는 풍경을 구경하며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잡담 끝.

profile
Dig a little deeper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