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Judy 의 삶의 지도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글또 8기 지원서를 작성하던 중, 특이한 항목을 발견했어요.

• 글또를 신규로 참여하는 분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 삶의 지도”를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 제출하는 곳은 글또 지원 Form입니다!
• 삶의 지도라는 것은 제가 붙인 이름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건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에 대해 작성한 내용입니다
  •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여태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가 향상될 수 있으며, 이 내용을 토대로 이직하실 때 이력서에도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 생각하시는 과정이 어렵다면 현재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고 그 역량을 어떻게 얻었는지 시간 역순으로 고민해보셔도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삶의 지도 a.k.a 인생 회고를 한 번 써내려가봅니다 🤗

코딩이 싫은 컴퓨터과학 학부생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진로고민을 할 때, 직업을 희망할 때 빠지지 않고 고려한 점은
'타인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는 점이었어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 노트북 한 대만으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기술로서 타인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코딩이 뭔지도 모르던 학생은 원하던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했지만
이내 전공이 자신의 적성과는 영 맞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
지금이야 그 때의 내가 전공을 잘 선택했다 생각하고 있고
IT 업계에 완전히 적응하여 물 만난 물고기 같지만
그 때에는 달랐어요. 에러메시지부터가 싫고 뭔갈 만드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끼지도 못했으니까요.

어찌저찌 버티고 버텨 3학년을 마쳤지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학생은
무작정 IT 회사의 알바 자리에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국내 굴지의 보안회사에 아르바이트생으로 합격하게 됩니다! 👏

북한이 정해 준 (?) 나의 직업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4/03/18/2014031810054.html

2013년, 3.20 사이버테러가 발생했고, 저는 그 당시에 사무실에 앉아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정보보안이 내 길이 아니라 생각했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만 충실히 해 냈지만
보안사고가 발생하니 가장 먼저 사내 보안전문가 선배님들이 나서는 모습이
그 때의 제 눈에는 마치 전쟁터로 앞장서 칼을 뽑아들고 뛰쳐나가는 기사 같았어요!
컴퓨터 전공자에게 처음으로 꿈이, 원하는 명확한 직업이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사이버테러 발생 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이 알바생은 마침내 '악성코드 분석가' 라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박수!!! 👏

슬럼프, 혹은 방황기

그 분석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고 쓰면 참 좋겠지만
휴학 후 예상보다 취업이 잘 된 탓에(?) 준비되지 않은 사회생활이 오래 이어진데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슈까지 겹쳐 더 이상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토록 사랑하고 열정으로 대한 직업마저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질 만큼요.
극심한 무력감 끝에 약 4년간의 악성코드 분석가 생활을 접었습니다.

꿈을 접고 나니 하고 싶은 것도, 다른 할 줄 아는 것도 없었어요.
직업과 전공을 떠나 내가 어릴 때부터 막연히 하고 싶었던 게 뭐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제나 막연히, 아주 막연히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Je suis Parisienne!

그렇게 저는 프랑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왜 프랑스로 갔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곤 하는데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아일랜드와 캐나다 워홀에 지원했는데 치열한 비자 경쟁 탓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영어 빼고 그 다음으로 할 줄 아는 언어가 프랑스어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프랑스에서 찾은 새 꿈

완전 기초 레벨 수준으로만 프랑스어를 겨우 구사할 줄 알았던 이 워홀러는
구글번역기에 의지해 하루하루 파리에 정착하고, 적응하고, 타국에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구글번역기는 말 못하는 제게 은인이나 다름없었지만 때로는'살려는 드릴게' 같다고나 할까요.
때때로 입력한 어휘가 여성인 제게 맞지 않는 남성형 어휘로 번역되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Gender Bias 였어요)
프랑스어에도 존댓말과 반말이 있는데 의도한 대로 번역되지 않는 등 오류가 종종 눈에 띄었어요.
대체 어떤 기술로 만들었길래 어떻게 사람처럼 매끄럽게 번역을 하는지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런 오류들이 왜 발생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매일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언어에 대한 관심이 싹을 틔웠고
번역기를 매일같이 끼고 산 덕분에 기계번역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전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 꿈을 서서히 찾아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내가 대학원생이라니!

파리의 살인적인 집값으로 인해 워홀을 중간에 접고 귀국한 2018년 가을,
새 꿈을 찾았으니 꿈을 이룰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물어물어 알아보니 기계번역은 '자연어처리' 의 한 분야라기에
우선 패st캠퍼스에서 6회짜리 텍스트 분석 강의를 수강했어요.
좀더 깊게 자연어처리를 배우고 싶었지만 이 때에는 아직 지금만큼 AI가 핫하지 않을 때라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교육 과정은커녕 시중에 관련 서적조차 드문 시기였어요.
(지금은 기초 모델이 된 BERT가 나온 지 얼마 안 되던 시기였습니다. 😂)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대학원 진학이었습니다.
제 수준에 과분한, 학계와 업계에서 모두 인정받는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만난 덕분에
기계번역 논문도 몇 편씩 쓰고, 기술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논문 몇 편은 이미 이 블로그에 논문리뷰를 게시해 두었습니다 😉)

언어의 장벽을 넘다

경제적 문제로 석사과정을 휴학하고 돈을 벌러 나왔고, 운 좋게 기계번역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습니다! 👏
돈 받으며 내가 하고 싶던 일을 하다니, 내 꿈을 살다니!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지만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퇴사한 지금까지도 함께 모여 송년회를 하는 등 인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전임자들이 남겨두고 간 코드와 결과물에 더해
함께 일한 기계번역 No.1 연구자의 코드와 결과물을 보며 공부할 수 있어
그들의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히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귀한 기회였습니다.
(만약 글또 8기에 합격한다면 이 때 제가 무엇을 익히고 느꼈는지 꼭 글로 써서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시 찾아온 슬럼프

저는 극강의 ENFP이고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인간 댕댕이입니다 🥰
입사해 보니 저희 팀원, 그러니까 R&D 인력이 저 하나뿐이었어요.
입사 초기에는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이는 제 오만이었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팀을 리드할 수 있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다
간단한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의지할 동료가 없는 환경 속에서 저는 지쳐갔습니다.
결정적으로 조직 내에서 연구자로서의 성장에 한계가 느껴지니 미래가 더욱 보이지 않았어요.
때마침 베트남 대학교에서 AI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여름에 회사를 그만두고
아주 짧게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짱이 될 거야

글또 지원이라는 좋은 기회 덕분에 짧지 않았던 생을 반추했고, 새삼 많은 일이 있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글 내용이 커리어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네요.
직업도 바꿔 보고, 외국 생활도 해 보고,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팀원이 혼자뿐인 스타트업에서도 일해 보고
타인보다 좀더 다양한 일을 겪으며 산 것 같습니다.

전 직장의 경험 덕분에 커리어에 있어 새 꿈이 생겼는데요,
소제목 그대로 '짱이 되자' 는 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리더, 팀장, 궁극적으로는 CTO 즉 기술 짱 😁 이 되려 합니다.
팀장 및 CTO 의 부재 속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기회만 온다면 나도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성격과 업무 스타일은 이래요.

• 책임과 권한이 모두 주어질 때 가장 주도적으로 일함
• 혼자 일하는 것보다 팀이 함께 일하는 편을 선호
• 나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성장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낌

저, 훌륭한 짱이 될 수 있겠죠? 😎

어서 와 찐 개발은 처음이지

베트남에서 귀국한 후 취업 시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탓에 경력 공백기가 생겼고
이 공백기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차에 좋은 기회로 개발 부트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 회사(스타트업) 에서 일해 보니

• AI러가 때때로 서버 쪽 코드를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고
• 우리 회사의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제공되는지 과정을 알 수 없었고
• AI만 해 왔던지라 개발팀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래서 언젠가 백엔드 개발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어요.
나중에 짱이 되면 지금 배운 지식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죠? 😉

총 3개월동안 진행되는 웹 백엔드 개발과정을 수강하고 있는데 이제 막 3주가 지났네요.
Javascript 와 Node.js 를 배웠고 이제 막 API (RESTful API) 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
부트캠프 동기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역시 전 다함께 하는 활동이 잘 맞아요 🤗
저 혼자서는 이 빡센 교육과정을 버텨낼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동기들 모두가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서로서로 도우며 버텨내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

마무리

우연찮게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이 2022년 12월 31일 저녁 11시 30분 경이네요!
그동안의 인생에 더해 올 한 해를 회고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오랜만에 장문의 글을 쓰려니 잘 안 써지고 비문도 많고 정말이지 쉽지 않네요.
글또 활동을 통해 더 매끄럽고 가독성 좋고 내용이 알찬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