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오너의 고민 : 고객의 가치있는 필요 vs 프로젝트의 범위

주싱·2021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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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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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오너는 고객과 그리고 개발팀과 소통하여 고객의 가치를 구현한다. 오늘은 프로덕트 오너가 SI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해 한 번 나누어 보려고 한다.

프로덕트 오너 + SI 프로젝트

일명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SI (Sytem Integration)라 불리우는 프로젝트가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3D 직종처럼 여겨지게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분야라고 소개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고객이 이런저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개발사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비용을 받는 구조의 프로젝트이다.

한계 - 개발자 vs 고객

고객이 프로젝트 중간에 기발하고 매우 편리한 기능을 제안한다. 내가 들어도 너무 필요하고 좋은 기능이다. 그러나,

개발자는,

  •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 비용이 고정되어 있다. 한 마디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든 1억을 받기로 되어 있다.

  • 프로젝트 마감 기한도 정해져 있다. 저 요구를 들어줬다가는 마감 기한안에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고객은,

  • 미리 내가 무엇을 완벽하게 필요로 하는지 정의내려서 개발사에 제품을 제안하기 힘들다. 소프트웨어는 근본적으로 실제로 만들어 가면서, 화면도 보고, 사용도 해 보면서 내가 무엇을 진짜 필요로 하는지 세세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우 반복적으로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가고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 고객인 나는 이미 지불하기로 된 금액 안에서 최대한 많은 기능, 즉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개발사에 요구해서 개발하고 싶다.

고뇌 - 개발자 vs 고객

그래서 대부분 SI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

개발자는,

  • 프로젝트 금액과 기간이 무한한 것처럼 추가 요구사항을 제안하는 고객에게 지친다. (실제로 금액도 기간도 정해져있는데...)

  • 개발자는 고객의 요구가 가치롭고 좋은 것인지 검토할 여유가 없어진다.

  • 그래서 개발자는 주어진 프로젝트 금액 안에서 프로젝트 초기에 정의한 기능 외에는 가능하면 구현하지 못한다고 고객에게 대답할 논리를 찾아 나선다.

  • 개발자는 가치 창조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고객은,

  • 프로젝트 기간은 많이 흘렀는데 데모 화면을 봤더니 이제서야 내가 필요한 기능이 생각난다. 그래서 이런게 필요하다고 했더니 개발자는 안된다고 한다.

  • 계속해서 뭐 좀 얘기하면 안된다고 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짜증이 난다.

  •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사정은 안되고, 이미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기로 계약되었고 내가 필요한 기능은 못들어갈 상황이다.

  • SI 프로젝트의 고객은 대부분 일명 '갑'이다. 개발자는 거의 대부분 진다. 고객은 추가 비용 없이 대부분의 경우 원하는 기능을 구현해 내고야 만다.

씁쓸함

고객의 요구가 가치있고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거절하기 위한 논리를 찾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할 때, 무척 씁쓸한 기분이 든다.

나 스스로 고객의 절실한 필요를 채우는 일이 나의 비전이라고 말하면서 고객의 절실한 필요를 채우지 않기 위한 논리를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대안이 없을까?

  • MVP(Minimal Viable Product) 라고 하는 고객이 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최소 기능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프로젝트 초기에 빠르게 받는 방법이 어느 정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고객이 껍데기 화면만이라도 보고 사용해 보며 빨리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 프로젝트를 점진적으로 나누어 계약을 하는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빠르게 만드는 것으로 1차 계약을 하고, 그것을 보고 사용해 보며 추가 요구사항을 도출해서 2차 계약을 한다. 이렇게 계약하려는 문화가 한국에 잘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개발사에서 내부적으로 위와 같이 개발을 점진적으로 진행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 네이버, 카카오, 배민, 쿠팡 같은 온전한 서비스 제공회사에 들어가 본적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SI가 아닌 개발사 스스로 문제를 찾아 주도적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는 다르게 일할 수 있을까? 서비스가 진짜 고객의 필요를 가치있게 채우고 충분한 시장이 있다면 앞에 언급한 회사들 처럼 조금은 안락하게(?) 일을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자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성공하는 기업은 몇 안된다. 많은 경우 자체 서비스만으로 생존할 수 없어서 SI 프로젝트로 어쩔 수 없이 눈을 돌리게 된다.

나의 삶

거의 SI일만 하며 개발자로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답이 없는 고민이 오늘도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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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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