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Review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zzenee·2022년 5월 26일
0

Book-review

목록 보기
2/4

🚫 스포주의 🚫

📅 독서 기간

22/05/13 ~ 22/05/26 (완독 ⭕️)

✔️ 하이라이트/메모

3장. 신이 없는 막간극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데크 아래 솔잎들이 쌓인 땅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말했다. "너한테는 네가 아무리 특별하게 느껴지더라도 너는 한 마리 개미와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걸. 좀더 클 수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지는 않아."

자연앞에서는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

4장. 꼬리를 좇다

그는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주머니 모양의 몸으로 여과섭식을 하는 멍게가 한때는 더 고등한 물고기였지만 "게으름", "무활동과 의존성"이 더해진 결과 현재와 같은 형태로 "강등"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한 쇠퇴를 초래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지 못했지만, 데이비드에게 멍게는 명백한 경고이자 게으름에 대한 교훈담이고, 말 그대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주머니였다.

주말에 집에서 놀고 먹는 나는 멍게..?

벼락 사고와 수전의 죽음 두가지 일에서 재빨리 회복한 것에 대해 데이비드는 살면서 언제부턴가 "낙천성의 방패"를 갖추게 된 것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

나도 언제부턴가 낙천성의 방패를 조금씩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생긴 낙천성이든 간에, 데이비드의 친구들도 그의 낙천성의 방패에 대해, 일에 차질이 생겨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성질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한 동료는 아무리 안 좋은 날에도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회랑을 거니는" 데이비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나는 이미 지나간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데이비드는 설명한다.

대학 동기가 생각났다.
나는 시험을 예상만큼 잘 치뤄내지 못하면 자책을 많이 했는데,
그 친구는 나와 정반대로 금방 털어내는 성격을 지녔었다.
그 성격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헛된 희망을 품은 뇌, 그러한 상상의 비약에 취약한 뇌가 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가 생각났다.
헛된 희망을 품고 혼자 상상하고 집착하는 뇌는 스토킹 범죄의 악의 도구가 될 수 있다.

5장. 유리단지에 담긴 기원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우리는 전쟁, 휴전, 파산, 사랑, 순수, 죄책감을 선언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한 힘을 갖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름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긴 하겠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무력하거나 우울한 순간, 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해봤다.
퍼즐을 맞춰보기도 했고, 대청소를 했던 기억도 있다.
대신 그 순간에서 시작이란 평소보다 100배는 힘들다.

7장. 파괴되는 않는 것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온다." 내 생각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말하려는 요점 같다. 여정을 즐기고 작은 것들을 음미하라고 말이다. 복숭아의 "감미로운" 맛, 열대어의 "호화로운" 색깔, "전사가 느끼는 준엄함 기쁨" 을 느끼게 해주는 운동 후 쇄도하는 쾌감 등.

소확행이라는 말이 생각났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즐기라는 말 같은데,
나는 지금 내 선택을 걱정하고, 내 능력을 의심하는 생각들로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긴다.
상대적인 걱정 크기의 차이만 있지 모두 나와 같지 않을까?
사실 지금 이 독서평을 작성하는 것도 시간 낭비일까?하는 걱정도 있다ㅎ

9장. 세상에서 가장 쓴 것

조수웅덩이 틈새로 쏜살같이 들어가버리는 탓에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장 성가신 물고기를 잡을 때 그가 가장 즐겨쓰는 방법은 뭘까? 바로 독이다.

은근 반전? 뭔가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있어 보였는데 그냥 집착같아 약간 소름끼쳤다.

10장. 진정한 공포의 공간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유전도 유전이지만 가정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가정에서의 결함이 자녀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자녀가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딘가에 결함이 존재할 것이고,
나도 물론 어느 부분에 결함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100%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장. 데우스 엑스 마키타(Deus Ex Machina)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진짜 반전! 책 제목의 실마리가 풀리던 순간!
여러 예시로 나를 완벽히 설득시켰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인생도 같은 이치로 흘러가는 것 아닐까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언어적 거세"라고 표현했다. 즉 그것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들을 발명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믿지 않는 법'보다는 '걸러 낼 수 있는 법'이 더 맞지 않을까?
예전의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렸다면,
지금의 나는 받아들일 말을 걸러낼 수 있는 것 같다.

💁🏻‍♀️ 느낀점

데미안을 어렵게 읽은 나로써는 초반부는 데미안2처럼 느껴졌다.
철학적 내용이 이해하기는 어려우면서도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어 계속 읽어나가게 해주는 동기가 되었다.

중반부에서는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 '왜 자꾸 데이비드와 물고기에 집착하는 걸까' 등 계속 의문의 연속이다가,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며 감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부 반전 포인트에서 소름이 돋았다..
모든 실마리가 한꺼번에 풀리는 반전..!!🤦🏻‍♀️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책을 처음부터 쭉 읽지 않았다면 이 반전에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고기에 집착하며 수집, 분석하는 데이비드를 통해 어류라는 종에 친숙하게 만든 후,
나중에 갑자기 그게 없는거라니.. 또 읽어보니 맞는 말이라서 더 소름이었다.
책의 전개가 정말 소름돋게 잘 짜여진 것 같다.

책 소제목의 '사랑'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했는데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저자의 간략한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약간 당황했지만 에필로그를 요약하면 딱 소제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의 말에서 저자가 어머니에게 남긴 "어머니의 사랑은 내가 가장 어두운 날을 통과하는 동안 나를 붙잡아준 밧줄이었어요."라는 말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기록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92322?cds=news_my
타이밍 좋게 이 책이 생각나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인간이 "어류"라는 범주를 만들지 않았다면 '활어 패대기'라는 말 자체가 쓰였을까?
인간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의 또 하나의 예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근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봐도 일부러 패대기를 친다니 많이 잔인하다;
어떻게 고의로 저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거지..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섭다.

profile
꾸준히

0개의 댓글